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토하는 아이, 쓸 약이 없다…소아 항구토제 '사각지대'

'온단세트론' 해외선 쓰지만 국내 용법은 '항암 후 구토'에 국한
오프라벨 처방 불가피…삭감·환수 우려에 수액 처치 후 지켜볼 수밖에
"머릿속엔 약 있는데 원칙 지키면 도와줄 방법 없어…안타깝다"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5-05-28 05:59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일선 소아청소년과 진료 현장에서 구토로 내원한 환아에게 사용할 약이 없어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사용 가능한 항구토제는 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 가이드라인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급여 기준엔 해당되지 않아 수액만 처방한 채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27일 메디파나뉴스 취재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 개원가 사이에선 소아에 적용할 수 있는 항구토제가 없어 진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소아에게 처방할 수 있는 항구토제는 대표적으로 '온단세트론'과 '메토클로프라미드' 성분 치료제들이 있다. 오리지널 의약품은 삼일제약 '조프란'과 동화약품 '맥페란'이다. 급여 가격은 주사제형 기준 온단세트론 성분은 3479~4634원, 맥페란 성분은 202~447원 수준이다.

소아 의료현장에서 선택 가능한 옵션은 온단세트론 성분 치료제다. 맥페란은 소아에서 추체외로 증상 등 부작용 가능성이 있지만, 온단세트론은 부작용도 덜하고 약도 잘 듣는다는 평가다.

문제는 온단세트론에 허가된 적응증이다. 급여로 인정되고 소아에게도 사용할 수 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 가이드라인이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급여 인정 기준에 따르면 항암치료에 의한 구토나 수술 후 구토에서만 사용 가능하다. 급작스런 구토로 내원한 소아에게는 임의비급여(오프라벨)로 처방해야만 한다. 이에 개원가에선 삭감과 환수란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처방해야하는 처지다.

서울 달빛어린이병원에서 근무 중인 A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메디파나뉴스와 통화에서 "나라에서 정한 원칙대로 약을 쓴다면 줄 약이 없다. 수액을 주면서 증상을 다운시켜주는 정도밖에 안 된다"면서 "수액을 맞는 중에 토하는 애들도 있다. 머릿속엔 항구토제가 있는데 도와주고 싶어도 못 도와준다.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답답한 마음은 보호자가 더 크다. 오프라벨 처방을 하는 병원에서 약을 받고 좋아진 경험이 있는 보호자들이 왜 처방해주지 않냐고 묻기도 하지만, 원칙을 지키려면 쓰지 못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답답함을 토로하는 이유는 해외의 경우 항암치료와 무관한 소아에게도 온단세트론을 처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A 전문의는 "온단세트론은 거의 모든 나라 의사들이 다 쓰고 있는 약"이라며 "기준만 풀어주면 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수도권 B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역시 "온단세트론은 소아과에서 보는, 전 세계가 보는 약전에서 소아에게 쓸 수 있도록 돼있고, 용량 기준도 다 마련돼있다"며 "국내에선 식약처 가이드라인과 심평원 급여 기준에 따라 오프라벨 처방밖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온단세트론 급여 가격은 수십만원도 아니고 몇천원이다. 바꿔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위해 알면서도 모른 체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한다.

C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소아에게 줄 항구토제가 없다는 건 나라에서도 분명히 알 거다. 기준을 풀어줘야 하는데 그냥 내버려둔 것"이라며 "어차피 구토는 죽고사는 문제는 아니고 시간 지나면 나아지는 증상이란 마인드 아니겠나. 근데 보호자나 의사 심정은 그렇지 않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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