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CO에서 한국인 연구 225건 발표‥항암 패러다임 변화 이끌어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주도 임상 4건, 독창적 치료 전략으로 주목
리보시클립 병용요법, 기존 치료 넘어선 무진행생존기간 입증
정맥주사 대체하는 경구제 파클리탁셀, 글로벌 3상서 가능성 확인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6-17 11:21

왼쪽부터 손주혁 교수, 박경화 교수, 김성배 교수, 라선영 교수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한국 임상종양학계가 올해도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뚜렷한 성과를 남겼다.

올해 시카고에서 열린 ASCO 연례학술대회에서 국내 연구자들은 총 225건의 구연 및 포스터 발표를 진행했다. 이 가운데 대한항암요법연구회(KCSG) 회원이 제1저자 또는 발표자로 참여한 연구는 60건, 이 가운데 연구회가 주도한 임상은 4건이었다.

올해 ASCO에서의 한국 연구자 활약은 단순한 발표 건수를 넘어, 기존 항암치료의 틀을 넘어서는 전략적 시도와 새로운 약제 조합의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한항암요법연구회를 중심으로 축적된 연구 기반은 한국 종양학의 국제적 위상을 한층 더 끌어올리고 있다.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안진석 회장은 "회원들이 수행한 다양한 암종 대상 연구가 세계적 학술 무대에서 소개되며, 한국의 임상연구 저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주도 임상 중 하나는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손주혁 교수가 발표한 MINI 임상시험이다. HER2 양성·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기존 표준치료(세포독성항암제+트라스트주맙+퍼투주맙) 대신 리보시클립·트라스트주맙·레트로졸 병용요법을 적용한 결과, 평균 무진행생존기간(PFS)은 30.4개월, 부분관해 이상 반응률은 61%에 달했다.

손 교수는 "기존 치료의 PFS는 평균 18개월 수준이었다"며 "세포독성항암제 없이도 유의미한 치료 효과를 보였다는 점에서, 독성 부담을 줄인 새 치료 옵션의 가능성을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대안암병원 종양내과 박경화 교수는 2개 이상의 HER2 표적치료에 실패한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트라스트주맙 바이오시밀러와 PI3K 억제제 게다톨리십을 병용 투여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임상 결과 반응률 43.5%, 중앙 무진행생존기간 5.8개월, 전체생존기간 18.4개월이라는 고무적인 성과가 확인됐다.

박 교수는 "여러 차례 표적항암 치료를 받은 환자임에도 우수한 반응을 보여줬다"며 "HER2와 PI3K를 동시에 저해하는 방식이 예후 개선의 새로운 전략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김성배 교수는 경구용 파클리탁셀(DHP107)의 다국가 3상 임상시험 'OPTIMAL' 결과를 공개했다.

정맥주사 파클리탁셀의 한계로 지적돼온 과민 반응, 말초신경병증, 주 1회 외래 방문의 번거로움을 해결하고자 설계된 이 연구에서 경구제는 무진행생존기간에서 비열등성(10.02개월 vs. 8.54개월)을 입증했고, 객관적 반응률(45.8% vs. 39.7%)은 정맥주사 대비 더 높았다.

김 교수는 "경구 투여가 가능하다는 점은 치료 순응도와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특히 HER2 음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장기치료에 적합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라선영 교수는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3상 임상시험 LEAP-015 결과를 발표했다.

FOLFOX 또는 CAPOX에 면역항암제 펨브롤리주맙과 혈관생성억제제 렌바티닙을 병용했을 때, 1차 평가변수인 무진행생존율(PD-L1 CPS ≥1 기준, 7.3개월 vs 6.9개월)과 2차 평가변수인 객관적반응률(PD-L1 CPS ≥1 기준, 59.5% vs 45.4%) 모두 대조군보다 향상됐다. 그러나 또 하나의 1차 평가변수인 전체생존율(12.6개월 vs 12.9개월)에서는 유의미한 차이를 입증하지 못했다.

라 교수는 "전체 생존기간에서 뚜렷한 결과는 없었지만 무진행생존기간의 향상은 향후 연구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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