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공의협의회 박창용 비상대책위원. 사진=박으뜸 기자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은 정부, 국회, 의료계가 모두 주목하는 사안이다. 보건복지부는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을 운영 중이며, 국회에서도 전공의 특별법 개정안 연달아 발의됐다.
이에 따라 의료계는 전공의 수련환경 변화를 '예정된 미래'로 보고 뉴노멀 수련병원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근무시간 단축이 현실화되면, 지금까지 병원 진료의 상당 부분을 맡아온 전공의의 공백은 불가피하다. 특히 국내 대형병원은 전공의 의존도가 40% 안팎에 달해, 해외 주요 수련병원(10%대)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높다.
이 때문에 환자 진료의 연속성과 교육의 질을 동시에 지키려면 입원전담전문의의 역할과 운영 방식 자체를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일 열린 '뉴노멀 수련병원의 로드맵을 위한 제안 -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입원의학의 역할' 공동 세미나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 박창용 비상대책위원은 "수련환경 변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며 "입원전담전문의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2016년 시범사업을 거쳐 2021년 본사업으로 전환됐다. 이 제도는 현재 50병상 기준으로 1형(주 5일 주간, 전문의 25:1), 2형(주 7일 주간, 17:1), 3형(주 7일 24시간, 10:1)으로 구분된다.
운영 형태는 입원전담전문의가 직접 담당의로 진료하는 독립형(내과계 중심)과 집도의와 협력하는 협력형(외과계 중심) 모델로 나뉜다.
의정 사태 이후 3형(24시간 전담형)의 비중은 이전보다 늘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야간 근무 기피, 최소 6명 이상 인력 필요, 운영비 대비 낮은 보상체계 등으로 확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이 현실화되면 야간·주말 진료 공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1형과 2형은 일정 수준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환자 안전성과 교육 기회까지 모두 담보하기 위해서는 결국 24시간 전면 커버리지가 가능한 3형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공의들의 실제 경험도 엇갈린다. 일부는 "교육적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지만, 또 다른 곳에서는 "제도가 부실해 부담만 커졌다"고 증언했다.
박 위원은 "교수진의 태도와 제도 운영 방식에 따라 교육 효과 편차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새로운 대안으로 '티칭 협력형 모델'을 제시했다. 이 모델은 입원전담전문의가 실무를 담당하고, 전공의는 연차별 교육 목표에 맞춰 역할을 분담하는 구조다.
박 위원은 "제한된 인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전문의가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려 환자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동시에 전공의 교육의 질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근무시간 단축에 따른 전공의 업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단기 입원 병동(72시간) 확대도 제안됐다. 응급실에서 입원환자로 분류된 환자의 초기 처치부터 입원 초기까지 전담전문의가 맡아 관리하는 형태다.
그러나 제도 확산의 핵심은 수가 체계다. 현재는 유형별 수가 차이가 크지 않고, 오히려 1형이 2형보다 수익성이 높은 '수가 역전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박 위원은 "야간·주말 가산, 3형 전용 인센티브 신설, 지방·중소병원 가산 등 유연한 수가 모형이 필요하다"며 "추가 예산 투입 없이도 유형별 수가 세분화를 통해 운영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제도의 확산을 가로막는 지역 격차 문제도 짚었다. "과거 시범사업 단계에서는 지역 수가 가산이 검토됐지만 본사업에서 제외됐다. 지방 의료기관에 대한 가산을 통해 인력 불균형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제도 관리 체계의 한계도 언급됐다. 박 위원은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전담 관리할 정부 부처나 위원회가 없어 현재는 심평원 의료수가실이 맡고 있는 수준"이라며, "제도 발전을 위해 정부 내 전담 부서 설치와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과 특별법 개정안 발의로 수련환경 변화는 이미 예정된 흐름이다. 이에 따라 입원전담전문의의 역할 확대와 제도 재설계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꼽힌다.
박 위원은 "수가 역전 현상을 개선하고, 2형·3형 확대와 티칭 협력형 모델 도입을 통해 환자 안전, 의료 질, 전공의 교육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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