"필요하지만 외면"‥공공병원 인식과 이용 사이 간극

"코로나19 겪으며 공공병원 필요성 실감" 76.5%‥이용은 15.6% 그쳐
거리·진료역량 부족이 장애 요인…"평소엔 안 간다"는 인식 고착
"경영 자율·인력 확충 없이는 일상 의료 거점 역할 어려워"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6-04 11:54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전공의 집단 사직, 지역 의료공백. 반복되는 의료 위기 속에서 공공병원의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부각돼 왔다.

그러나 위기가 잦아들면 공공병원은 다시 '평소엔 잘 가지 않는 병원'으로 밀려난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사회적 기대는 높은데 개인 선택에선 외면받는 병원"이라는 인식이 고착되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정부는 '필수의료 혁신 전략' 등을 통해 공공병원 기능 강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현실은 여전히 구조적 제약에 갇혀 있다. 지방의료원 신·증축 사업은 예비타당성 평가에서 줄줄이 좌초되고 있으며, 병상 수 확충 중심의 접근도 실질적 진료 역량 확대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공공병원 기여도 인식과 이용의 상충 원인 분석' 보고서에서도 드러난다. 공공병원의 기여도 인식 조사는 2023년 5월 10일부터 24일까지 전국 20~69세 성인남녀 2200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로 진행됐으며, 의료공백 장기화 상황에서의 의료이용 실태 조사는 2024년 7월 9일부터 16일까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의 76.5%는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공공병원의 필요성을 실감했다고 응답했고, 70% 이상이 초기 대응에서 공공병원이 긴요하게 활용됐다고 평가했다. 감염병 재유행 시 공공병원을 이용하겠다는 응답도 71.7%에 달했다.

반면 실제 이용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2024년 의료파업 직후 실시한 조사에서 중증질환자 중 공공병원을 이용한 비율은 15.6%에 불과했다. 절반 이상이 민간병원만 이용한다고 응답했으며, 공공병원을 이용하지 않은 이유로는 '평소 자주 가는 병원이 있어서'(중증 81.3%, 일반질환 68.1%)가 가장 많았다. 이어 '거리·교통 불편', '의료 수준에 대한 신뢰 부족' 등이 뒤를 이었다.

보고서는 이러한 괴리의 원인으로 ▲진료 질과 포괄성 부족 ▲의료인력 확보의 어려움 ▲경영 자율성 제약 ▲공공병원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 ▲민간 중심의 의료공급 구조 ▲병상 수 중심의 단선적 정책기조를 지적했다.

실제로 2023년 기준 중증환자 진료역량을 갖춘 '포괄 2차병원' 기준을 충족하는 지방의료원은 전국 4개소에 불과했다. 다수 의료원은 300병상 이하에 머물며, 단수 진료과 위주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와 더불어 진료 포괄성, 수술 비중, 전문질병군 구성 비율 모두 종합병원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공공병원이 위기 대응에서는 핵심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평시에는 '공공성은 인정하되 개인적으로는 찾지 않는 병원'으로 인식되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보고서는 이 같은 상황을 전환하기 위해 ▲공공병원 확충을 넘어 인력과 질 중심의 통합 구조개편 ▲디지털 기반 필수의료 플랫폼 전환 ▲지역 중심의 공급체계 재설계 ▲예비타당성 제도 개편 및 재정지원 강화 ▲수가체계 개편 및 인력 운영 혁신 등 다섯 가지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공공병원은 의료 질, 서비스 경쟁력, 정책적 역할, 시장 내 위상 모두에서 한계에 직면해 있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역완결적 필수의료체계 설계와 디지털 기반의 질 중심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공공병원이 단순한 '공공' 상징이 아닌, 국민이 신뢰하고 이용하는 일상 의료의 핵심 거점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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