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의 가치 평가‥'융통성'이 필요한 이유

'IQ 평가', '신형과 구형 차 비교'라는 고리타분한 방식이란 비판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15-11-20 11:51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확실히 변화가 필요한 때인 것 같다. 9년 전 도입된 '경제성 평가'가 국내에 다양한 신약 급여의 포문을 열어줬다면, 이제는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약들이 유연하게 들어올 수 있도록 그 문을 조금 더 넓힐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물론 신약의 '적정성 평가'라는 관문은 한정된 재원 안에서 깐깐할 수 밖에 없다. 환자들이 비싼 돈을 들이면서까지 기다리고 있음에도 쉽게 급여를 통과시켜주지 못하는 것은 '재원' 때문이라고 담담하게 말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 전문가들은 보다 더 다양해지고 효과가 좋은 신약들을 지금의 일방향적인 경제성 평가로는 판단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경제성 평가'는 재정이 한정된 상황에서 비용 대비 효과성이 우수한 대안을 선택하기 위한 의사 결정 도구로서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해외와 마찬가지로 의료비 및 약제비의 큰 지출 증가와 급속한 신약 도입 등을 배경으로 해당 방법이 도입됐다.
 
그러나 경제성 평가 도입 이후 지속적인 불만이 접수되고 있다. 견고하고 점증적인 비용-효과비 산출의 어려움이 있던 것.
 
이는 희귀질환 치료제 등 대상 환자수가 적어 3상 임상 시험 등을 통한 임상적 효과 개선의 여부를 통계적으로 입증하기가 여럽다는 것과, ICER 산출 시 고려되는 비용·효용 등의 지표가 건강과 관련된 가치의 다양한 측면을 모두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경제성 평가가 'IQ 평가'같다고 정리했다. 일반적으로 IQ가 높으면 EQ나 타 재능과 상관없이 '똑똑한 사람'이라고 판단되는 것처럼 경제성 평가도 ICER로 좋은 약과 아닌 약으로 나뉘고 있다는 것.
 
한 약대 교수는 국내 신약 가치평가가 신형 포르쉐와 구형 포니 자동차를 비교하는 꼴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비교대상으로써 적합하지 않은 약제가 선정되고 있다는 의미다.
 
현재 우리나라는 동일한 적응증을 가진 약제는 대체 가능한 약제를 비교대상으로 선정해 급여 여부를 논하고 있다. 하지만 신약과 동일한 적응증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현재 나오는 약제와는 치료적 위치가 다르다는 것이 업계 의견이다.
 
한 예로 요즘들어 속속들이 등장하는 표적치료제들이 '혁신적'이라 평가받지만 10년이 넘은 약제와 비교되고 있어 급여로 인정받기가 힘든 현실이다.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적으로 낮아지는 약가도 하나의 애로사항이다. 모든 약제가 제네릭을 출시하거나 특허만료되면 53.55%의 반값 약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혁신 신약과 비교약제의 가격이 지나치게 낮아 비용 효과성을 보기 어렵다고.
 
물론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사항을 정부가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는 대체 약제 대비 임상적 유용성의 개선이 있으면서 비용의 증가가 발생한 신약의 급여를 평가할 때, 비용-효과성에 대한 평가 외에 비용-효과성 입증의 예외 사유에 해당해 그에 대한 평가를 거치지 않는 방식, 위험분담제를 통한 방식이 도입된 상태다. 최근에는 경제성 평가가 생략 가능한 약제까지 규정을 마련한 상태.
 
그러나 업계 입장에서는 여러 예외사항을 적용하기가 힘든 경우가 많아 경제성 평가의 덫을 벗어날 수가 없다는 토로가 들려왔다.
 
대표적인 예가 '위험분담제(RSA)'. 이 제도는 시행된지 2년이 지났으나 지금까지 적용된 품목은 7개 뿐이다.
 
업계가 뽑은 불만으로는 제도 적용 대상의 제한성, 급여 확대 제한 및 위험분담 계약 종료시 가격 노출 위험, 리펀드 비용 외에 이자 비용, 담보 금액 등의 업체 부담이 큰 점, 위험 부담제 적용 가능한 신약 파이프라인 부재 등이 포함된다.
 
한 다국적 제약사 관계자는 "제약업계에서는 위험분담제 유지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가지고 있지만 제도 운영에는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위험분담제는 대체할 치료법이 없을 시 제약사가 일부 부담을 지고 약제를 도입하는 것인데, 대체약이 없음에도 경제성 평가를 해야한다. 비교대상이 없는데 경제성 평가를 시행하면 당연히 신약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그는 "약제의 적응증이 넓어지면 그에 따라 해당 약제에 혜택이 돌아가야 하는데 위험분담제에 묶인 약제는 확대가 어렵다. 환급형위험부담제의 경우 환급된 만큼의 차액은 세법상 부가세를 납부해야하는데 약제가의 부가세와 함께 차액의 부가세까지 이중으로 부담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심평원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항암제들이 계속해서 적응증이 늘어나고 있는 와중에 RSA 내에서 여러 불만사항이 접수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급여기준 확대는 원칙적으로는 안되지만, 일반원칙 변경이 가능한 것에 대해서는 검토중에 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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