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의료 질을 향상시키고 필수·지역 의료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의료수가와 보상체계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에 필수 분야의 의사인건비를 지원하기 위한 정원지불제 도입과 기본 진료 수가 개선을 통해 기피과 의사를 확충하고 환자와 의사간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 시각이 제시됐다.
또 진료수가를 높인다면, 국민들이 진료 질이 개선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평가기준을 마련하는 것과 함께 진료 시 환자 및 보호자가 의사에게 제대로 질문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관련 교육과정을 전공의 수련과정에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도출됐다.
13일 '의료수가와 보상체계'를 주제로 서울의대 양윤선홀에서 열린 '의료개혁, 현장이 말한다' 연속 토론회에서 이같은 의견들이 공유됐다.
이태진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장은 필수과에 대한 정원지불제를 제안하며 "금전적, 비금전적 보상을 해줄 수 있는 제도라고 생각한다"며 "행위별 수가제도와 달리 정부에서 일정비율로 인건비를 보장해주는 것으로, 이를 통해 의사가 병원으로부터 환자를 많이 봐야 한다는 압박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고, 없어서는 안 될 필수과라는 '사회적 인정'이 비금전적 보상으로 작용해 자부심을 느끼며 일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영건 차의과대학교 예방의학교실 교수도 정원지불제에 공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도 "지불제로 하면 건강보험 영역으로 인건비를 지원할 근거가 없다. 때문에 지역에 의사 구하기가 어려운데 국가에서 인건비를 50% 정도 상한선을 두고 국가정책적으로 인건비 지원사업을 하면 효용이 있을 것 같다. 다만 필수과, 기피과 분야를 어디로 할지는 보다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병준 서울대병원 사직 전공의는 정원지불제에 공감을 나타내면서도 "의료 취약지역 및 기피과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는 있지만 전문적인 의료인프라, 의료전달체계와 맞물려 가지 않는다면, 기대하는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지방의료원이나 지역거점 국립대병원 등에서 투자를 사실 많이 해왔다. 특히 기피과에 대해서 시설도 새롭게 확충하고 중환자실도 짓고, 인력도 많이 뽑았다. 하지만 의료 이용 형태를 보면, 중증질환들을 해당 지역 및 권역에서 해결하는 비율이 굉장히 낮다. 환자가 자유롭게 병원을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중증환자가 서울로 가겠다면 제지할 수 있는 기전이 없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또 "중증, 희귀 질환 환자에 대한 수술 등을 진행하려면 의사만 있어서는 안 된다. 마취과, 중환자 전담 전문의와 전문 간호사 등이 다 갖춰져 있어야 한다"며 환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간헐적인 수술에 대응해 의사를 포함한 수술팀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운 지방의료의 현실에 대해 언급했다.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대표는 세금, 또는 건강보험료 등을 통해 보상이 이뤄지는 만큼 정원지불제를 만약 채택해 시행한다면, 시행 대상인 필수과 범주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 그 범주를 정할 때 의료소비자들의 의견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 3분 진료 벗어나 '진료 질' 향상시키려면 '진찰료' 현실화돼야
의료 질 향상에 대한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는 부분이 3분 진료에 대한 얘기다. 이 같은 행위가 이뤄지는 데는 많은 환자가 몰리는 상황에서 환자 기다림을 최소화하기 위한 부분도 있지만 근본적인 부분은 진료수가가 턱없이 낮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토론회에서는 기존 진료수가를 개선해 환자와 의사간 라포를 형성해 신뢰를 쌓을 수 있는 환경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우병준 서울대병원 사직 전공의는 "우리나라는 자원 기반 상대가치점수제도에서 기본 진료에 대한 평가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행위에 대한 화두만 집중돼 왔다"며 "의대에서는 환자를 볼 때 문진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병원으로 들어서는 순간 환자 얼굴만 보고 검사 보내고, 영상찍고, 이런 부분을 환자에게 짧게 설명하고, 민망할 정도로 결과만 전달하는 방식으로 오랜 기간 우리나라 의료가 진행돼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의사, 환자 관계에서 인간이 소외되는 결과를 낳았다. 그 배경에는 진찰료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사들도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고 치료 과정에 대한 논의를 하는 과정 자체가 점점 중요해지는 시대가 되고 있다. 실제로 설명의무라든지, 기록에 대한 법적 책임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보상체계에서는 이런 부분들이 굉장히 소외되고 있는 것이 큰 문제"라며 "어떤 지불방식으로 가든지 기본 진료료를 혁신적으로 정부에서 밀어주지 않는다면, 근본적인 해결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연구교수도 진찰료 수가 개선에 100% 공감한다면서 "2001년에 제도 도입 이후 진찰료는 지난 23년간 한 번도 손대지 않았다. 상대가치 개정시 손을 보려고 했지만 재정소요가 만만치 않다. 그래서 3차 개편 때도 진찰료는 손을 대지 못했다. 즉 현재의 진찰료로는 병원 단위를 유지할 수 없다. 그래서 환자들의 얼굴만 보고 검사를 보내는 현상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진찰료를 현실화하는 것이 너무나 중요한 과제"라고 꼽았다.
또 "수가를 얘기하면서 공정보상을 받는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래서 정부에서 기울어져 있는 과에 대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수술, 마취, 소아, 산부인과 등의 분야를 인상을 하겠다고 발표를 했다. 그 균형이 맞춰진 다음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번이 기회라고 생각된다"며 논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유미화 대표는 "진찰료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 부분에 동의하지만 여기에 따라야 할 부분이 진찰에 대한 질 평가다. 진찰에 대한 수가를 올린만큼 질적으로 개선이 돼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한 평가가 동반돼야 한다. 또 진찰료 상승으로 의사와 환자간 대화하는 시간이 길어질텐데 환자나 보호자가 궁금한 부분을 물어볼 역량이 안 된다. 그래서 의료소비자 교육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공의 수련과정에서 일반 소비자를 만나서 소통하고 이해하는 환경을 만들어서 소비자들의 생활을 이해하고, 어떻게 의사와 환자간 간격을 좁힐 수 있을 것인지, 이런 부분들을 같이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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