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료 인력난 해소 방안'…국감 도마 위 오르나

의료계 일각 "수가체계·재정 지원 개선 없인 악순환 반복"
국립대병원 순환 진료·인력풀 확충 필요성도 제기
민간 의사 활용한 '호주형 공공-민간협업 진료체계' 도입 제안도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5-09-22 05:56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의정갈등으로 이탈했던 전공의는 복귀했지만, 지역 의료 인력난과 병상 불균형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내달 열리는 국정감사에서는 '지역의료 회복을 위한 인력·병상 재분배'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며 보건복지부를 향한 집중 질의가 예고된다. 전문가들은 공공의대·지역의사제 같은 인력 양성책에 더해 현실에 맞는 보상체계와 민간의사 활용을 통한 새로운 진료모델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1일 국회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오는 24일 '2025년도 국정감사계획서' 채택 이후 확정될 예정이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최근 발간한 '2025 국정감사 이슈 분석: 정부가 답해야 할 국민의 질문 Ⅳ(사회·문화 분야)'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의사 수는 수도권 211.5명, 비수도권 169.1명으로 격차가 컸다. 300병상 이상 의료기관이나 의원급 의료기관의 의사 수 역시 수도권이 많았으며, 연평균 증가율도 수도권 중심으로 높게 나타나 의료 인력 쏠림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보건복지부가 의료취약지 지원사업, 공중보건의사제도, 계약형 지역 필수의사제, 병상 수급·관리계획 등을 통해 지역 의료자원 확보를 시도했지만, 최근 의료대란 속에서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자리잡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복지부 자료를 보면, 올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서도 수도권 수련병원은 63% 복귀율을 보였으나 비수도권은 53.5%에 그쳤다. 특히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전공의 수련환경 혁신지원 사업 대상 8개 과목의 지역 수련병원 복귀율은 수도권에 비해 더 낮았다. 심장혈관흉부외과는 4.9%, 소아청소년과 8%, 산부인과 27.6%, 외과 23.4%, 내과 48.5%로 저조한 수준이다.

이재명 정부가 국정과제로 '국민건강 책임형 보건의료'를 내세우며 지역격차 해소, 필수의료 확충, 공공의료 강화를 강조하고 있고, 민주당도 '2025년 정기국회 중점 처리 법안'으로 '필수의료강화 특별법', '지역의사양성법'을 꼽은 만큼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복지부를 향한 지역의료 대책 관련 질의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지역의료를 회복하기 위해 장기적 인력 양성과 함께 이미 발생한 공백을 메울 단기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나백주 을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메디파나뉴스와 통화에서 "지역의료 강화를 위해서는 행위별 수가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진료량이 수도권에 비해 훨씬 적은 지역에서 동일한 보상체계를 적용하는 것은 지역 의료 공백을 반복시키는 결과"라고 말했다. 

특히 인력 채용에서 재정적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부가 지정한 8개 과에 대해서는 최소 3명 이상 채용할 수 있도록 해야 당직 부담을 줄이고 채용도 원활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국립대병원의 복지부 소관 이관과 함께 대학병원 교수·의사들이 취약지 의료 지원을 위해 순환 근무하며 교육·자문·정기 진료를 수행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나 교수는 "이러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면서 동시에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를 통해 인력 풀을 확충해야 지역 의료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지역의료 공백 해소가 시급한 만큼, 장기적 관점의 공공의료인력 양성과 함께 민간 의료기관 의사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주열 남서울대 교수는 "지역에 의사가 부족한 것은 모두가 공감하는 문제다. 이를 해결하려면 수도권 이외의 시군에서 의사가 모든 의료기관에서 겸직 진료를 할 수 있도록 개방형 진료체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건지소를 개방형 공공의원으로 전환해 민간 의료기관 의사가 공공의료기관에서 자유롭게 진료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이를 '호주형 공공-민간 협업 진료체계' 모델로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러한 체계가 도입되면 공중보건의사에 의존하던 의료취약지 문제를 개선할 수 있고, 안정적이고 양질의 전문의 진료 제공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또 "공공의대나 공공의료사관학교 설립만으로는 현재 지역의료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며 "근본적인 제도 설계와 구체적 실행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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