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박사' 약평위 통과‥곪아 있던 '항생제 내성' 문제 변화 시작

우리나라 항생제 내성 증가 추세‥'신규 항생제' 도입과 사용 필요성 높아져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2-06-03 11:55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우리나라에서도 드디어 '신규 항생제' 사용이 원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22년 제6차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한국MSD의 '저박사주(세프톨로잔/타조박탐)'가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저박사는 복잡성 복강내 감염, 복잡성 요로 감염, 원내 감염 폐렴 등에 치료에 사용된다. 저박사가 2019년 5월에 비급여로 국내 출시된 후, 약 3년만의 성과다.

이번 저박사의 약평위 통과로 기대감이 생겼다. 우리나라도 '항생제 내성(Anti-Microbial Resistance, AMR)'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생겼다고 말이다.

항생제 내성은 전 세계적인 문제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오늘날 세계 보건을 위협하는 큰 원인으로 항생제 내성을 지목하고 있다.

이는 곧 우리나라도 항생제 내성에서 안전하지 못함을 의미한다.

항생제 사용량은 항생제 내성균 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2019년 우리나라 인체 항생제 사용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 중 3번째로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발표된 '제2차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 대책(2021~2025)'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항생제 내성균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주요 항생제(반코마이신, 카바페넴 등)의 내성률 및 감염 보고 건수도 증가하고 있었다.

특히 요양병원의 주요 항생제 내성률이 종합병원과 비교해 유의하게 높았으며, 증가하는 추세였다.

항생제는 세균이 성장하지 못하게 하거나 죽임으로써 인체에 침입한 세균의 감염을 치료한다. 통상적인 처치 뿐 아니라 중증 감염 위험을 동반하는 복합 수술을 할 수 있게 하며, 암환자들에게는 필수적인 면역억제 치료를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병원체는 점차 변화했고 항생제 효과에 저항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냈다. 살아남은 병원체는 내성을 키우고 전파하는데, 이러한 적응 과정이 '항생제 내성'으로 이어졌다.

항생제 내성은 박테리아, 바이러스, 진균 및 기생충이 약물의 영향에 저항해 일반적인 감염을 치료하기 어렵게 만들며, 질병 확산의 위험과 질병 및 사망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더군다나 항생제 내성은 입원 기간의 장기화, 고가 치료제로의 대체, 수술 빈도의 증가, 중환자실 입원 기간 증가 등의 추가적인 비용 손실 문제를 야기한다.

흔히 마지막에 쓰는 항생제는 '카바페넴'이다. 최후의 수단이라고 불리우는 카바페넴에 내성이 생길 경우 치료 옵션은 더더욱 제한된다.

최근 국내에서는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arbapenem resistant enterobacteriaceae, CRE)'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이 CRE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항생제가 요구됐다.

또한 현재 그람음성균(Gram-negative Bacteria)으로 인한 항생제 내성 문제는 세계 공중 보건의 최대 위협 요인으로 널리 인식되고 있다.

그람음성균 폐렴, 혈류 감염, 상처 또는 수술 부위 감염, 뇌수막염 등 병원 및 의료 시설 내 감염을 유발한다. 일부 그람음성균은 여러 약제에 내성이 발현돼 다제내성을 갖게 된다. 다제내성균 감염(multi-drug resistant)은 세포의 구조적 특징과 흔하게 사용되는 항생제에 대한 내성으로 더욱 치료하기 어렵다.

내성을 나타내는 그람음성균에 사용할 수 있는 항생제 옵션은 제한적이다. 그리고 내성 범위와 정도가 심화되고 있어, 치료 대안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이밖에 녹농균도 다제내성률이 약 20~30%로 보고됐으며 카바페넴에도 내성을 보이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베타-락타마제(ESBL) 생성 장내세균도 광범위한 그람음성균에 효과적인 세팔로스포린계 항생제에 내성을 나타낸다. 이 내성은 결국 최후의 항생제라 불리는 카바페넴계 항생제 사용을 부추긴다.

이에 전문가들은 적정한 항생제를 사용해 다제내성 감염 환자를 줄이고, 또 항생제 내성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적기에 '신규 항생제'를 사용을 추천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비용효과성'을 이유로 신규 항생제 사용이 어려웠다. 국내에서는 이 항생제의 가치가 반영되지 못했다.

국내에서 새로운 항생제가 급여 출시되기 위해서는 현존하는 대체 약제들의 가중평균가를 받아들이거나 경제성 평가를 통해 비용효과성을 입증해야 한다. 수십년 전 출시된 모든 계열의 항생제와 그 제네릭까지 포함해 산출하는 가중평균가는 실질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제약사들이 급여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저박사 역시 임상적 필요성이 인정되나 대체 약제 대비 소요 비용이 고가라는 이유로 급여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렇지만 항생제 사용은 통상 하루 2번 정도에 짧은 사용만이 필요할 뿐이다. 비용효과성을 굳이 따지자면, 신규 항생제의 사용으로 환자를 '완치'시킬 수 있다. 이는 곧 사회경제적 활동에 복귀시키는 것이므로 보다 경제적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항생제는 사용과 함께 완치가 된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제대로 약가 제도에 반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몇 번의 두드림 끝에 저박사는 급여의 첫 관문인 약평위를 통과했다. 저박사는 다제내성 녹농균 및 ESBL 생성 장내 세균에 인 비트로(In vitro) 활성을 입증했으며 그 밖의 일부 그람음성균 및 그람양성균에도 효과를 나타낸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항생제 내성은 효과적인 약이 별로 없다. 이에 항생제 내성을 막기 위해 오남용을 막고 적절한 사용이 요구된다. 이미 발생한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서라도 새로운 항생제가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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