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NA 암 치료제 공식화 한 제론…에스티팜도 같이 웃는다

'ASCO 2023'서 美 제론 RNAi 기전 MDS 치료제 임상 데이터 발표
MDS 환자 수혈 8주 비의존 39.8%…지속 기간도 1년 달성
신약 이메텔스타트 원료인 올리고핵산서 에스티팜 글로벌 경쟁력 갖춰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3-06-08 06:09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 2023)'에서는 RNA 간섭(RNA interference, RNAi) 기전의 암 치료제 탄생이 공식화됐다.  

미국 바이오 회사인 제론 코퍼레이션(Geron Corporation)이 자사 텔로머라제 억제제인 '이메텔스타트(imetelstat)'를 투여한 저위험 골수형성이상증후군(MDS) 환자에서 지속적인 수혈 독립성이 지속됐다는 발표를 하면서다. 

제론은 올해 1월 MDS 치료제로 개발 중인 이메텔스타트에 대한 IMERGE 임상 3상에서 긍정적인 탑라인을 발표해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메텔스타트 개발 연구는 7년간 수행됐다.
 
RNAi는 짧은간섭 RNA(short interfering RNA)라 불리는 dsRNA(double strand RNA)에 의해 특정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세포의 발현 과정은 DNA→RNA→단백질로 진행되는데, 세포핵 안에서 전사과정을 통해 전령RNA(mRNA)가 발현 유전자 정보를 전달한다.

RNAi 치료제는 기존 방식으로 특정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기가 어려울 때 사용된다. 따라서 RNAi 치료제는 각종 암, 심혈관계, 퇴행성 뇌질환, 안과 질환, 대사 질환, 바이러스 감염과 같은 다양한 질병에 적용이 가능하다. 또 기존 약물 치료 효과가 제한적인 난치성 질병에도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RNAi 치료제는 2000년대 초반 개발에 성공하면 중증 만성 질환, 희귀질환 등 거의 모든 질병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 물질로 쓰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당시 유수의 글로벌 제약사들이 이 연구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인체 전달 기술 개발에 실패해 2000년대 후반 들어 대다수 사업을 중단했다.  

그러나 미국 바이오사인 앨나일람 파마슈티컬즈(Alnylam Pharmaceuticals)가 표적 세포와 조직에 siRNA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GalNAc-conjugates를 개발하면서, RNAi 치료제 분야는 다시 부상하게 됐다.

앨나일람은 FDA로부터 2018년 RNAi 치료제 '온파트로(Onpattro)'와 2019년 '기브라리(Givlaari)'를 허가 받았다. 온파트로는 유전성 트랜스티레틴(hATTR) 아밀로이드증에, 기브라리는 급성 간성 포르피린증(AHP)에 사용된다.

MDS 환자 수혈 횟수 감소에 치료제 활용

제론 또한 ASCO 2023에서 RNAi 치료제 성공을 공식화했다. IMERGE 임상 결과, 이메텔스타트 투여군은 위약군 대비 8주 적혈구 수혈 독립성(TI)의 1차 평가변수가 유의하게 높으면서다. 

MDS는 골수의 조혈모세포에서 발생하는 악성 혈액질환이자 희귀질환이다. MDS로 인해 환자는 적혈구와 백혈구, 혈소판의 감소가 나타나면서 다양한 합병증을 경험한다. 또 MDS 환자 3명 중 1명은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진행된다. 감염이나 출혈 등 혈구감소 및 급성골수성백혈병에 의한 조기 사망 위험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MDS 환자 대부분(89%)은 잦은 빈혈에 시달리기 때문에 한 달에 한 번 이상 수혈을 해야 한다. 하지만 잦은 수혈은 철 과잉증에 의한 합병증으로 생존기간을 단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에 MDS 환자의 수혈 기간을 최소 8주 이상 늘린 BMS 신약 레블로질이 2019년 출시돼 표준요법으로 자리 잡았지만, 미충족 수요는 있어왔다는 분석이다.        
설명: 제론의 MDS 신약 이메텔스타트 임상 3상시험 IMERGE 디자인.

"이메텔스타트, 이달 FDA 승인신청 제출"

연구 결과 1차 평가변수인 이메텔스타트의 8주 차 적혈구 수혈 독립성(TI) 환자의 비율은 39.8%로 위약군(15%) 대비 유의하게 높았다. 이메텔스타트 투여군의 TI 기간 중앙값도 1년 가까이 지속됐다. 

또 주요 2차 평가변수인 24주 경과에서 이메텔스타트 투약군 28.0%가 TI를 나타내 위약 치료 환자(3.3%) 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메텔스타트 치료 환자의 평균 헤모글로빈 수치 역시 유의하게 증가했다. 8주 TI에 도달한 환자들의 헤모글로빈 증가 중앙값은 이메텔스타트 3.6g/dL, 위약 0.8g/dL였다. 

또한 혈액학적 개선-적혈구(HI-E) 비율도 이메텔스타트 투약군은 42.4%를 기록한데 반해 위약 투약군은 13.3%에 그쳐 통계적으로 매우 유의미했다. 
설명: 적혈구 수혈 독립성(TI)에서 이메텔스타트 투약군 대비 위약군 반응률 표. 

제론의 총괄부사장 겸 최고의학책임자 페이 펠러(Faye Feller) 박사는 "ASCO에서 발표된 IMerge 임상 3상 데이터를 통해 위약 대비 이메텔스타트의 수혈 독립 기간이 유의미하게 길다는 점과 MDS 하위 그룹에서 높은 TI 비율, 수혈 단위 감소, 헤모글로빈 수치 지속적 증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미국 신약 허가 신청이 이번달 FDA에 제출될 예정"이라며 "2024년 상반기에 이메텔스타트가 저위험 MDS 환자에게 제공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올리고핵산 수주 본격화에 에스티팜 캐파(Capa) 확대 

이메텔스타트가 MDS 환자의 2차 치료 및 1차 치료제 불응환자에 대한 표준요법으로 자리 잡게 된다면, 에스티팜의 수혜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이메텔스타트를 비롯한 RNA 치료제 원료가 올리고핵산이기 때문이다. 에스티팜은 올리고핵산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하면서 글로벌 3위 수준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에스티팜은 그에 따른 기술력도 가지고 있다. 올해 1월에는 유럽 제약사와 약 180억원 규모로 임상 3상용 올리고핵산 원료의약품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여기에 회사는 올리고핵산 CDMO 확대를 위해 제2 올리고동(제2 올리고핵산치료제 원료 공장) 신축 및 생산설비 증설도 추진 중이다.

에스티팜은 2025년까지 총 2,300억원을 투입, 연간 생산량을 현재의 7.7배까지 늘린다. 현재 회사의 올리고핵산 연생산량은 2.3t~7t(14mole/일)이다. 
그런 만큼 이달 FDA 신약 승인신청에 따라 예정대로 2024년 상반기 이메텔스타트가 출시될 경우 에스티팜의 수주량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공식화 되지는 않았지만, 이메텔스타트 원료 공급사가 에스티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메텔스타트에 대한 시장성도 크다. 제론사가 예측한 글로벌 MDS 치료 시장은 총 35억 달러(약 4조 5,570억원)에 달한다. 

또 제론사는 골수섬유증(MF) 치료를 위한 임상 3상인 IMpactMF도 진행 중에 있어 수주 폭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MF 치료 시장은 7억 달러(약 9,114억원)에 달한다. 

특히 증권가에서는 RNA 치료제가 점차 희귀질환에서 만성질환, 항암제로 영역을 확대 중인  만큼, 올리고핵산 수요는 더욱 많아질 거란 분석이다. 본격화가 진행 될 시기는 2026년 전후가 될 전망이다. 

유진투자증권 권해순 연구원은 "글로벌 탑 RNA CDMO 인 에스티팜의 수혜가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전망"이라면서 "특히 이메텔스타트의 원료 공급사로 추정되고 있어 출시 이후 상업화 물량 증가에 따른 에스티팜의 이익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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