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10일 열린 대한의사협회 대선 정책제안 보고회는 단순한 정책 나열을 넘어 '의료정상화'를 위한 청사진이자 정치권과 국민에게 동시에 보내는 전략적 메시지였다.
의협은 "이번 제안은 의사의 권익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권을 위한 것"이라고 명확히 선을 그으며, 조기대선 정국 속에서 의료계가 단순한 이해 당사자가 아닌 국정 방향을 제안하는 '주체'임을 자임했다.
의협 김택우 회장
이러한 문제의식은 김택우 회장의 개회사에서도 확인됐다.
의협 김택우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이번 정책 제안은 단순히 의사의 권익을 대변하는 주장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의료계 대표단체의 책임 있는 목소리"라며 "지금의 혼란과 갈등 상황을 봉합하고 대한민국 의료가 정상화되기 위한 비전이자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의 이번 정책제안서는 '지속가능한 미래 의료체계 구축', '모두를 위한 보편적 의료서비스', '신뢰하고 안심하는 의료환경 조성'이라는 3대 키워드에 따라 체계적으로 구성했다.
첫 번째 제안인 '지속가능한 미래의료체계 구축'에서는 보건부 신설을 통한 의료 거버넌스 혁신이 핵심이다. 보건부 신설과 보건의료 전문가 중심의 정책 구조 개편, 민관협력 기반의 행정 체계가 주요 내용이다.
정책제안서를 설명하는 의협 김창수 단장
의협 대선기획본부 공약연구단장 겸 공약준비TF위원장 김창수 단장은 "그간 복지 중심 행정 구조에서 보건의료가 소외돼 왔고, 감염병 대응에서도 일관된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며 "전문가 중심의 조직 개편과 예산·인사권 확보로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의료정책 설계 단계부터 전문가가 상시 참여할 수 있는 협의체 설치와 함께,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평가 체계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건강보험 거버넌스 측면에서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의결 기능을 자문·심의 중심으로 전환하고, 공급자·가입자 간 동수 참여 원칙과 전문성 확보를 위한 위원 구성 개선을 골자로 담았다.
의료전달체계는 상급병원 쏠림 해소를 위해 수가 개편, 회송체계 정상화, 권역 내 진료 유인 방안 등을 통해 기능 분담을 명확히 하고 환자의 적정 의료이용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글로벌 의료 인재 양성과 미래 의료기술 개발 및 산업 혁신을 위한 국가 차원의 투자도 주문했다.
두 번째 제안 '모두를 위한 보편적 의료서비스'의 핵심은 일차의료 중심의 돌봄 체계 확립이다.
김 단장은 "지역의사회나 일차의료기관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가장 중요한 건 일차의사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재택의료 관련 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필수의료 체계와 관련해선 수련을 국가가 책임지고, 중점 교육·수련기관 지정 등 획기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의료개설자는 복수진료가 금지돼 있는데, 필수의료에 한해선 공공병원 내 진료를 허용해, 지역 내 복수진료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더해 김 단장은 "전국민 골든타임 확보를 위한 전략으로는 병원 간 공공이송 체계를 정비하고, 전원 시스템의 협조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 제안인 '신뢰하고 안심하는 의료환경 조성'에서는 지역 의료격차 해소가 최우선 과제로 꼽혔다.
김 단장은 "지역 맞춤형 수가 및 인센티브 체계 도입과 지역근무 의료인력 포괄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지역 의대 졸업 후 개원 시 장기 저리 융자, 세제 혜택 등을 통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민간·공공 의료기관의 지역 근무수당 현실화와 지역별 수가 시범사업, 공중보건의사 복무기간 24개월 단축 및 배치 적정성 확보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공보의의 경우 복무기간 단축 시 지원 희망률이 94.7%까지 상승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의료현장의 신뢰 회복을 위한 제도 개선도 포함됐다.
김 단장은 "의료분쟁은 필수의료 위기의 핵심 원인"이라며 "정상적 의료행위를 과잉처벌하지 않도록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을 제정하고, 필수의료 분야 사고는 국가가 책임지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의료사고 배상책임보험 가입을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 정책도 내놓았다.
대선 정책제안 보고회에 참석한 의료계 단체
김택우 회장은 이번 정책 제안은 국민을 위한 것이라 역설했다.
그는 "우리가 꿈꾸는 의료는 단지 의사를 위한 의료가 아니다. 국민과 함께 미래를 만들어가는, 모두를 위한 의료다. 오늘의 정책 제안은 대한의사협회가 국민 앞에 드리는 약속이며 대한민국 의료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청사진이다"고 말했다.
의협은 이번 정책제안서를 각 정당과 대선후보에게 전달하고, 향후 보건의료정책 수립 과정에 의료계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적극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