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치의제'로 일차의료 강화될까…의료계, 기대와 우려 공존

의료 분절·환자 주도적 진료 선택…과도한 닥터 쇼핑 부추겨
재정 투입 없이 추진 땐 실패 가능성 커…의료 이용방식 고려한 설명과 설계 필수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5-07-05 05:56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이재명 정부의 정책 기반이 될 민주당 대선 공약집에 맞춤형 주치의제가 포함된 가운데, 의료계는 주치의제를 통한 일차의료 시스템의 효율성 개선에 대한 기대와 함께 구체적 계획과 재정적 뒷받침 없이 추진될 경우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를 동시에 제기하고 있다.

'맞춤형 주치의제'에 대한 추진 방향과 보상체계, 인력양성계획 등은 민주당 대선 공약집을 통해 볼 수 있다. 여기에는 노인질환·소아질환 중심 단계별 주치의 등록 활성화를 통해 전 국민 주치의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 활성화 방안으로 ▲등록 환자 수와 성과지표 등에 따른 합리적인 보상과 인센티브 부여 ▲환자질환별 특성을 고려한 주치의 서비스 제공체계 마련 ▲공동수련 프로그램을 통해 일차의료 전문의 육성체계를 확립하겠다고 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주치의제 도입을 반기는 분위기다. 현재는 일차의료체계가 전문의 중심으로 분절화됨으로써 구조적으로 의료비용 지출이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일차의료 중심의 주치의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를 통해 포괄적이고 지속 가능한 진료체계를 만들어 환자만족도를 높이고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4일 대한가정의학회 강재헌 이사장은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일차의료(Primary Care, 프라이머리 케어)는 통상 사용하는 의원급 진료, 1차 의료가 아니라 연령·성별에 관계없이 질병에 무관하게 포괄적이고 지속적으로 보면서 필요한 경우 상급 병원으로 의뢰하는 역할까지 하는, 조정자 역할까지 하는 것을 말한다"며 이재명 정부가 공약에서 말하고 있는 바는 1차 의료가 아닌 일차의료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진료 횟수가 과도하게 많다고 지적했다.

강 이사장은 "국민 1인당 병원 진료받는 횟수를 보면 OECD 평균은 1인당 3회~4회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15회~16회다. 일본과 함께 가장 많은 횟수를 나타내고 있다. 우리는 당뇨 환자는 1차 의료기관인 내과의원에, 눈 아프면 안과의원에, 무릎 아프면 정형외과의원에 가는 의료 분절화가 돼 있다. 이로 인해 굉장히 많은 닥터 쇼핑과 고비용이 지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자 스스로가 질환을 진단 후 전문 과를 선택하는 방식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강 이사는 "단순한 증상으로는 어느 과에 맞는지 결정하는 것이 의사들도 쉽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런데 흉통이 있으면 환자가 심장 문제라고 생각해 순환기내과로 가는 식으로 선택하고 있다"며 이러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대안이 주치의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주치의제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미흡한 만큼 시범사업형태에서 출발해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 이사장은 "우선은 국민들도 주치의제를 체험해봐야 왜 좋은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준비가 돼 있고 할 만한 여건이 되는 지역부터 시범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주치의제에 참여할 의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보상체계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시범사업으로 시작해 점점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주치의제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제도를 도입하기에 앞서 주치의제를 통해 무엇을 실현할 것인지 명확한 목표와 방향 설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주치의제 도입한 해외 국가의 해당 국민들이 제기하고 있는 불만과 부작용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좌훈정 일반과개원의협의회장은 "주치의제라는 명칭에 대한 환상을 갖지 말고 주치의제를 도입하고 싶다면 추구하는 목표나 방향을 분명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 英연방국가들의 주치의제도는 오랜 대기시간과 절차 등으로 해당 국가 국민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럼에도 재원은 많이 들어서 비효율적인 제도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1차의료시스템과 국민의 의료이용방식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주치의제를 도입할 경우 혼란과 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좌 회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전 국민 의료보험 도입 시부터 전문의 중심의 1차 의료제도가 정착됐다. 때문에 한 의사가 폭넓게 여러 질환들을 진료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질환들에 대해 환자가 전문적인 의사를 찾아가는 방식이다. 이러한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는 국민들에게 주치의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하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사전에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특히 제도의 실질적인 적용을 위해서는 충분한 재정 지원이 필요한 만큼 의료비 절감만을 내세운 접근방식은 현장 의료진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는 시각도 전했다.

좌 회장은 "어르신, 장애인, 아동을 대상으로 포괄적 건강관리를 하겠다는 취지는 좋으나 그런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지금은 일차의료에 있어서도 환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져 기본적인 진료나 상담만으로는 충족이 어렵다. 그에 뒤따르는 재원이 투입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런데 그동안 논의됐던 주치의제도는 오히려 의료비를 절감하려는 목표와 방식이었기에 의사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실효성이 없었다. 따라서 새 정부도 이러한 점들을 분명히 알고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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