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1' 감시는 사각지대‥비만치료제 '급여화' 필요성 부상

'살 빼는 약'으로 변질된 비만 치료제…누구나 사고 누구나 처방
문진 없이 처방, SNS로 공동 구매…통제 사각지대 우려 확산
인기 만큼 심각한 오남용·오처방…"급여 통해 기준·모니터링 체계 마련"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7-22 05:57

(왼쪽부터) 비만학회 허양임 언론홍보이사, 비만학회 박정환 정책이사, 
식약처 김영림 연구관, 비만학회 이재혁 총무이사, 비만학회 남가은 보험법제이사. 사진=박으뜸 기자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비만 치료제인 'GLP-1 유사체'는 약효가 뛰어나고 부작용이 적다는 이유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사용 현장은 혼란스럽다. 치료가 필요한 환자보다 단순히 살을 빼고 싶은 사람들이 더 많이 찾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 약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쓰고 있는지를 정부나 의료계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처방은 쉽지만 감시와 책임은 비어 있는 구조다.

의료계는 이런 구조를 바꾸려면 약제를 건강보험 체계 안으로 끌어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급여화가 이뤄지면 처방 기준이 명확해지고, 부작용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21일 열린 '긴급점검, GLP-1 비만치료제의 오남용 실태와 안전성 우려' 심포지엄에서도 중심 의제로 다뤄졌다.

대한비만학회 김민선 이사장은 "GLP-1이 비만치료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건 분명히 반가운 일"이라면서도 "비만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에게까지 약이 투여되는 부정적 사례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에서 보고된 드문 부작용에 대해 비과학적 해석이 퍼지면서, 치료가 꼭 필요한 환자들까지 약을 피하게 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비만학회 허양임 언론홍보이사는 약의 효과보다 사용 방식이 더 큰 문제라고 봤다.

허 이사는 "많은 사람이 사용하다 보니 부작용 보도도 많아졌고, 그로 인해 치료를 꺼리는 환자들이 생겨나고 있다"며 "GLP-1은 반드시 전문가의 진단과 경과 관찰 속에서 안전하게 써야 하는 약"이라고 강조했다.

의료계는 '누가 약을 처방하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도 함께 짚었다. 단순한 오남용뿐 아니라, 적절한 진단 없이 이뤄지는 오처방도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비만학회 이재혁 총무이사는 "문진 없이 약을 발행하거나, 대면 진료 없이 체중 감량 목적으로 처방되는 경우가 실제로 존재한다"며 "이 같은 현실은 환자 안전과 약물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동시에 위협한다"고 경고했다.

학회는 안전한 사용을 위한 해법으로 ▲정부·제약사 협력 기반의 가이드라인 수립 ▲부작용 모니터링 체계 강화 ▲의료진·환자 대상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을 제시했다. 특히 비만 치료에 대한 전문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비만교육자' 자격 제도를 운영하며 자격증을 부여하고 있다.

이 총무이사는 "적어도 비만 교육을 제대로 받고 자격증이 있는 의료진에게 약을 처방받는 것이 올바르다는 인식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온라인 유통과 광고를 단속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김영림 바이오의약품품질관리과 연구관은 "위고비 출시 직후 한 달간 온라인 불법 유통과 광고를 집중 점검했고, 현재까지 보고된 이상반응은 국제 임상시험 수준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정확한 정보가 의료진과 환자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광고 현장점검과 정보 제공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SNS 공동 구매, 비의료인의 처방 유도, 반복적인 미용 목적 처방 등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남아 있다. 제도 바깥에서 움직이는 약물 소비를 감시하려면 공적 관리 장치가 필요하다는 게 의료계의 시각이다.

비만학회 남가은 보험법제이사는 "비의료인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처방을 유도하거나 공동 구매를 안내하는 경우가 있다. 일부 의료진은 미용 목적으로 반복 처방을 하고, 약이 누구나 살 수 있는 '기적의 상품'처럼 포장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학회는 "이러한 환경은 부작용보다 훨씬 큰 문제"라며 정확한 기준과 관리가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학회는 이를 해결할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급여화를 제시했다. 비급여 상태로 방치될 경우, 접근성 격차뿐 아니라 기준 없는 자율 처방과 부작용 관리 부재가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급여화가 이뤄지면 처방 기준이 명확해지고, 의료진이 적응증을 벗어난 처방을 하기 어려워진다. 모니터링 요건이 함께 부과되면 부작용 발생에 대한 체계적인 감시도 가능하다.

건강보험 체계 안에서 장기적인 치료 경과를 추적할 수 있게 되면, 약물의 실제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근거도 더욱 명확해진다. 무엇보다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경제적 이유로 약물을 포기하는 일도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공정한 접근성 확보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남 이사는 "BMI 수치 외에도 장기 손상이나 대사질환 여부 등 실제 치료 필요성을 기준으로 삼는 제한적 보험 적용이 바람직하다"며 "해외에서도 이미 시행 중인 방식인 만큼, 국내에서도 유사하게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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