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검사 15종' 선별집중심사에 '잘못된 방향' 질타 여전

"진단 알고리즘도, 환자 특성도 배제"‥의료계, 행정 잣대가 진료 위축 초래
"표준 진료를 삭감 대상으로 볼 수 있나"‥기준의 비현실성 강조
"과잉은 소수인데"‥의료계, 형평성 문제도 정면 비판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5-13 05:56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선별집중심사 제도를 두고 의료계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의료계는 이 제도를 '걸리면 삭감'으로 이어지는 규제 장치로 인식하고 있으며, 올해 새롭게 포함된 '검사 다종(15종 이상)' 항목에 대해 "진료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잘못된 방향"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선별집중심사는 진료비가 급증하거나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항목을 사전 예고하고, 자율적 진료 개선 여부에 따라 집중심사를 시행하는 제도다. 2007년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시작된 이후, 2023년부터는 병·의원급까지 확대됐다.

심평원은 제도 목적이 진료행태의 자율적 개선에 있음을 강조하며 "단순한 삭감 도구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실제로 선별집중심사를 통해 사전 예방적 조치와 조정이 가능해졌고, 재정 절감 효과도 확인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개원의사회, 학회 등 일선 의료계는 "행정 기준이 임상 판단을 압도하는 결과"라고 반박하고 있다.

의료계는 이번 '검사 다종' 항목이 환자 개별 상태나 진단 목적, 질환 특성은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검사 건수'만으로 심사 대상 여부를 판단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평가한다. 실제 진료에서는 진단 알고리즘에 따라 묶음으로 시행되는 '검사 패널'이 활용되고 있음에도, 해당 구조를 반영하지 않은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장에선 이번 조치가 진료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대한안과의사회는 정밀검사가 필수적인 안과 진료 특성상, 검사 항목 수를 제한하는 기준은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안과 질환은 환자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만큼, 다양한 검사는 과잉이 아닌 표준 진료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정범 총무부회장은 "심평원은 단순히 증가한 숫자만으로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환자의 안전을 고려한 유연한 기준, 그리고 과잉 검사와 필수 검사를 명확히 구분하는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대한내과의사회도 같은 우려를 표했다.

조승철 총무이사는 "고혈압·당뇨병의 적정성 평가나 만성질환관리사업 등 정부가 운영하는 사업에서도 권장하는 검사 수가 15종 이상"이라며 "현장과 전혀 맞지 않는 기준으로 오히려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순환기 진료 역시 검사 제한에 민감한 분야다. 대한임상순환기학회는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협심증, 심부전 등 주요 질환은 치료보다 '지속적인 관리'가 핵심이며, 이를 위해 수치 기반의 주기적 검사가 필수라고 밝혔다.

류재춘 회장은 "혈액검사, 심장 초음파, 혈압 측정 등 몇 가지만 해도 15종은 금방 넘는다"며 "이상 소견이 발견될 경우 추가 검사로 연결돼야 하는데 검사 수 제한은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상 학술부회장도 "심장질환은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영역이다. 검사를 줄이고 치료하라는 건 의료적 모순"이라며 "심장 초음파는 국내 수가 기준으로 과잉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검사 다종 항목을 심사 대상으로 삼는 건 현장을 무시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단순한 주장에 그치지 않고, 의료계의 공식 대응으로 이어졌다.

지난 3월 말, 대한내과학회와 대한내과의사회 등은 강중구 심평원장 및 실무진과의 면담을 통해 '검사 다종' 항목의 철회를 공식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의료계는 "다종 검사 기준은 의학적 근거도, 법적 정당성도 없다"며 "진단은 복합 정보의 조합을 통해 내려지며, 단일 검사는 충분하지 않다"고 전달했다.

하지만 해당 면담 이후에도 '검사 다종' 항목은 여전히 선별집중심사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은 상태다.

대한내과의사회 이정용 회장은 "이번 다종 검사 항목은 의학적 타당성과 법적 정당성이 모두 부족하다. 100명 중 1명이 과잉진료를 했다고 해서 나머지 99명을 같은 기준으로 심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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