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유령대리수술, 사고 아니다'…실형 판결에도 아쉬운 이유

사법부, '의료사고-업무상과실치사' 판단…유령대리수술 참작 안돼
유족·시민단체 "의료사고로 포장돼…미필적 고의 살인 적용돼야"
온전한 방지책 불가…계속된 유령대리수술에 우려와 자제 촉구키도
오는 9월 적용 예정인 '수술실 CCTV 도입' 불씨 역할 주목받아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3-01-13 06:09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유령대리수술 사망사건이 7년 공방 끝에 의사 징역 3년이라는 선례를 남기며 끝이 났지만, 유족을 비롯해 문제를 제기해온 측에서는 온전한 방지책이 되기엔 부족하다며 아쉬움을 드러낸다.

사법부는 이번 사건을 의료사고로 한정해서 판단하고 있지만, 의료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진료환경까지 고려한다면 단순히 의료사고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유다.

유족 등은 이번 사망사건이 이른바 '유령대리수술', '분업식 공장수술' 환경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유령대리수술은 이렇다. 환자가 동의한 원장 또는 의사는 마취 전까지만 수술실에 머물다가, 환자가 마취로 잠이 들면 수술을 끝내지 않고 나간다. 그 대신 '유령의사(섀도우닥터)'가 수술실에 들어와 수술을 맡는다.

이번 사건도 그랬다. 피고인 성형외과 원장 장모씨는 여러 수술실을 돌아다니면서 다수를 상대로 동시에 수술을 집도했다. 그동안 동료의사 신모씨와 간호조무사 전모씨가 사망피해자 수술을 실질적으로 도맡았다.

원고 측에 따르면, 신모씨는 의사면허 취득 후 인턴 과정을 거치지 않았던 상태였다. 결국 안면 윤곽 수술을 받던 피해자는 과다출혈 발생 후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사망했다.

2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이를 '의료사고'로 봤다. 이에 업무상과실치사와 의료법 위반 등을 적용해 원장 장모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지혈을 담당했다고 판단된 신씨에게는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했다. 여러 수술방에서 순차적으로 수술하는 구조로는 의료진이 한 환자에게 전념할 수 없다는 점까지 인정됐음에도 의료사고로만 본 판결이었다. 대법원도 원심을 확정했다.
이같은 법원 판단에 성형외과 전문의인 김선웅 의료범죄척결시민단체 닥터벤데타 대표는 분노했다. 의료사고로 봐선 안 된다는 점을 단호하게 강조했다.

김 대표는 12일 대법원 선고 직후 기자회견에서 "해당 사건은 정상적 수술 과정에서 벌어진 과실로 인한 의료사고가 아니다. 수술 범죄 과정에서 벌어진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봐야 한다"며 "싸이코 병원장들이 고안한 '유령수술공장'에서는 마취된 사람 신체를 거래하는 범죄행위가 일상화됐다. 그 공장에서 청년과 여성 수백 명이 살해됐다. 이것이 의료사고인가"라고 지적했다.

또 "지금도 유령대리수술은 형태를 바꿔가며 계속되고 있다. 1년간 하더라도 수익이 수백억원 가량 남기 때문이다. 의료사고처럼 세탁해 보험으로 처리되는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이같은 문제가 검찰과 법원에서 해결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사건으로 사망한 피해자 유족인 이나금 의료정의실천연대 대표도 검찰과 법원에 불만을 토로했다. '검찰 공권력은 너무 잔인하고 가혹했다'고까지 했다.

이 대표는 "분업식 공장형 유령대리수술실을 운영하면서 사람들을 살해한 가해자들에 대해 검찰과 법원이 '의료사고'인 업무상과실치사죄로만 처벌했다"면서 "환자가 동의하지 않은 유령대리수술과 분업식 공장수술은 범죄인데, 이 나라는 과실범으로 처벌을 하려 하니 판례가 꼭 필요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 이상 피해자와 유족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의료인에게 부탁드린다. 유령대리수술과 공장수술을 멈춰달라"며 "의사면허를 취득하자마자 아무런 임상경험 없이 환자 몰래 수술하는 패륜행위도 자제해달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사건은 법적인 측면에서 여러 의미가 있다.

2016년 사망사건 발생 후 유족이었던 이나금 대표는 손해배상 청구와 형사고발을 넘어 수술실 CCTV 도입을 추진해왔고, 그 영향으로 의료법에 수술실 CCTV 설치 조항이 추가됐다. 해당 조항은 올해 9월부터 시행된다.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에 따르면, 법적으로 무면허의료행위 등 의료법위반죄로 징역형이 선고되면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 반면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금고형이 선고되는 것은 의사 면허 취소와는 무관하다.

이에 박호균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대표변호사는 "사람 생명보다 특정 직역 자격을 더 우선시하는 문제점이 있는지 고민해야봐야 하고, 적어도 비난가능성이 높은 유형의 사망 사고 유형이나 다수의 반복적인 사망 사고를 초래한 유형 등에서는 국가가 부여했던 면허를 회수할 필요성이 있는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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