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 법제화가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정부가 세 차례에 걸쳐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핵심 요구는 여전히 반영되지 않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26일 박단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이자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SNS를 통해 수급추계위법 대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날 국회와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수급추계위법 수정 대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지난 20일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에서 논의된 두 번째 수정 대안에 이어 세 번째다.
의료계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산하 구조에선 추계위원회 독립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 의료계 추천 위원 과반 구조는 직종별 단체 추천 위원으로만 이뤄지고 이해관계가 다른 의료기관 단체 추천 위원은 별도 배정해야 한다는 점, 추계위 결론에 대한 구속력이 담보돼야 한다는 점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날 정부가 제출한 대안은 보정심이 아닌 사회적 합의 기구로 의료인력양성위원회를 신설하고 산하에 직종별 추계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식을 택했다. 다만 보건복지부 장관 소속으로 두고 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다.
위원 구성의 경우 기존 15명에서 16명으로 늘리고 의료인력·기관 단체 추천 전문가가 9명이 되도록 했다. 수요자 단체 추천4명과 학계 추천 3명도 포함된다.
두 번째 대안에서 제시된 부칙은 빠졌다. 내년도 의대정원에 추계위 결론을 반영하는 게 물리적으로 어렵다면 대학과 교육부 장관이 협의해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20일 법안소위 논의 당시 협의에 의대 학장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지만, 이번 대안에선 빠진 것이다.
박단 비대위원장은 지난 20일 발표된 두 번째 수정 대안과 본질적 차이가 없어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료계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단 이유다. 여전히 전문가 중심이 아닌 관료 중심 행정을 이어가겠단 정부 의지가 느껴진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먼저 독립성 부분을 지적했다. 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위원 구성과 운영은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어 기존과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다. 결국 어용 기구이며 독립성과 객관성을 보장할 수 없어 윤석열 대통령 독단적 행태가 재발할 수 있는 구조란 설명이다.
위원 구성도 의료계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사용자 단체인 의료기관 단체 추천 전문가를 제외하고 직종별 단체 추천 전문가가 과반이 돼야 한다는 의견을 지속 전달했지만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더해 의료기관 단체 추천 전문가는 위원으로 명시하는 것도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이해관계에서 자유롭지 않아 객관성이 보장되지 않을 우려가 크다는 이유다.
수급추계위원장 역시 학회, 연구기관 추천 전문가로 제한할 것이 아니라 위원 중 호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원 자격 요건에는 의료현장 목소리 반영을 위해 임상 경험을 추가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실무를 담당할 수급추계센터 역시 정부 출연 연구기관과 공공기관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 각 대학 등 전문성과 독립성이 확보된 곳을 위원회에서 선정하는 식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2026년 의대정원 관련 부칙을 수급추계위법과 연계하기 위해 속도를 내기 보단 충분한 논의를 거쳐 수용성 있는 법안 마련으로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2026년 의대정원을 수급추계위에서 논하기엔 한계가 있어 법안과 분리해 별도 논의를 거쳐야 하는 사안이란 입장이다.
박 비대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관계 부처 독단적 행정으로 대한민국 의료는 급격히 붕괴되고 있다"며 "수급추계위 결정으로 대한민국 의료 40~50년 미래가 좌우된다. 부칙으로 인해 충분한 논의 없이 졸속으로 처리돼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청년 의견이 배제된 채 관료 중심 왜곡된 구조로 수급추계위원회가 구성된다면 불신과 갈등은 악화될 것"이라며 "충분한 논의를 거쳐 법안을 제정하고 실효성 있고 지속 가능한 의료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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