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의료제품법 우선 적용" 공감대…2중 규제 우려도 나와

AI 활용한 디지털의료기기 규제 관련 법률 적용 우선순위 논의
디지털의료제품법·인공지능기본법, 규제와 진흥 측면으로 구분
"유럽연합에선 의료기기 규정(MDR)이 규제하도록 교통 정리"
디지털의료기기 등 평가한다는 생각으로 디지털의료제품법 개정
인공지능기본법과 디지털의료제품법이 중복으로 규제할 수도

문근영 기자 (mgy@medipana.com)2025-06-14 05:56

(왼쪽부터) 정상태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최민용 마이바이오시스 대표, 김유미 변호사, 이재훈 성신여자대학교 법학부 교수. 사진=문근영 기자
[메디파나뉴스 = 문근영 기자] 디지털의료기기를 규제할 때 '디지털의료제품법'을 '인공지능기본법'보다 먼저 적용해야 한다는 데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한편에선 디지털의료제품과 인공지능기본법이 이중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13일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한국에프디시규제과학회 춘계학술대회는 내년 초 시행을 앞둔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이하 인공지능기본법)'을 주요 키워드(Keyword) 가운데 하나로 다뤘다.

특히 토론자, 전(前)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 주제 발표를 맡은 연자 등 참석자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디지털의료기기 규제를 두고, 지난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 초기 단계에 있는 '디지털의료제품법'과 인공지능기본법 우선순위를 논의했다.

참석자 다수는 AI를 활용하는 디지털의료기기 규제에 디지털의료제품법을 우선 적용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정상태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디지털의료제품법과 인공지능기본법을 각각 규제와 산업 진흥 측면으로 바라봤다.

그는 "디지털의료제품법이 특별법으로 먼저 적용된다고 본다"며 "규제 부분에 있어선 식약처가 전문적인 역할을 해야 하기에, 이전 정부에서도 식약처가 디지털의료제품법을 중심으로 규제해야 하지 않냐는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기본법 관련 국회 조사 보고서가 있는데 그걸 보면, 인공지능기본법은 진흥에 방점이 찍힌 게 아니냐는 내용이 있다"며 "유럽연합 인공지능법(EU AI Act)과 비교하는 발표에선, 최소한의 규제여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실태 조사나 시정 명령 위반에 대해 과태료 3000만원이 유일한 벌칙"이라며 디지털의료제품법과 인공지능기본법이 규제와 진흥에 방점을 둔 것 같다고 생각을 밝혔다.

식약처에서 의료기기를 심사한 경험이 있는 최민용 마이바이오시스 대표는 같은 자리에서 정상태 변호사 의견에 동의했다. 디지털의료제품과 인공지능기본법에서 다루는 기본적인 내용이 다르다는 판단에서다.

토론자로 청중을 마주한 최 대표는 "(EU AI Act와 유럽의 의료기기에 대한 규정(MDR)을 통해) 유럽연합에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 이해하면, 한국도 아마 비슷한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유럽연합 인공지능법과 MDR은 모두 인공지능 통제 시스템 구축, 기술 문서 심사 등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EU AI Act에선 의료기기 규제를 MDR이 맡도록 규정해, 이중 규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통 정리를 해줬다"고 말했다.
"인공지능기본법보다 디지털의료제품법이 우선"…중복으로 규제 작용할 가능성 언급

디지털의료기기 규제 시 디지털의료제품법이 인공지능법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지자, 디지털의료제품법 개정 과정에서 노력을 기울인 前 식약처 관계자는 디지털의료제품법 취지를 설명하며 관련 내용을 뒷받침했다.

식약처 차장으로 지난해 말 명예퇴직한 김유미 변호사는 "인공지능을 포함한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는 의료기기에 대해서는 디지털의료제품법으로 안전 등 전반적인 내용을 평가하겠다는 생각으로 해당 법률을 만든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두 가지 포인트를 얘기하고 싶은데, 유럽연합 인공지능법과 한국 인공지능기본법은 방향이나 철학이 다르다"며 "인공지능기본법은 의료기기법과 디지털의료제품법이 있는 상태에서 적용되는 것이기에, 디지털의료제품법을 최우선으로 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인공지능기본법에선 AI를 적용한 의료기기를 제조하는 곳이 안전성 확보를 확인하고 고(高)영향 여부를 판단해 특별히 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나왔지만, 해당 법률에서 얘기하는 안전성 평가 등 의무는 허가 심사 단계에서 상당 부분 해소된다"고 부연했다.

또한 "그래서 두 개의 법이 적용되지만 디지털의료제품 중심으로 가야 하고, 디지털의료제품에 관해서 안전성 평가를 할 때 식약처가 해당 업무를 맡는 것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과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술대회에서 디지털의료제품법이 우선이라는 얘기만 나온 건 아니다. 인공지능기본법이 디지털의료제품법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발표에선 디지털의료제품법과 인공지능기본법간 이중 규제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날 이재훈 성신여자대학교 법학부 교수는 "인공지능이 탑재된 디지털의료기기는 디지털의료제품법뿐만 아니라 의료기기법, 체외진단의료기기법에 해당 사항이 있으면 각 법률에 따라 검증과 인증 절차를 거친다"며 "인공지능기본법에 따른 별도 인증 및 가이드라인이 적용될 경우, 규제 중복과 충돌 가능성이 현실화된다"고 밝혔다.

이어 "인공지능기본법은 디지털의료제품법에 따른 디지털의료기기 개발 및 이용을 高영향 인공지능으로 정의할 뿐"이라며 "디지털의료제품법에 따른 디지털의료기기 안정·유효성 확보 및 보호 조치, 평가·조율 등 방안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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