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정신건강검진 확대‥긍정적 평가 속 '사후 관리' 과제

20~34세, 2년마다 정신건강검진‥조기정신증 항목 첫 포함
"조기 치료가 예후 좌우"‥현장선 긍정 반응 이어져
영국·캐나다도 조기중재 강화‥사후 관리·중년층 확대 필요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9-02 11:56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올해부터 국가 건강검진에서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정신건강 검사가 대폭 강화됐다. 기존 우울증 검진 주기는 10년에서 2년으로 단축됐으며, '조기정신증' 선별검사 항목이 처음으로 포함됐다. 

청년기에 주로 발병하는 중증 정신질환을 조기에 찾아내고 치료 개입을 앞당겨 만성화를 막겠다는 취지다. 의료 현장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정신건강검진은 주로 중·장년층에 집중돼 있었다. 그러나 최근 20~30대 청년층의 우울증·불안장애·조현병 발병률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국가검진 체계 역시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청년층은 올해부터 2년에 한 번씩 정신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기존에는 10년 주기로 한 차례만 검사를 받았다면, 앞으로는 대학 입학·취업·군복무·사회진입 등 주요 전환기에 더 자주 검진이 이뤄진다.

특히 청년층은 조기정신증 위험군 선별검사까지 병행된다. 단순히 기분장애를 살펴보는 수준을 넘어, 조현병과 같은 만성 정신질환으로 진행되기 전 위험 신호를 포착해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우울증 검사는 기존과 동일하게 PHQ-9(9문항) 자기보고식 설문으로 시행된다. 여기에 새로 도입된 CAPE-15(15문항) 설문을 통해 조기정신증을 선별한다. CAPE-15는 자기 기입 방식으로 수용성이 높은 검사도구로 알려져 있다.

조기정신증은 ▲뚜렷한 증상이 발현되기 전 위험 단계(정신증 고위험군)와 ▲증상이 나타난 뒤 최대 5년까지의 기간(초발 조현병)을 포함한다. 연구에 따르면 정신증 고위험군의 20~30%는 수 년 내 실제 조현병으로 발전한다. 또 초발 조현병의 5년은 장기적인 예후를 좌우하는 결정적 시기로, 조기 개입의 효과는 이미 여러 연구에서 입증돼 왔다.

검진에서 이상 소견이 나오면 곧바로 의료기관 진료로 연계된다. 우울증 또는 조기정신증 의심자로 판정될 경우 진료비가 지원되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대한검진의학회 양대원 수석부회장은 "학회에서 청년 정신건강 문제 반영을 건의했는데, 실제로 제도에 반영돼 호응이 좋다"며 "발견 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비 1회가 무료인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변화를 환영하며 조기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A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조기정신증은 초기에 발견해 치료할 수 있으며, 이 시기의 개입이 환자의 장기적 예후를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찍 치료할수록 환자들은 증상을 조절해가면서 어느 정도 정상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 치료이며, 이를 통해 만성화를 예방하고 편견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변화는 국제적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영국은 최근 정신질환 치료 강화를 위해 1조7000억원 규모 예산을 추가 투입해 초기 치료 시기를 앞당기고 포괄적 서비스를 확충하고 있으며, 캐나다는 조현병 환자가 일반의를 거치지 않고 대학병원 내 조기중재센터를 직접 방문해 포괄적인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제도를 통해 초기 치료 지연을 방지하고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다만 향후 과제도 지적된다. 현재 35~39세는 5년 구간에서 1회, 40세 이상은 10년마다 1회(40·50·60·70세)로 설계돼 있다. 전문가들은 중년층 우울 위험 증가를 고려해 이들 연령대에 대한 대응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 부회장은 "50대 전후 남성은 실직, 여성은 갱년기 문제로 우울 위험이 높다"며 "현재는 50세 이후 10년마다 검진을 받지만, 이 연령대도 주기를 더 촘촘히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국가검진을 통한 정신건강 조기 진단·치료 효과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제도 도입 이후 사후 관리와 재평가가 필수라는 목소리도 크다.

A교수는 "신체검진과 함께 마음 건강을 국가 차원에서 정기적으로 관리하게 된 것은 큰 진전"이라며 "앞으로는 사후 관리 강화와 중장년층 확대 같은 과제를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제도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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