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의과 진입 논란‥"이원화 의료체계, 구조 개선 필요"

초음파·CT 사용하는 한의사…의료계 "'의과 침탈' 강력 반발"
"교육·면허 체계 근본적 차이…'환자 안전 위협' 현실화"
"의료일원화 포함한 구조 개편…정부·국회에 제도 정비 촉구"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8-05 11:50

대한의사협회 이재만 정책이사. 사진=박으뜸 기자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한의사의 초음파기기 등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의료계는 "단순한 직역 갈등이 아닌, 의과 영역에 대한 침탈이며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라고 우려했다. 특히 이원화된 면허 체계가 갈등을 반복적으로 유발하고 있다며, 제도 정비와 함께 의료일원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대한의사협회 이재만 정책이사는 최근 의료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의료정책포럼' 기고문을 통해 "한의사가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국민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비판하며, 진료 영역의 명확한 구분과 자격 체계 정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기존 판례 역시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무면허 진료행위로 판단해왔다. 2013년 헌법재판소는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금지를 합헌이라고 결정했고, 대법원도 이 같은 입장을 유지했다. CT와 초음파 등 영상진단기기는 해부학적 지식과 판독 능력이 필수적인 고난도 진료 행위로, 전통 한의학의 진단 방식과는 본질적으로 충돌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2022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을 무죄로 판단한 이후, 직역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의료계의 우려가 더욱 커졌다.

이 정책이사는 "현행 의료법은 직역별 법적 임무를 구분하고 있지만, 면허 외 의료행위에 대한 해석은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의료계는 이와 함께 한의사의 전문약 사용과 침습적 시술도 문제로 지목하고 있다. 리도카인 등 전문의약품을 무단 투여하거나 허위 환자를 설정해 처방을 발행한 사례, IPL 등 고위험 미용기기를 이용한 시술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감염, 화상, 신경 손상 등 중대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는 행위로, 국민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다.

이 정책이사는 이러한 문제의 구조적 배경으로 의과대학과 한의과대학 간 교육과정의 본질적 차이를 들었다.

의과대학은 6년의 학부 교육과 인턴·전공의 수련을 통해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을 체계적으로 이수하며, 영상진단 역시 별도의 전문교육을 통해 숙련된다. 반면 한의과대학은 음양오행, 본초학, 경락 이론 등 전통 의학 중심의 교육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일부 기초의학 과목이 포함돼 있다 해도 현대 진단기기 운용이나 침습 시술에 필요한 역량을 충분히 확보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 정책이사는 "진료 영역의 경계가 모호해지면 무면허 의료행위가 확산되고, 환자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의료정책의 근간은 면허 제도에 있다는 점을 전제로 "정부는 의료행위를 전문성과 교육 이수 여부에 따라 명확히 구분하고, 충분한 자격 없이 타 직역의 영역에 개입하지 않도록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원화된 의사·한의사 면허 체계에서 각각의 진료 범위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시행규칙이나 가이드라인을 통해 해석상의 혼선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환자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는 점도 짚었다. 전통의학 종사자가 현대의료기기를 활용하려면 별도의 자격 취득 또는 교육 인증 제도를 통해 일정 수준의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예컨대 한의사가 CT나 초음파 진단을 수행하고자 할 경우 해부영상학과 영상 판독 연수과정과 평가를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전통의학의 발전을 위한 정부의 연구 지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근거중심의학(EBM) 원칙이 여전히 충분히 적용되지 않고 있다"며 "임상시험을 통해 효능을 검증하고 재현 가능성을 확보해야 하며, 전통의학이 과학적 성과를 축적할수록 현대의학계와의 대화도 자연스럽게 확장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법적 불명확성에 따른 혼란도 지적했다. 이 정책이사는 "최근 판결은 의료기기 사용 관련 법 조항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며 "국회와 정부가 관련 조항을 조속히 정비해 의료현장의 혼란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의·한의 이원화 구조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 역시 중장기 과제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정책이사는 직역 간 갈등 해소를 위한 정기적인 소통을 제안했다.

그는 "의사와 한의사 단체는 상호 비방을 지양하고, 환자 건강이라는 공동 목표 아래 정례적 대화 채널을 가동해야 한다"며 "WHO의 ICD-11 전통의학 분류와 같은 국제 기준 역시 취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국민 의견 수렴을 병행해 논의돼야 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이를 통해 의료 공급자 간 갈등을 줄이고, 환자가 안심할 수 있는 진료 환경을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정책이사는 "한의사가 의사 영역을 침범하는 문제는 대한민국 고유의 이원적 의료체계에 뿌리를 둔, 다면적이고 구조적으로 고착화된 사안"이라며 "이러한 분리 구조는 의료 과학과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갈등과 모호성을 필연적으로 야기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전통 진단의 보조 수단으로 현대 의료기기를 허용하는 것은 건강에 위해를 가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에서만 제한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며 "현 의료 현실을 감안할 때 이원적 체계에 대한 근본적 해결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모색돼야 하며, 의료일원화는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협의체 내에서 진정성을 바탕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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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2025.08.05 16:10:26

    영업사원 대리수술.  이거 하나만으로도 의사들은 전문성 운운  집어치워야함.  고도로 전문화 되어 있는 것처럼 생각되는 수술을 영업사원이 한다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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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2025.08.05 12:11:46

    의료계는 의계, 치의계, 한의계, 간호계를 총망라 한 표현이므로, 의계를 대표하는 용어로 쓰기에 부적절합니다. 신경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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