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상단부터)외과의사회 최동현 회장, 이세라 명예회장, 가정의학과의사회 강태경 회장, 강준호 의무부회장, 위대장내시경학회 이정용 이사장, 조승철 공보이사. 사진=박으뜸 기자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현재 국가암검진기관의 내시경 평가는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와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의 연수평점만 인정된다. 이 때문에 외과·가정의학과 등 다른 전문과에서 시행하는 교육은 배제되고, 검진기관 평점을 받으려면 사실상 특정 학회 연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대한외과의사회와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는 "내시경은 특정 진료과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는 입장 아래, 국가암검진기관 평가 기준의 형평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고 나섰다.
7일 각기 다른 시간에 열린 세 단체의 기자간담회에서는 같은 쟁점을 두고 외과는 헌법소원, 가정의학과는 별도 학회 창립, 위대장내시경학회는 현 체계의 정당성을 앞세우며 서로 다른 대응을 내놓았다.
외과·가정의학과 "독점 구조 깨야"
대한외과의사회는 공정한 기준 수립을 요구하고자 이번 사안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외과의사회는 "국가암검진 사업은 모든 국민과 진료과, 그리고 의료진이 협업과 신뢰 속에서 함께 만드는 공공의료정책이어야 하며, 본래 취지를 지켜야 하는 보편적 사업"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내시경 검사의 질 향상과 안전성을 위해 모든 의료인과 학회가 협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러한 협력을 통해 국가암검진사업의 공공성과 신뢰를 실현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최동현 회장은 "국가암검진은 보편적 공공사업인데 특정 학회만 연수평점을 인정하는 건 불합리하다"며 "외과는 합병증까지 책임질 수 있는 전문성을 갖췄다. 그런데도 목소리가 작다는 이유로 묻히니 헌법소원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의 본질은 단순한 진료과 대결이 아니라 형평성과 정책의 투명성"이라고 덧붙였다.
외과의사회는 이미 2008년부터 대장내시경 세부전문의 제도를 운영해왔고, 조기암 절제술·LECS·합병증 치료까지 내시경 술기를 폭넓게 담당해 왔다. 그러나 자체 교육은 국가암검진 평가에서 일절 인정받지 못해 제도적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이세라 명예회장은 "외과의사는 합병증 관리까지 할 수 있어 내시경을 더 안전하게 할 수 있다. 비합리적이고 형평성에 어긋나는 정책 결정으로 의사들을 차별로 몰아넣고 있다. 정책을 담당하는 이들이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역시 불공정 구조를 꼬집었다. 강태경 회장은 "가정의학과는 20년 넘게 내시경 교육을 이어왔지만 연수 평점이 인정되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 학술대회에도 가정의학과 의사들이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평점을 받으려면 타과 내시경 교육을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내과나 다른 과 의사들은 우리 학술대회에 많이 온다. 결국 내시경 교육만 놓고 보면 가정의학과 의사들이 듣고 싶어도 못 듣는 불공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준호 의무부회장은 "가정의학과 내시경 교육은 오래 이어져 왔고 질 관리 노력도 계속됐다. 그런데 한 단체만 인정해주고 다른 단체를 배제하는 건 불합리하다"며 "공정하고 건전한 견제 속에서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가정의학과의사회는 대한가정의학회와 협력해 '일차의료소화기내시경학회(가칭)' 창립을 추진하고 있다. 새롭게 준비하는 학회는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고, 모든 일차의료 전문과 의사들이 공정하게 참여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을 지향한다. 이를 통해 국민에게 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내시경 검사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위대장내시경학회 "국민 신뢰와 제도적 정당성 이미 입증"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는 현 체계가 이미 국민 신뢰와 정부 공인 제도로 자리잡았다고 강조했다.
이정용 이사장은 "우리 학회는 복지부·국립암센터와 정책 파트너 역할을 하고 있다"며 "국가암검진사업은 국민 건강권 보호를 위한 제도이며, 의료인의 임상 경험과 교육이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검진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형식적 교육이 아니라 학문적 기반과 임상 전문성을 반영해야 한다. 진정한 학회라면 학문적 기반과 정책적 대응, 회원 권익 보호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학회는 일련의 여론전을 통한 문제 제기와 헌법소원은 수련 체계의 전문성을 무시하고 그 역량을 깎아내리는 접근이라고 반박했다. 만약 이 문제가 받아들여질 경우 타 전문과의 고유성도 심각하게 위협하고 종국에는 의료체계의 균형을 깨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 경고했다.
위대장내시경학회는 2017년부터 내시경 전문의(인증의) 제도를 운영해 왔으며, 올해부터는 제도를 대폭 강화했다. 전공과목을 불문하고 내시경 전문의 자격인정을 신청할 수 있고 학술대회 참석 평점, 내시경실적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면 본회 산하 인증의 위원회에서 객관적으로 심사해 전문의 자격을 부여한다. 해당 내시경 인증의 제도는 정부에서도 검진기관평가시 인력평가 점수로 인정하고 있다.
학회는 대장내시경 검사의 국가암 검진으로의 도입을 앞두고 시술자의 보다 더 정확한 진단과 안전한 검사수행을 위해 6월 말까지 서류심사를 통과한 회원들을 대상으로 소정의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을 치러 합격한 응시자에게 최종적으로 내시경 전문의 자격인정증을 발급하기로 했다.
조승철 공보이사는 "위내시경 인증 응시자의 80%, 대장내시경 응시자의 60%가 타과 의사였다. 이는 타과 의사들조차 우리 학회의 인증을 신뢰했다는 방증"이라며 "내시경을 누구에게 받아야 하는지는 국민이 더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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