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고가의약품이 건강보험 급여권에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이는 환자 접근성 확대라는 긍정적 효과를 낳는 동시에, 치료 효과의 불확실성과 재정 부담, 사후 검증의 공백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동반한다.
이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실제의료데이터(Real-World Data, RWD)와 이를 분석한 실제임상근거(Real-World Evidence, RWE)를 활용해 성과기반 급여관리 체계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의 중심에는 지난해 설치된 심평원 약제성과평가실이 있다. 고가약의 등재 이후 효과를 검증하고 사후 관리를 전담하는 이 조직은, 올해부터 RWE 분석과 성과평가 모형 개발을 전담하는 성과평가개발부를 신설해 1실 2부 체제로 확대 운영되고 있다.
최근 전문기자단과 만난 약제성과평가실 이소영 실장은 "작년에는 약제성과평가실 내 약제성과평가부 1개 부서로 운영됐으나, 올해부터는 1실 2부 체제로 개편했다"며 "성과평가개발부를 신설해 RWD 자료분석 방법, 성과평가 모형, 실제 근거(RWE) 생성 가이드라인 마련 등 개발 기능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심평원은 졸겐스마주, 킴리아주 등 고가의 중증질환 치료제를 대상으로 이미 성과기반 평가를 시행 중이다. 등재 전 단계부터 성과평가 대상 선정을 위해 약제급여기준소위원회, 위험분담소위원회, 암질환심의위원회 등 핵심 회의체에 약제성과평가실장이 참여하고 있다.
실사용 자료 수집(RWD) 사후관리 조건으로 등재되는 약제의 실제 평가 절차는 제약사와 심평원이 협의해 작성하는 '성과평가계획서'로 시작된다. 약제급여평가위원회가 RWD 수집을 조건으로 의결하면, 제약사는 수집기간, 지표, 주기 등을 명시한 계획서를 약제성과평가실과 조율해 제출해야 한다. 이후 제약사는 기간 내 수집된 자료(RWD)를 주기적으로 심평원에 제출하고, 심평원은 청구 및 심사자료와 교차 검증해 신뢰도를 점검한다.
위험분담 계약 종료 전까지 제약사는 사전에 정한 계획에 따라 RWD를 분석한 성과평가 결과 보고서를 심평원에 제출해야 하고, 약평위가 이를 평가한다.
고가 중증질환 치료제에 대한 환자의 접근성은 보장하되, 근거의 불확실성을 등재 후 성과평가로 관리하는 체계 마련은 제약업계를 비롯 의료계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성과기반 급여는 고가 신약의 조기 시장 진입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일부 제약사에 전략적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성과 기준의 불확실성, 사후 환급 또는 급여 조정에 대한 부담 등으로 인해 제약계 전반에서는 기대와 부담이 공존하는 제도로 인식되고 있다.
의료계 역시 데이터 기반의 약제 관리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제도 정착을 위해선 보다 공정하고 명확한 평가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신뢰할 수 있는 RWD 수집 체계 구축 및 신속한 급여 관리가 앞으로의 과제다. 데이터 기반의 근거 생성이 이뤄지면 급여 관리의 투명성이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RWD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나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겠으나, 고가의약품에 대한 관리 체계가 확립되면 접근성 향상과 효과와 부작용 검증, 비용효과성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해소돼 긍정적인 결과가 예상된다. 마지막에는 재정 건전성 확보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RWD/RWE 활용은 기대와 가능성을 동시에 품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활용 기준, 데이터 품질, 평가 체계의 정합성 등 여러 요소가 병행해 정비돼야 하는 과도기적 국면에 놓여 있다.
이를 위해 심평원은 기술적 기반 정비에도 착수했다. 3월부터 '약제성과평가를 위한 실제근거(RWE) 생성 가이드라인' 위탁연구를 진행 중이며, 오는 11월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복지부, 제약사 등 관계자 논의를 거쳐 구체적인 추진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한 심평원은 올해 3월 개정된 위험분담제 유형 고시에 따라 제도를 운영해 약제성과평가의 좋은 표본을 만들고, 적합하게 평가대상을 선별 검토해 제도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실장은 성과평가 제도 정착을 위해 전 과정의 표준화와 수용성 확보에 방점을 두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성과평가 검토 전 과정을 표준화해 합리적이고 수용성 있는 제도로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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