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있어도 '그림의 떡'…오프라벨에 우는 희귀질환 환자

연 6회 투여 신약 나왔지만…적응증 허가 안 된 약으로 매일 주사
급여적용 되도 '후순위' 밀려…'최선'의 치료 보다 '최후' 치료로 활용
오프라벨 약제 사용은 정식 허가 약제 보다 부작용 높아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3-10-07 06:06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최근 희귀질환 신약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일부 국내 희귀질환 환자들은 여전히 치료 혜택에서 소외 받는다는 지적이다. 

효과가 확인된 혁신 신약 등장에도 일부 환자들은 여전히 식품의약품안전처 정식 허가를 받지 않은 허가 초과 약제로 처방을 받고 있어서다.  

이른바 '오프라벨(off-label)' 의약품 처방 문제가 여전히 신약 보험급여 등재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CAPS 치료 신약 등장에도 8년째 급여 막혀 

희귀질환 치료제는 허가가 되더라도 환자들이 곧바로 사용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가의 약가로 사실상 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으면 환자들이 사용할 수 없는 환경에 놓이기 때문이다. 허가 받고 나서도 오랜 기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실제 유전재발열증후군과 관련된 크라이오피린 관련 주기적 증후군(CAPS) 치료 신약 노바티스 '일라리스'(카나키누맙)는 지난 2015년 허가를 받았지만, 현재도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 무려 8년째 급여가 막힌 셈이다. 

대신 환자들은 임시방편으로 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오프라벨 대체약인 '키너렛'(아나킨라)으로 치료받고 있다. 

일라리스는 연 6회 주사로 CAPS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장기의 영구적 손상 예방 효과를 확인했으나, 아직 급여를 적용받지 못해 평생 매일 1회 투여해야 하는 오프라벨 약제가 사용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지난 8월 국민동의청원에는 '희귀질환 치료제 일라리스 보험급여 적용에 관한 청원'이 올라와 5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급여 적용돼도 4차 약제?…오프라벨에 밀린 시신경척수염 신약

시신경척수염 범주질환(Neuromyelitis Optica Spectrum Disorder, NMOSD)의 속내는 더욱 복잡하다. 

지난 2021년 정식 허가 약제들이 줄줄이 도입 됐으나 아직까지 처방이 가능한 신약은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최근 로슈 '엔스프링'(사트랄리주맙)이 급여 등재를 위한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처방에 한걸음 가까워졌지만, 사실상 4차 치료제로 급여 적용이 예상되면서 환자들은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허가 약제가 없는 상황에서 오랜 기간 사용돼 온 오프라벨 약제들이 앞단에 견고하게 자리잡고 있어서다. 

현재 시신경척수염 범주질환에는 아자치오프린(AZT), 마이코페놀레이트(MMF), 리툭시맙(RTX)과 같은 오프라벨 약제들이 주요 1,2,3차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급여를 목전에 둔 엔스프링은 대규모 글로벌 임상시험을 통해 시신경척수염 범주질환 재발 방지에 대한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 받은 신약이다. 

전 세계 신경질환 전문가들이 리뷰한 문서에 따르면 해외에서는 1차 치료제로 권고될 만큼 임상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약제기도 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논의 중인 급여 기준에 따라 오프라벨 약제들을 모두 거치고 최후의 보루처럼 사용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처럼 허가 받은 정식 약제가 급여 조건에 의해 오프라벨 약제보다 더 사용이 까다로워지자 일각에서는 정부가 사실상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오프라벨 약제 사용을 오히려 권고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신경과 A 교수는 "시신경척수염은 재발을 막기 위한 선제 치료가 중요함에도 사트랄리주맙이나 에쿨리주맙 대신 면역억제제 위주로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들 신약 급여 기준이 까다롭거나 비급여로 묶여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1차 치료제인 아자티오프린이나 3차 치료제 리툭시맙은 10%에서 50%까지 재발률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오프라벨 약제, 허가약 대비 부작용 위험 높아 

오프라벨 약제들은 체계적인 임상연구를 바탕으로 해당 질환에서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 받은 약제가 아닌 만큼, 효과 및 부작용 측면에서 우려가 존재한다. 

실제  2016년 JAMA 인터널 메디신(Internal Medicine)에 게재된 캐나다 연구에 따르면, 성인에서 오프라벨 약제 사용은 약물 부작용과 상관관계가 있으며, 정식 허가를 받은 약제(on-label) 사용 대비 약물 부작용 발생 위험은 44% 높았다. 

이에 강력한 과학적 근거가 없는 오프라벨 약제 처방은 주의해야 한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이는 소아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서울대 약대·가천대 약대·서울대 의대 공동 연구팀이 지난 8월 내놓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아중환자실 입원 환자 10명 중 9명은 오프라벨 약제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오프라벨 약물 부작용 중증도는 정식 허가 받은 약제보다 약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증 약물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허가의약품을 사용했을 땐 38.9%였으나 오프라벨 약제를 사용할 땐 69%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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