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화 정책에 방치된 정신질환자…"가족 아닌 국가가 책임져야"

안인득부터 서현역까지…정신질환 범죄에도 제도 개선 없이 '악화일로'
정신건강醫 "발견-이송-재활-거주 국가가 아우르는 인프라 구축해야"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3-08-16 12:04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최근 잇단 묻지마 칼부림 사건과 대전 교사 피습 사건 등에 정신질환 연관성이 언급되면서 정신건강의학과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정신질환이나 의료현장 특수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정책에 환자들은 방치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까지 심해져 치료 기피까지 우려되면서다.

가족이 아닌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하는 중증 정신질환 국가책임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6일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중증 정신질환 치료제도 개선을 위한 성명서를 통해 국가책임제 시행 필요성을 지적했다.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수년 전 안인득 사건이나 정신과 전문의 피살 사건 등이 연이은 후에도 제도적 개선은 없이 치료 환경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에 따르면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시설 규정 강화로 2~3년 사이 1만 개가 넘는 정신과 입원 병상이 단기간에 사라졌다.

아울러 재활 등 인프라가 부족한 상태에서 성급히 추진된 탈원화 정책은 취지와 달리 수많은 정신질환자가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사회 곳곳에 방치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실제 시기적절하게 치료받지 못한 환자가 범죄 피의자가 돼 수감되는 경우도 많으며, 이로 인해 환자는 더 큰 편견과 낙인에 갇힌다고 강조했다.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대안으로 국가가 중증 정신질환 조기 발견과 치료를 책임지는 중증 정신질환 국가책임제 시행 필요성을 강조했다.

법제도 정비를 통해 정신질환자 응급 후송과 비자의 입원 결정 과정, 외래 통원 치료 부담을 가족에게 전가하는 일 없이 국가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환자 증상이 악화되기 전 조기 발견과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법제도적 장치와 치료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퇴원 이후에도 국가 책임 아래 치료를 이어갈 수 있도록 외래 치료 명령 제도도 수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을 폐지할 것도 촉구했다.

환자 돌봄과 치료에 대한 사회경제적 부담을 감당할 정도로 가족관계가 견고하지 않은 세태는 치료나 입원 과정에서 갈등을 낳고, 오히려 환자에 대한 지속적 치료를 어렵게 만든다는 설명이다.

또 정신질환 특성을 고려한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현장 목소리가 반영된 법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점도 설명했다.

스스로가 병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판단 능력이 저하된 환자의 경우 환자 의사에 반하더라도 적극적 치료 개입이 중요한데, 자유에 맡기는 것이 오히려 환자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급성기 치료를 위한 입원 병동 지원, 만성 정신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병원 내 재활 프로그램 인프라 지원 등 현장 목소리가 반영된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탈원화는 무작정 병원을 없애는 것이 아니다. 병원을 벗어난 환자의 재활과 거주 등 현실적 문제에 대한 세밀한 준비와 구체적 계획이 필요하다"면서 "더 이상 국가는 정신질환자 돌봄과 치료에 대한 책임을 가족에게 전가하지 말고 발견-이송-재활-거주를 아우르는 인프라 구축에 현장 의견을 반영한 법제도를 서둘러 마련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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