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희귀질환 치료, 골든타임 놓쳐선 안돼…제도 개선해야"

11일 '소아 희귀질환 치료제 접근성 강화를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 개최
알라질증후군·PFIC 등 희귀질환, 신약 접근성 개선 제기
신속 등재 위한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의 제도화 촉구
건보공단, 희귀질환 약제비 지출 높아…재정규모·형평성 등 고려해야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5-07-12 05:56

(시계방향)김진화 (사)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부장, 고홍 세브란스병원 희귀간질환클리닉 팀장, 고재성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정진향 (사)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총장,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좌장), 김형민 국민건강보험공단 신약관리부장, 김국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장, 김연숙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 사진=김원정 기자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소아 희귀질환 치료제 사용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접근성 강화를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의 제도화와 급여평가기준의 유연화가 과제로 제시됐다. 다만 정부는 제한된 건강보험재정과 약제 간 형평성 문제를 고려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11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 주최로 열린 '소아 희귀질환 치료제 접근성 강화를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이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김진화 (사)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부장은 '소아 희귀질환 치료환경의 한계점과 개선과제'를 발제로 국내 희귀질환 치료제 접근성이 다른 국가에 비해 현저히 낮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OECD 주요 국가 중 허가 후 희귀의약품 도입이 하위권 수준이며 2013년부터 2022년을 기준으로 희귀 신약 허가 후 보험등재까지 평균 26개월, 최대 87개월 이상 소요된다. 특히 소아 희귀질환 치료제는 전체 의약품 지출 중 최근 10년간(2010~2020년) 6% 상승했으나 다른 항암제나 연령대비 비중을 보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또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가 2023년 시행한 희귀질환 환우 대상 국가 지원실태 조사를 보면 치료제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응답한 희귀질환자가 52.6%이며 이 중 보험적용이 되지 못해 치료제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50%, 식약처의 허가가 이뤄지지 않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40%로 나타났다.

김진화 부장은 "실태조사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소아 희귀질환 치료를 위해서는 신속한 급여를 통한 접근성 개선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이는 환자와 가족들의 생애 전반에 걸쳐 새로운 가능성과 기회를 부여할 수도 있고 박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세션에서는 의료 현장에서의 실제 사례도 발표됐다. 

고재성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소아 담즙정체성 질환 환자 삶의 이해 및 치료접근성의 한계점과 제도개선 방안 모색-알라질증후군'을 발제로 알라질증후군의 증상과 치료 환경에 대해 설명했다.

발표에 따르면, 알라질증후군은 담즙이 잘 배출되지 않아서 담즙이 간세포 내에 축적되면 간이 손상되고 가려움증(소양증)을 유발하게 되는 극희귀질환으로 국내에는 약 200명의 환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알라질 증후군이 발생하면 75%가 심한 가려움증을 호소하고 이로 인한 수면 장애, 학습 장애가 생기고 가족 삶 전체가 저하된다. 

또 24%에서 콜레스테롤이 올라가기 때문에 피부에 지방종, 황색종이 생기기도 한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간경화가 증가하게 된다. 이러한 증상으로 인해 알라질증후군 환자의 72%는 생후 5년 안에 간 이식을 받는다. 간이식을 받는 평균 연령은 3세이며 이식 후에는 평생 면역 억제제를 복용해야 하고 수술로 인한 외과적 합병증 및 이식 거부 반응, 감염의 위험성이 증가하게 된다.

고재성 교수는 "알라질증후군 치료를 위해 기존에는 간질환 보조제인 우루사와 결핵 치료제인 리판핀(Rifampicin), 두드러기를 완화하는 항히스타민제,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는 담즙산 흡착제 등을 사용하고 있지만 가려움증을 개선하거나 간경화를 막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고 짚었다.

이어 "그런데 최근 '회장 담즙산 수용체 억제제'가 개발됐고 이 약물은 회장에서 담즙산이 재흡수가 되는 것을 억제하고 흡수되지 않은 담즙은 대장으로 배출시킨다. 그래서 이 약은 혈청 담즙산 농도를 감소시킬 수 있고 소양증을 개선할 수 있다. 즉 이식수술 없이도 생존율을 향상시킨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회장 담즙산 수용체 억제제는 '마라릭시뱃(maralixibat, 리브말리액)'으로 3개월 이상 알라질증후군 환자의 담즙정체성 소양증 치료에 효과가 있다. 이 약제는 미국에서 2021년에 처음 승인된 이후 유럽, 캐나다에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2023년에 허가가 됐다. 하지만 아직 급여는 승인되지 않았다. 

또 오데빅시바트(odevixibat)는 1세 이상의 알라질증후군 환자의 담즘 정체성 소양증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2023년에 미국, 지난해에 유럽에서 승인받았다.

고재성 교수는 "회장 담즙산 수송체 억제제는 가려움증과 혈청 담즙산 농도를 감소시키고 생활의 질과 성장을 향상시키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간이식의 필요성을 감소시킨다"며 이에 "효과적인 소아 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한 신속한 급여 등재를 위한 허가-평가-협상 병행사업의 제도화와 함께 치료 접근성 확대를 위한 급여평가기준의 유연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서는 또다른 사례로 고홍 세브란스병원 희귀간질환클리닉 팀장이 '소아 희귀질환 접근성 개선을 위한 정책 및 제도개선 제안'을 발제로 PFIC(Progressive Familial Intrahepatic Cholestasis, 진행성 가족성 간내 담즙정체증)를 설명했다.

PFIC는 극희귀질환이며 5~10만명 당 1명 정도에게 나타나고 있으며 국내에는 50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고홍 교수는 "PFIC는 치료법이 있다고 말하기 부끄럽지만 약국에서 흔히 살 수 있는 우루사를 이 질환을 앓는 아기들이 복용한다. 그런데 우루사는 치료약이 아니라 증상 완화 혹은 간 손상을 더디게 해주는 정도밖에는 효과가 없다"며 "알라질 증후군이 기존에 쓰던 약과 비슷한 약제를 쓰다가 안 되면 '간 이식'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고 교수는 질병의 조기 진단을 통해 치료접근성 개선을 위해 ▲신생아 선별검사와 유전자 검사 접근성 확대 ▲해외 승인 약물의 조기 도입 및 오프라벨(off-label) 처방에 대한 임상근거 확보 지원 ▲소아환자 대상 치료제 개발에 대한 인센티브 정책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검토 절차를 동시에 진행해 급여 결정까지의 시간을 단축하려는 취지의 시범사업으로, 선정된 신약의 허가 및 보험등재 논의의 첫 단계에 학회(전문가)가 참여해 사전협의를 진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보다 더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관점이다. 

아울러, 권역별 희귀질환 센터를 지정하고 여기서 인력 양성도 함께 진행해 지역간 의료접근성 격차를 좁히는 방안도 제안했다.
'소아 희귀질환 치료제 접근성 강화를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좌장인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이 패널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원정 기자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정진향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총장은 "치료제가 국내에 들어온다고 해도 환자가 건강보험을 통해 쓸 수 있기까지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이 공백을 줄이기 위해 희귀질환 치료제, 특히 소아 대상 치료제에 대해서는 별도의 신속 등재 트랙을 만들어야 한다"고 봤다.

또 "정부가 허가, 급여, 협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지만 아직도 오래 걸린다. 이는 아이들의 소중한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들고 결국 평생의 기회를 잃게 만든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환자단체의 우려에 대해 정부는 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밝혔다.

김연숙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중증 질환 및 희귀 난치 질환에 대해서는 어느 분야보다 우선순위에 있다"며 "허가, 평가, 협상의 세 단계를 동시에 진행해서 좀 획기적으로 더 단축해 보자는 노력을 시범사업을 통해서 하고 있다. 이번 시범사업 결과가 잘 정리돼서 빨리 제도화되길 바라고 있다. 희귀 질환, 특히 소아 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해서는 좀 더 획기적으로 속도를 낼 수 있도록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였다.

토론회 좌장인 이주영 의원은 "허가, 평가, 협상 시범사업을 시범사업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외의 좋은 원스톱 사례들을 다양하게 평가하고 이미 전 세계적으로 여러 국가에서 허가가 난 약품들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서도 허가해 준다면 조금 더 빠르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첨언했다. 

신약의 빠른 도입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와 함께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김국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장은 "희귀질환 치료를 위해서는 평생을 약을 먹어야 한다. 그런데 신약은 임상결과가 좋게 나왔더라도 장기적으로도 동일하게 효과가 유지될지는 불확실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근 진행된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심의 결과를 언급하며 "PFIC에 대해서는 급여 적정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서 공단에서 제약사와 협상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에 약평위 심의에서 급여적정성을 인정받은 신약 '오데빅시바트(odevixibat, 빌베이)'는 PFIC 환자의 소양증 개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허가신청-급여평가-약가협상 병행 시범사업'을 통해 진행됐다.

토론회에선 소아 희귀질환 치료제 접근성 개선을 위한 급여 등재 필요성에 대한 공감하면서도 한정된 재정 안에서의 타 질환과의 형평성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마지막 토론패널인 김형민 국민건강보험공단 신약관리부장은 "공단은 생존 및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소아 질환 치료제의 조속한 급여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희귀질환자 수는 적지만 건강보험 통계에서 희귀 약품의 청구 규모나 희귀난치성 환자의 약품비는 상당한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환자 당 투약 비용도 일반 약재비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희귀질환 치료제 외에 다른 모든 약제, 타 질환과의 형평성, 한정된 재원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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