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원장 양한광)는 기모란 교수
<사진> 연구팀(국립암센터국제암대학원대학교 보건AI학과)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C형간염 선별검사 도입의 경제성 평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C형간염은 C형간염 바이러스(Hepatitis C virus, HCV) 감염으로 발생하는 간질환으로, 감염자의 약 70~80%가 만성화되는 특징이 있다. 만성 C형 간염은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렵고, 방치할 경우 20~30년에 걸쳐 15~51%는 간경변증으로 악화될 수 있다.
이중 일부는 연간 1~5%의 비율로 간암이 발생할 수 있어 심각한 건강 문제로 이어진다. 특히 간암은 사회경제적 활동이 활발한 50대 남성 사망원인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국내 간암 원인 중 C형간염이 10%를 차지하고 있을만큼 영향력이 크다.
국내 C형 간염 유병률은 약 0.6~0.8%로 추정되며 연령이 증가할수록 유병률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C형 간염은 효과적인 치료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기 발견이 어려워 감염자의 상당수가 자신의 감염 사실을 모른 채 지내고 있어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배경에서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선별검사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으며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는 2030년까지 C형 간염 퇴치를 위한 목표를 설정하고 각국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세계보건기구가 제시한 C형간염 퇴치 목표는 ▲발생률을 인구 10만 명당 5명 이하 ▲C형간염 관련 간질환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2명 이하 달성을 위한 다양한 선별검사 시나리오를 분석했다. 그 결과 4년 주기의 선별검사가 가장 경제적으로 효율적인 방안임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2020년 주민등록인구 기준으로 30~79세 한국인 가상 코호트를 구성하고 20년간의 C형간염 발생률과 사망률을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했다. 특히 기존 연구와 달리 매년 발생하는 신규 C형간염 발생 사례와 선별검사가 발생률 감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동적 전파 모델을 활용하여 수행했다.
연구 결과, 지금처럼 국가검진 항목에 C형간염 검사가 없고 개인이 자율적으로 검사할 경우, 20년 후 C형간염 발생률(10만 명당)은 14.5에서 13.3으로 소폭 감소하였으나 사망률(10만 명당)은 3.1에서 9.1로 약 3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C형간염 선별검사를 도입할 경우, 20년 이내에 C형간염 퇴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5가지 시나리오가 확인됐다. 가장 빠르게 퇴치 목표를 달성하는 시나리오는 검진 주기 2년 선별검사(검진율 90%, 치료율 90%, 선별검사 이후 C형간염 발생률 감소 30% 가정)로 6년 만에 발생률 목표를 달성하고 14년 후에는 사망률 목표도 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경제적 효율성 측면에서는 4년 주기 선별검사(검진율 80%, 치료율 80%, 선별검사 이후 C형간염 발생률 감소 20% 가정) 시나리오가 가장 우수했다. 이 시나리오는 선별검사 도입 후 17년째에 발생률 목표, 18년째에 사망률 목표까지 달성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점증적 비용-효과비(ICER, Incremental Cost-Effectiveness Ratio)는 8867달러로 나타났는데 이는 건강 효과(예: 질병 예방, 생명 연장)를 1단위 향상시키기 위해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을 뜻하며 매우 합리적인 수준임을 의미한다. 편익비용비(BCR, Benefit-Cost Ratio)는 1.60으로, 이는 선별검사로 인한 편익이 비용보다 1.6배 크다는 뜻한다. 또한 높은 경제적 효율성을 보여준다.
기모란 교수는 "이번 연구는 C형간염 선별검사 도입이 C형간염 발생률과 사망률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키고 C형간염 퇴치 목표 달성에 필수적임을 보여준다"며 "특히 4년 주기 선별검사는 경제적 효율성과 퇴치 목표 달성 사이의 최적 균형점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한국은 국가건강검진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C형간염 선별검사 도입에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며 "2025년부터 만 56세 대상 일반건강검진에서 C형간염 선별검사가 시작되지만 세계보건기구가 제시한 C형간염 퇴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더 광범위한 연령대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선별검사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국립암센터 공익적 암 연구사업과 질병관리청의 만성감염병 코호트 연구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으며, 연구 결과는 2025년 3월 국제 학술지 '감염 및 공중보건 저널(Journal of Infection and Public Health)'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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