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HPV(사람유두종바이러스) 국가예방접종 대상 확대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공약에 두 번째로 포함된 데 이어 국회에서도 법안 발의가 이어지면서다. 재정 논리에 발목을 잡혔던 HPV 국가예방접종 대상 확대가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3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HPV 예방접종 대상을 기존 '12세 이상 26세 이하 여성'에서 '26세 이하 모든 사람'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에 앞서 복지위 더불어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이수진 의원도 지난 6월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HPV 예방접종 대상을 '12세 이상 26세 이하 모든 사람'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같은 달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대상을 '12세 이상 19세 이하 남성'까지 확대하는 법안을, 지난 3월 민주당 박희승 의원은 '만 17세 이하 남성'으로 확대하는 법안을 각각 발의했다.
각 개정안마다 범위에 차이가 있지만 HPV 예방접종 대상에 남성을 포함해 확대한다는 점에서는 여야 모두 같은 방향을 목표로 한다. 아울러 소관 상임위인 복지위 여야 간사 모두가 개정안 발의에 참여했다는 점도 법안 처리 기대감을 더한다.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지난달 24일 국민의힘을 향해 '민생공통공약추진협의회'를 제안하며 양당 이견이 없는 법안을 신속 처리할 것을 제안했는데, 여기엔 HPV 예방접종 확대를 위한 감염병예방법 개정안도 포함됐다. 지난달 처리는 무산됐으나, 향후에도 우선순위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개정안이 처리될 경우 내년부터 바로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 시행시기를 내년 1월 1일이나 공포 후 3개월로 설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 공약에 대한 법안 발의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이어지며 처리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재정 문제는 넘어야 할 벽이다. 21대 국회에서도 민주당 최혜영 전 의원이 HPV 예방접종 대상 확대 개정안을 내놨지만, 담당부처인 질병관리청은 한정된 재정여력을 언급하며 신중검토 의견을 냈다. 비용효과성을 비롯한 우선순위 등을 검토해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개정안은 상임위 법안소위에서도 논의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의료계에선 논의 가능성에 환영 의사를 나타내며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요로생식기감염학회 남성 HPV 접종위원장을 맡고 있는 배상락 의정부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이날 메디파나뉴스와 통화에서 남성 HPV 접종 확대 필요성을 피력했다.
배 교수에 따르면 OECD 38개국 가운데 여성만 국가예방접종 대상으로 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2곳 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비용효과성 문턱을 넘지 못했기 때문인데, 남성을 대상으로 한 국내 연구가 없어 질병 우려가 과소하게 추계되면서다. 해외에선 집단면역을 이루기 위해 남녀 모두 접종하는 게 효과적이란 연구가 많지만, 국내 연구는 많지 않다 보니 재정 논리를 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OECD 38개국에서 2개국에서만 여성만 대상으로 접종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이라며 "HPV 예방 측면에선 최하위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마지막에 걸리는 게 예산 문제"라며 "사실 의학적 관점에서 남성 접종은 너무 당연한 얘기다. HPV 메커니즘 자체가 성을 매개로 하기 때문에 여성만 접종한다고 예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HPV 예방접종 대상을 남성으로 확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 비용은 280억원 정도다. 지난해 국회에서 예산 증액을 추진할 때 책정한 비용이다. 배 교수는 최근 국내 후속 연구가 나오고 있고, 입인두암과 두경부암 등에서 HPV 감염으로 인한 남성 환자도 급증하고 있는 만큼 긍정적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HPV 백신 남성 접종은 이재명 정부에서도, 전 정부에서도 공약한, 반드시 필요한 내용"이라며 "정부와 국회 설득을 위해 앞으로도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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