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의료계는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대체조제 사후통보 제도의 문제점을 꼬집으며, 약사법 개정안에 강력히 반대해 왔다.
그러나 대체조제 사후통보 지원 시스템 관련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면서, 대한의사협회가 직접 행동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이번 법안은 약사가 임의로 대체조제를 한 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정보시스템을 통해 보고하도록 해 대체조제를 더욱 손쉽게 하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의료계는 대체조제 후 처방한 의사에게 변경 사실을 직접 통보토록 하는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강하게 우려하고 있다.
의협은 "대체조제 변경사실이 심평원을 거쳐 간접적으로 지연 통보되면 의사가 즉각적으로 환자 상태나 약물 부작용 가능성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약사가 바꾼 약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없고, 환자가 복용한 약제가 무엇인지도 바로 확인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령자·만성질환자·다약제 복용 환자의 경우 심각한 약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의료계는 항암제, 항응고제, 정신과 약물처럼 약물 상호작용 위험이 큰 영역에서 대체조제가 환자 안전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의사가 변경 사실을 즉시 알지 못할 경우, 환자의 부작용이나 치료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3일 의협회관 4층에 '불법 대체조제 피해 신고센터'를 개소했다. 불법 대체조제로 인한 환자 안전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발생 사례를 체계적으로 수집해 제도 개선으로 연결하기 위함이다.
센터장은 대한의사협회 이주병 부회장이, 간사는 대한의사협회 민양기 의무이사가 맡았다. 이들은 의협을 대표해 센터 운영을 이끌고, 현장에서 접수된 피해 사례를 분석해 정부와 국회에 제도 개선을 요구할 계획이다.
의협 김택우 회장. 사진=박으뜸 기자
의협 김택우 회장은 개소식에서 "대체조제 법안이 얼마 전에 통과된 상황에서 대체조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국민 건강 문제를 의협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불법적인 문제에 대응하고자 해당 센터를 개소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대체조제가 사전 통보 없이 진행되거나 약화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언제든지 의협 센터로 조속히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주병 센터장과 민양기 간사. 사진=박으뜸 기자
이주병 센터장은 사후통보 구조가 가져올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짚었다.
그는 "약사법 제27조 3항에는 약사가 대체조제를 하게 되면 그 즉시 환자에게 이를 알리도록 돼 있고, 5항에는 사후 통보 후 발생한 약화 사고에 대해 의사가 책임지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다"며 "그럼에도 현실에서는 환자가 자신도 모른 채 대체조제를 접하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약사법 부칙 95조에는 통보 의무 위반이나 지연 통보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러한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의협은 이번 논란이 의사와 약사 간 직역 갈등으로 비춰지는 것에 선을 그었다. 이번 문제는 의사와 약사의 대립이 아니라, 환자 안전성을 어떻게 담보하느냐에 달렸다는 설명이다.
의협은 "의사가 실시간으로 입력하고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면서 "이번 법안이 심평원을 거쳐 우회적으로 통보하는 길을 열어줌으로써 오히려 환자 안전망을 흔드는 게 문제"임을 강조했다. 결국 환자 보호를 위해 사후통보 제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신고센터는 앞으로 불법 대체조제 피해 사례를 신속하게 접수하고, 사실 확인 및 위법 여부 판단을 거쳐 피해 구제를 위한 법적·행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아울러 수집된 자료를 기반으로 제도 개선과 정책 제언에 나서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진료 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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