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에게 필요한 새 역량…"AI는 이제 선택 아닌 필수"

전국 의대 정규·비정규 과정 도입…AI 교육 확산 본격화
특강·써머스쿨·비교과 활동으로 학생 주도 학습 확대
"비판적 사고·윤리·창의성까지…정부·학계 뒷받침 시급"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8-28 11:50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의료계는 지금 전공의 수련환경 악화, 필수의료 인력난, 지역의료 공백 등 복합적인 현안에 직면해 있다. 동시에 인공지능(AI)의 발전이 의료 현장을 빠르게 변화시키면서, 의료인 양성 체계 역시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AI는 진료의 질과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있으며, 의료진에게 요구되는 역량도 재편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계는 미래 의사들에게 의료 AI를 책임감 있게 활용할 수 있는 교육 체계 마련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이영미 교수는 대한의학회 E-뉴스레터 기고를 통해 "AI는 의료의 질과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의료인에게 요구되는 핵심 역량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미래 의료계를 이끌어갈 의대생이 의료 AI를 책임감 있게 다룰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2022년부터 진행된 '의료 AI 교육 및 해외 진출 지원 사업(정보통신산업진흥원 지원)' 총괄 책임자로서 지난 3년간 교육과 연구 기반을 체계적으로 구축해왔다. 이 사업은 ▲의대생 대상 AI 역량 교육 ▲의료진·개발자 대상 교육 ▲AI 기업 해외 진출 지원 등 세 축으로 운영됐다.

'AI 증강 의사(AI Augmented Doctor)' 육성을 기치로 한 의대생 교육사업에서는 의료 AI 핵심 역량 체계를 도출했고, 그 성과는 의학교육 분야 최상위 국제 학술지인 Academic Medicine에 게재돼 국내외 의과대학의 AI 교육과정 설계에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기존 의과대학 졸업 역량 체계에 AI 역량을 유기적으로 통합할 수 있도록 'AI 역량 교육과정 편성·운영 가이드라인'도 개발됐다.

이 성과를 기반으로 2022년 가톨릭대학교, 고려대학교, 연세대학교가 정규 및 비정규 의료 AI 교육과정을 처음 운영했고, 올해 상반기 기준 총 8개 의과대학이 본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정규과정 운영 결과 2022년 3개 대학에서 총 345명의 학생이 15개 수업을 이수했고, 2023년에는 5개 대학 33개 수업에서 1001명이 이수했다. 의정 사태 이후인 2024년에는 7개 대학에서 총 341명(대학원생 228명 포함)이 이수했으며, 2025년에는 8개 대학에서 의대생 191명이 참여했다.

2025년에는 각 대학별 자체 확산 사업도 본격화됐다. 고려대학교는 AI 리더그룹(의대 동아리 'Heal Code') 육성 지원과 교수 대상 세미나를 운영했고, 동아대학교는 의료 정보학 및 인공지능을 활용한 세미나와 해커톤을 진행했다. 가톨릭대, 연세대, 경상국립대, 경희대, 강원대, 가톨릭관동대 등도 다양한 비교과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고 있다.

전국 의대생 대상 '의료 AI 특강'은 2022~2023년 동안 총 1092명이 참여했다. 2022년에는 영남대, 경상국립대, 중앙대, 한양대, 제주대 등 5개 대학에서 738명이, 2023년에는 전북대, 충북대, 가톨릭관동대 등 3개 대학에서 354명이 참여했다. 만족도는 각각 4.22점, 4.31점으로 나타났다.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와 함께 2022년부터 매년 여름 개최된 '의료 AI 써머스쿨'도 성과를 내고 있다. 국내 AI 분야 최고 석학들의 강의와 실습으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에는 2022년 12개 대학 146명, 2023년 30개 대학 137명, 2024년 29개 대학 208명이 참여했다.

써머스쿨을 통해 학생들 간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교수·기업과의 연계가 활성화되면서, 실제 의료 AI 연구·개발에 참여하는 학생도 늘어났다. 2024년에는 의대생과 전공의를 대상으로 한 '의료 AI 연구·창업 네트워킹 행사'가 열렸으며, 2025년에는 의료 AI 현안을 중심으로 전문가와의 패널 토크, 교육 및 정책 방향 도출을 위한 원탁 토론회 등 학생 주도형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의료진과 개발자 대상 교육도 4년간 꾸준히 이어졌다. 의료진 교육은 총 15개 과정에서 2192명이 수강했고, 평균 만족도는 4.42점이었다. 개발자 교육은 14개 과정에서 620명이 참여했으며, 만족도는 4.37점으로 집계됐다.

해외 진출 측면에서도 총 12개 기업이 컨설팅을 받았고, AI 기업의 해외 전시 참가 및 학회 발표 등 정책 홍보 활동은 4년간 33건 진행됐다. 메디웨일, 아이도트, 어셈블써클, 로앤서시컬, 신라시스템, 브레인헬스케어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는 지난 4년간 진행된 NIPA 지원사업이 종료되는 해다. 이 교수는 "이 사업을 통해 전국의 의대생들과 직접 만나 의료 AI 교육 확산에 기여할 수 있었던 것은 큰 보람"이라고 밝혔다.

사업 종료 이후에도 교육은 계속된다. 전국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언제, 어디서나 의료 AI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고 기술 개발에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의료 AI 교육 플랫폼'이 구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영리단체 '투비닥터'와 공동으로 추진된 이 플랫폼에는 2024년 사업 참여 7개 대학 교수진이 제작한 25개 의료 AI 관련 학습 동영상 자료가 업로드됐다. 아울러 대화방 기능을 통해 지식을 공유하고 관심사를 소통하며 네트워킹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무엇보다 이 플랫폼은 의대생이 직접 개발과 운영에 참여해 '학습자와 교수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Co-Creation/Production)'이라는 글로벌 의학교육의 지향점을 반영한 모범적 사례로 꼽힌다.

이 교수는 "AI 시대의 의학 교육은 지식과 기술의 습득을 넘어, 비판적 사고·데이터 해석 능력·윤리적 감수성·소통과 협업·창의적 사고 등 통합적 역량을 갖춘 전문가를 양성하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사업은 전국 의과대학이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의료 AI 교육 모델을 제시하고, 의료 AI 역량 교육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 기반 위에서 현명한 의료 AI 사용자이자 연구·산업을 이끌 리더들이 꾸준히 양성될 수 있도록, 정부와 학계의 지속적인 관심과 정책적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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