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도구 넘어 '연구자'로…남은 건 데이터 인프라와 법·제도"

AI, 타깃 탐색부터 임상 설계까지…"실험 주도하는 사이언티스트 역할"
데이터 품질·랩 통합·법제도 정비 등 실현 위한 과제 여전
실제 적용 사례 속속 등장…"국내 바이오 빅데이터 기반 필요"

최인환 기자 (choiih@medipana.com)2025-05-08 05:59

7일 바이오코리아 2025 'AI 기반 신약개발: 실현 가능한 솔루션을 향한 여정' 세션에서 패널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최인환 기자
[메디파나뉴스 = 최인환 기자] 인공지능(AI)이 신약개발의 '도구'를 넘어 이제는 '연구자'의 역할로 진화하고 있다. 기존 실험과정의 생산성을 높이는 수준을 넘어, 신약 타깃 탐색과 적응증 확장, 안전성 예측, 구조 설계까지 주도하는 주체로서 AI의 잠재력이 본격적으로 입증되는 모습이다.

7일부터 9일까지 3일간 서울 코엑스에서 '혁신과 협업, 함께 만들어가는 미래(Innovation and Collaboration: Building the Future Together)'를 주제로 '바이오코리아 2025(BIO KOREA 2025)'가 진행되는 가운데, 첫 날인 7일 'AI 기반 신약개발: 실현 가능한 솔루션을 향한 여정' 세션에서는 국내외 전문가들이 각자의 관점에서 AI 신약개발의 기술적 진화와 남은 과제를 논의하고 나섰다.
(왼쪽부터) 표준희 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융합연구원 부원장, 브랜든 서덜랜드 토론토대학 Acceleration Consortium 디렉터, 티안징 장 NVIDIA APAC 헬스케어 스타트업 Developer Relations Manager. 사진=최인환 기자
표준희 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융합연구원 부원장은 "현재 많은 기업들이 희망하고 있는 AI 기반 리드 최적화는, 전향적 실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 한 진정한 성능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짚었다. 그는 특히 데이터 생성의 자동화 및 고도화를 위한 실험실 자동화(랩 오토메이션)와의 결합이 AI 모델 성능의 핵심 변수라고 강조했다.

브랜든 서덜랜드(Brandon Sutherland) 토론토대학 Acceleration Consortium 디렉터는 "AI가 단순히 신약개발 프로세스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생물학적 이해와 과학 지식의 창출이라는 근본적인 가치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AI의 블랙박스 문제를 해결하려는 과학계의 역할과, 인간이 AI의 판단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고민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티안징 장(Tianjing Zhang) 엔비디아(NVIDIA) APAC 헬스케어 스타트업 Developer Relations Manager는 "AI 신약개발 생태계는 단순히 툴 공급을 넘어, 슈퍼컴퓨팅 인프라에서 모델 최적화, 랩 자동화까지 긴밀히 협력하는 다계층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엔비디아의 BioNeMo 프레임워크 등 고성능 AI 플랫폼이 글로벌 바이오테크와 제약사의 연구 경쟁력에 기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왼쪽부터) 김의석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강재우 고려대학교 교수 겸 아이젠사이언스 대표, 남기엽 파로스아이바이오 CTO. 사진=최인환 기자
이어 김의석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AI 신약개발은 기술보다 제도적 기반이 더 미비한 상황"이라며 "AI 기반 신약개발의 리스크와 불확실성을 반영한 규제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특히 "AI 활용 과정에서 생성되는 예측 결과와 근거의 설명 가능성(Explainability)이 향후 허가 및 보험급여와 직결될 수 있는 중요한 법적 요소"라고 밝혔다.

강재우 고려대학교 교수 겸 아이젠사이언스(AIGEN Sciences) 대표는 "AI는 더 이상 단순한 분석 도구가 아니라, 숙련된 인간 연구자의 전략을 복제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이언티스트'로 발전하고 있다"며 "가장 혁신적인 AI 연구는 도구를 넘어 자율적으로 실험을 설계하고 결과를 해석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기엽 파로스아이바이오 CTO는 실제 사례를 통해 AI 기술의 효용성을 입증했다. 그는 "PH1-001은 AI를 활용해 심장 독성 예측을 사전에 수행하고, 전임상과 임상을 통해 해당 안전성을 검증한 사례"라며 "'PH1-501'은 이중 표적 저해제 설계에 AI 기반 구조예측과 적응증 탐색 기술을 활용해 임상 진입까지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AI는 결국 데이터에서 출발하는 만큼, 한국에서도 생명정보 빅데이터를 연구자가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기반 구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최재문 칼리시 대표이사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AI 기반 신약개발을 실현 가능한 여정으로 만들기 위한 조건들이 다각도에서 제시됐다. 표준희 부원장은 전향적 실험 데이터 확보와 지속적인 알고리즘 고도화 없이는 모델의 성능과 적용 범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고, 장 매니저는 컴퓨터공학과 실험실 현장 간의 간극을 좁히는 '랩 통합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적용에서는 논문에서 기대한 정확도보다 낮은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며, 모델의 실험실 검증 프로세스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서덜랜드 디렉터는 AI가 새로운 과학적 인사이트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론으로 확장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재우 대표는 "AI가 인간 전문가의 사고를 복제하며 연구 주체로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했고, 김의석 변호사는 "법·제도의 형성과정에서 산업계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남기엽 CTO는 "한국 바이오 생태계의 AI 활용을 위해 바이오 빅데이터의 체계적 수집과 개방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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