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정신건강 치료부터 자립까지 국가 책임 필요"

7일 '국가책임제와 정신장애 : 공공 정신의료 필요성 토론회' 개최
"과도한 입원 기준 완화 필요…적절한 치료 기회 보장해야"
"공공이송체계 시급… 폭력·비체계적 이송 문제 해소해야"
정부 "급성기 환자 치료사업 시행 중…보호의무자제도 개선도 검토 중"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5-08-08 05:56

(왼쪽부터)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화영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법제사회특별위원장겸 순천향대 천안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일열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과장, 전준희 화성시 정신건강복지센터장. 사진=김원정 기자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정신장애에 대한 치료·돌봄·회복·자립 전 과정을 국가가 책임지는 정신건강 공공의료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특히 정신응급상황에서 사설이송체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이송 과정에서 폭력과 비체계적인 후송문제 해소가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7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국가책임제와 정신장애 : 공공 정신의료 필요성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현 정신건강 의료체계 개선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강제입원, 장기입원, 약물치료 중심의 정신건강 의료체계만으로는 정신건강 위기관리와 치료, 회복의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오히려 인권침해를 비롯해 생명을 앗아가는 사건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신장애에 대한 치료, 돌봄, 회복, 자립생활의 책임을 민간과 당사자, 가족에게 맡겨놓는 악순환을 끊고 이 모든 과정을 국가가 책임지는 정신건강 공공 의료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며  "이러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김윤 의원, 서미화 의원 등과 함께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사말 이후 이어진 주제 발표에서는 정신장애인 국가책임제와 관련한 보다 구체적인 정책 제언이 이어졌다.

이화영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법제사회특별위원장 겸 순천향대 천안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장애인 국가책임제-정신건강 공공의료 체계 도입'을 발제로 현재의 과도하게 엄격한 비자의입원 기준을 완화하고 재발 직전 상태에서도 치료 기회를 보장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현재 ‘정신건강복지법’은 2017년 5월 30일 개정됐다. 기존의 정신보건법은 보호자와 전문의 1인의 동의만으로도 본인 의사와 무관한 非자의입원을 허용했지만 현재는 서로 다른 정신의료기관 소속인 전문의 2인의 진단을 받아야 비자의입원이 가능하다.

이 교수는 "인권 증진을 목적으로 법이 개정됐지만, 현장에서는 오히려 입원이 너무 어려워져 치료가 필요한 사람도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며 대표 사례로 2019년 진주 방화사건을 언급하며 조기 입원이 가능했다면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사건의 경우 질환의 재발 직전이었지만 입원이 안 된 것이다. 재발하면 바로 공격성을 보였던 사람임에도 비자의입원이 안 됐다"며  "재발 직전의 환자를 단기간 입원시켜 약물로 조절하면 상태가 금세 안정될 수 있는데 법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치료자 입장에서는 환자가 단기간 치료를 받고 퇴원 후 안정된 생활로 이어지도록 설득하고 있지만 어떤 것이 진정한 인권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며 "비자의입원을 악용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이해하지만, 전체 입원환경을 지나치게 억누르면 오히려 적절한 치료 기회조차 놓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비자의입원 시 인권침해 우려가 있다면, 이 판단에 공공이 개입할 수 있는 구조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 교수는 "현재의 비자의입원시스템에서는 보호의무자와 정신과 전문의가 치료의 필요성도 판단하고 치료에 수반되는 인권의 제한까지 판단하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인권을 제한하는 부분은 가족도 정신과 전문의도 부담스럽다. 이에 인권 제한 여부는 공공이 판단해야 한다. 즉 공공의 주체가 법원이냐, 심판원이냐에 따라 사법입원제, 정신건강심판원이 되는 것이다. 또는 지자체에서 위원회를 구성해서 할 것인지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제 발표 이후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이송체계 개선의 시급성도 강조됐다. 

전준희 화성시 정신건강복지센터장은 정신장애인을 위한 공공의료체계가 필요성에 공감하며 특히 정신응급상황 발생 시 이송체계에 공공성을 부여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 센터장은 "과거보다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정신응급상황시 사실이송체계에 의존하고 있다. 사설이송체계는 수십년동안 국가의 무관심 속에 폭력성과 거주지 이외 지역으로 후송해 정신장애인의 인권을 짓밟았다"고 비판했다.

이에 "공공이송체계를 운영해 훈련된 정신응급 구조대원(가칭)이나 적어도 정신응급에 인증된 사설이송단이 참여해 입원과정에서의 폭력성이나 정신의료기관 연계가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공립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하거나 1차 평가 후 거주지 중심의 정신의료기관으로 전원하는 시스템을 전국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정신질환에 대한 지역사회 인프라 부족으로 인한 장기 입원 상황 발생을 지적하며 "장기 입원자 중 30% 정도는 사회적 입원으로 지역사회에 대안이 있다면 퇴원이 가능하다. 하지만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에 대한 국가 차원의 퇴원적정성을 평가하는 시스템이 없다. 정신건강심사위원회가 있다고 해도 퇴원적정성을 평가하기 위한 권한과 기능은 충분하지 않다"며 "퇴원한 정신질환자가 지역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동료지원센터, 정신재활프로그램 등을 통해 장기입원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공공이송체계 도입은 바람직하지만, 이에 따른 재정 확충이 과제로 지적됐다.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이용표 교수는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이 폐지된다면 공공이송체계의 이용문제는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지만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이 응급과 관련된 조항만 규정하고 위기에 관한 서비스를 규정하고 있지 않아 입법적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또 "공공이송체계를 이용하게 되면 행정입원이나 응급입원으로 간주되는 현행체계에서 행정입원의 재원조달 문제도 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가책임제와 정신장애 : 공공 정신의료 필요성 토론회' 전경. 사진=김원정 기자
정부도 관련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김일열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과장은 정신질환자 치료 및 이송체계 개선과 관련한 제도 개선 방향과 시범사업 현황에 대해 설명했다.

김 과장은 "토론 주제가 ‘국가 책임’인 만큼 정부에 책임을 요청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겠다"며 "현재 국정과제에 반영돼 시행을 앞둔 몇 가지 사업이 있다. 우선 급성기 환자의 만성화나 장기 입원을 막기 위해 치료 가능한 병원을 지정하고 병상을 확충하는 사업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과해 현재 시범 운영 중이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한 "'보호의무자제도 개선'은 이번 토론회에서도 관심인 것 같다. 해당 내용이 국정과제에 포함돼 현재 검토 중이다"라며 "사법입원제도 도입은 아직 준비할 부분이 많지만 그 제도에서 파생될 수 있는 공공이송문제 등은 제가 이미 검토해 본 바가 있어서 제도 개선 논의 과정에서 먼저 대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밖에 지역사회에서 입원 후 후속적인 역할을 해줄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보고 이번 국정 과제에서도 이를 우선적으로 확충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을 것 같다"면서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올해 주거지원 시범사업도 하기 때문에 이 부분도 단계적으로 확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보기

복지부, 급성기 정신질환자 초기치료 보상 강화 추진

복지부, 급성기 정신질환자 초기치료 보상 강화 추진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수가 신설 등 급성기 정신질환 초기치료에 대한 보상이 강화된다. 24일 오후 개최된 '2025년 제13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는 급성기 정신질환자 초기치료 보상 강화 방안이 논의됐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정신질환자 지속치료 지원 시범사업'('20.1.~)을 통해 정신질환자의 급성기 치료 및 퇴원 후 치료 등을 지원해오고 있다. 이 중, '급성기 치료 활성화 시범사업'은 연내 본사업 전환이 예정됨에 따라, 급성기 정신질환 초기치료에 대한 보상을 강화할 계획이다. 정신질환의 급성기 치료는

정신장애 10만명, 위기쉼터는 3곳…서현역 사건에 필요성 부각

정신장애 10만명, 위기쉼터는 3곳…서현역 사건에 필요성 부각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연이은 칼부림 사건에 국민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정신질환·장애인에 대한 관리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피의자가 정신질환 치료를 기피하며 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지역 내 정신질환자 재활·회복 인프라 확충을 통한 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신장애인은 지난해 기준 10만4424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8년 10만2140명에서 2

"정신장애인 범죄, 일반범죄자보다 심각..예방대책 필요"

"정신장애인 범죄, 일반범죄자보다 심각..예방대책 필요"

[메디파나뉴스 = 서민지 기자] 최근 조현병환자 등 정신장애인에 의한 강력범죄 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하면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정신장애인에 대한 범죄 예방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은 17일 한국장애인개발원 국정감사에서 정신장애 범죄인의 재범률 자료를 분석해 이같이 밝혔다. 대검찰청 범죄분석 자료에 따르면 일반범죄자들의 범죄 종류는 절도, 폭행의 비중이 큰 반면, 정신장애인의 범죄 종류는 살인, 방화 등 상대적으로 중범죄에 더 몰려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정신

이런 기사
어때요?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