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부터 현재까지 제약사들은 의약품을 중심으로 성장해왔고, 바이오업체들은 그 외 시장에서 다양한 사업과 전략에 도전하며 변화를 이끌고 있다. 끝없는 성장과 변화는 제한돼있는 내수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각 제약사와 바이오업체는 선택과 집중, 다각화와 전문화 등을 통해 지금 이 순간에도 '주력사업' 확보와 유지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에 주력사업 살펴보기, 줄여서 '주사기' 코너에서는 각 제약사와 바이오업체 성장에 앞장서고 있는 주력사업이 갖는 입지와 영향력, 향후 전망 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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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문근영 기자] 일동제약그룹이 창립 84주년을 맞았다. 창업주 고(故) 윤용구 회장이 1941년 서울 종로에 설립한 극동제약은 일동제약그룹으로 커졌고, 수십 년간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며 국내 산업 발전에 일조했다.
특히 일동제약그룹은 의약품 제조 및 판매업을 주력 사업으로 추진하며 성장을 꾀했다. 1942년 극동제약은 일동제약으로 상호를 변경하고 위장약 '이노아레와'를 비롯해 해열진통제, 구충제 등 여러 의약품을 생산·판매했다.
일동제약은 1963년에 전환점을 맞았다. 활성 비타민 '아로나민' 출시로 성장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실적 기준, 아로나민 품목군이 일동제약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19%로 주요 제품군 가운데 가장 높다.
이 회사는 영업과 광고 측면에서 전략적으로 움직여 아로나민 대중 인지도를 높였고, '아로나민골드'를 시장에 내놓으며 브랜드를 확장했다. 해당 품목은 아로나민 효능·효과를 개선한 제품으로 최근까지 시장에서 팔리고 있다.
주력 사업은 1970년대로 이어졌다. 이 회사는 1971년 미국 기업 와이어스와 기술제휴를 맺고 전문의약품 개발을 시작했다. 일동제약은 생산 노하우만 전수받은 후 원료 합성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자체 기술로 해결했다.
일동제약은 이런 과정을 거치며 뇌혈행 대사 개선제 '사미온', 신경안정제 '아티반', 피부 궤양 감염 치료제 '일바돈크림' 등 전문의약품을 출시했다. 또한 제산제 '암포젤엠' 등 일반의약품을 허가받아 판매했다.
연구소 설립·공장 준공, 주력 사업 확대 기반 구축…해외 시장 공략·매출 성과 확인
해당 시기는 윤원영 일동홀딩스 회장(故 윤용구 회장 차남)이 일동제약을 이끌기 시작한 때와 맞물린다. 1964년 일동제약에 입사한 윤원영 회장은 1976년 일동제약 대표이사로 취임해 회사 경영 전반을 살폈다.
당시 일동제약은 청주공장 건설로 의약품 원료 생산 역량을 높이고, 1980년대 들어 항생제 '시오마린', 소화성 궤양 치료제 '큐란', 윌슨병 치료제 '알타민캡슐' 등 다양한 의약품을 생산·판매하며 제약업계에서 입지를 다졌다.
아울러 이 회사는 1982년 일동제약중앙연구소를 설립하고 1987년 안성공장을 준공하며 주력 사업 확대 기반을 마련했다. 안성공장은 단일 공장 가운데 국내 최대 규모를 기록했으며, 1988년에 KGMP 적격업소 인증을 받았다.
1990년대는 일동제약이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실적 성과를 달성한 시기다. 1992년 양재동 사옥으로 이전한 이 회사는 199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아로나민골드를 수출했으며, 1996년 매출액 1000억원을 넘어섰다.
일동제약은 21세기 들어 의약품 제조 및 판매업에 집중하며 성과를 이어갔다. IMF 때 워크아웃(채권단 주도로 기업을 회생하는 절차) 위기를 극복한 이 회사는 2005년과 2008년에 각각 매출액 2000억원, 3000억원 고지를 밟았다.
이 회사는 이런 과정에서 의약품 연구개발(R&D) 및 생산 기반 강화에 나섰다. 2008년 동탄신도시에 새로운 연구소를 완공한 후 이전했으며, 안성공장 부지에 세파계 항생제와 세포 독성 항암제 공장을 짓는 공사를 시작했다.
세파계 항생제와 세포 독성 항암제 공장 완공 시점은 2010년이다. 일동제약은 약 700억원을 투자해 의약품 생산 능력(연간 3000억원)을 키웠으며, 같은 해 세파계 항생제와 세포 독성 항암제 공장 KGMP 승인을 받았다.
국산 신약 28호 '베시보' 개발…유노비아 등 자회사로 신약 R&D 진행 중
2010년대 이 회사는 R&D 부문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새로운 의약품을 선보였고, 국산 신약 28호 '베시보(베시포비르)'를 허가받았다. 베시보는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판매를 승인한 품목으로, 만성 B형 간염치료제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베시보는 라미부딘(만성 B형 간염 치료제)에 내성을 보이는 B형 간염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으며, 기존 치료제에서 나타난 부작용(신장 독성 및 골밀도 감소) 발생 확률을 낮춰 안전성을 높인 제품이다.
이런 성과는 윤웅섭 일동제약 부회장(故 윤용구 회장 손자, 윤원영 일동홀딩스 회장 장남)이 일동제약을 이끄는 과정에서 나타났다. 2005년 이 회사에 입사한 윤 부회장은 2013년 대표이사 부사장을 거쳐 2021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과거 한 인터뷰에서 윤웅섭 부회장은 베시보에 대한 애착을 드러낸 바 있다. 또한 그는 올해 정기주총에서 소화성 궤양 치료제 P-CAB 신약 후보물질 라이선스 아웃 등 성과를 언급하며 R&D에 관심을 두는 모습을 보였다.
일동제약은 최근까지 신약 연구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2016년 인적 분할로 의약품 제조 및 판매업에 지속적으로 주력하면서, 2023년 R&D 사업 물적 분할로 자회사 유노비아(지분 100%)를 설립해 연구개발에 힘쓰고 있다.
비만, 당뇨 등 대사성 질환 신약 후보물질 'ID110521156'는 일동제약이 기대를 걸고 있는 신약 파이프라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유노비아는 지난달 미국당뇨병학회에서 ID110521156 연구 성과를 공개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일동제약은 관련 자료에서 지난해 1상 단회 투여 용량 상승 시험(SAD)을 완료하고 반복 투여 용량 상승 시험(MAD)을 진행 중이라며, 기존 GLP-1 RA 계열 약물과 달리 유효 용량 범위 전반에 걸쳐 위장관계 부작용이 적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지분 40%를 보유한 아이리드비엠에스를 통해 다른 신약 파이프라인도 연구 중이다. 아이리드비엠에스는 유럽종양학회를 비롯해 미국흉부학회 등 국제 무대에서 표적단백질분해(TPD) 분자접착제, 폐섬유증 치료제 등 연구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아울러 아이리드비엠에스는 지난 4월 미국심장학회에서 심장질환 신약 후보물질 'IL21120033'을 공개했으며, 지난달 유럽류마티스학회에 참가해 자가면역질환 신약 후보물질 관련 전임상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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