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정부가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에 지역의료·일차의료 강화방안을 담았지만, 의학계에선 '겉으로만 그럴듯할 뿐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전부터 논의되던 내용을 반복하거나 형식적으로 포함시킨 수준에 그치며, 구체적인 계획이나 재정 지원방안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19일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을 통해 지역·일차의료 강화방향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역병원 육성 및 일차의료 강화하기 위해 종합병원 거점화를 추진하고 지역 내 병‧의원 의뢰 및 상급종합병원 회송 환자 비중을 상향시키는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의료기관 간 인력 공유에 장애요인이 되는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했다. 의료기관간 협력과 인력 공유를 통해 취약한 지역의료의 공백을 메우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 같은 2차 실행방안의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실행계획이나 예산 배정이 없어 공허한 메아리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1일 을지대의대 나백주 교수는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부에서 협력·연계를 강화한다고 한다. 말 그대로 실현된다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협력과 연계를 강화하기 위한 네트워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익에 쏠리지 않고 관리할 수 있는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협의체를 통해 환자가 제때 이송되고, 의료기관 간 협력의 미비점을 점검하며, 시스템을 분석해 지속적인 소통과 개선이 이뤄져야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설명했다.
또한, 지역 1차 의료기관의 활성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필수의료뿐만 아니라, 일차 의료기관이 지역 주민의 건강관리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경증 질환이 악화돼 상급종합병원으로 가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실질적인 의료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나백주 교수는 "필수의료도 중요하지만, 비뇨기과나 이비인후과 같은 진료과목도 지역 주민에게 필요하다. 1차 의료기관에서 주민이 적절한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 없이 필수의료 강화만 강조된 것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농어촌 지역의 공중보건의사(공보의) 부족 문제도 언급했다. 나 교수는 "공보의가 부족해 간단한 질환으로도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고, 참다가 병이 악화돼 응급환자가 발생하는 일이 빈번하다. 가까운 곳에 치료받을 곳이 없어 원거리 이동이 불가피한 현실"이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1차 의료의 예방·관리 기능을 강화하는 설계가 필요하지만 현재 발표된 실행방안에는 이러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아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지방의료원 강화 방안에 대한 보완 필요성도 제기했다. 나 교수는 "울산의 경우 공공병원이 없어 코로나19 대응과 응급의료체계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공공병원 신설이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하면서, 해당 지역의 의료공백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공공병원이 없는 지역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발표된 2차 실행방안에 PRR(The Physician Retraining and Reentry) 프로그램 등 일차의료 강화를 위해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등이 포함돼 있지만, 이에 대한 예산 투입 계획이 알려지지 않으면서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는 일차의료 전문의 양성이 절실하지만 이에 대한 국가적 지원방안이 미흡하다는 시각이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2차 실행방안에서 PRR이 언급되긴 했지만, 이를 운영하려면 의과대학 교수진과 병원의 참여가 필수적이며 상당한 예산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발표에서는 예산 배정이 보이지 않는다"며, 실질적인 지원 없이 병원이나 학회가 자체적으로 운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나라 의원급 의료기관 중 기능적으로 1차 의료 역할을 수행하는 곳은 약 3분의 1에 불과하다. 이를 확대하려면 단기적으로는 PRR 프로그램을 통한 재교육과 함께 장기적으로는 1차 의료 전문의를 지속적으로 배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공의 수련 과정에서 매년 일정 수의 전문의가 배출돼야 하지만, 이에 대한 예산과 지원책은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고 우려를 표했다.
강 교수는 "호주, 미국, 캐나다, 일본 등 해외에서는 1차 의료 전문의 배출을 늘리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1차 의료 강화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실질적인 지원은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보다 적극적인 국가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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