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처방약 제한, 학계·약계 화두 두각…정부는 난색

약사회, 복지부에 '고위험 비급여 의약품 리스트' 제출
탈모약, 여드름·주름완화약, 사후피임약 등 3개 품목 담겨
원격의료학회 가이드라인서도 초진 시 처방 검토 약 제시
항암제 등 여러 품목 담겨…복지부 "제한에 명분·근거 필요"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3-09-19 06:02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비대면진료를 통해 처방되는 의약품 중 일부를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정부에서도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지만, 제도화까진 여러 근거가 요구된다는 입장에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18일 대한약사회에 따르면, 최근 약사회는 보건복지부에 고위험 비급여 의약품 리스트, 해외 사례 등을 정리해 제출했다.

대한약사회 내 학술기관에서 파악한 고위험 비급여 의약품은 크게 ▲탈모약 ▲여드름·주름완화약 ▲사후피임약 등 3가지로 나뉜다.

탈모약에는 미녹시딜, 피나스테리드, 두타스테리드 등, 여드름·주름완화 의약품은 이소트레티노인, 트레티노인 등, 비만약은 시부트라민, 오르리스타트 등이 각각 포함돼있다. 세 분류 내 단일 요법과 병용 요법 등을 모두 합치면 총 14개다.

약사회는 해당 의약품이 비대면진료에서 비급여로 처방되고 있으며, 의약품이 갖고 있는 위험성을 고려할 경우 비대면진료 비급여 처방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날 브리핑을 맡은 김대원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탈모약인 피나스테리드와 두나스테리드 등은 임산부가 피부에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기형아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보고되고 있다"며 "비대면진료 특성으로 인해 고위험 비급여 의약품에 대한 오남용 위험성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비대면진료 초진에서 비급여의약품을 처방하는 것은 관리 사각지대에 빠져있다. 향후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탈모약이나 여드름약을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유통하려는 시도 등도 확인되고 있다. 이 역시 굉장히 위험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약사회가 복지부에 전달한 해외 비대면진료 처방 제한 의약품 사례는 총 6건으로, 일본·영국·미국 등 대부분 선진국이다.

처방이 제한되는 의약품에는 마약, 향정신성약물, 당뇨병 치료제, 이뇨제, 발기부전 치료제, 진통제, 수면제, 치료제 복용기기 등이 포함됐다.

김대원 부회장은 "해외 사례를 보면 비대면진료에서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처방은 할 수 없다는 원칙을 두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일부 오남용이 우려되는 약을 제한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약사회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비대면진료 처방약을 제한해야 한다는 요구는 학계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한국원격의료학회가 지난달 말 공개한 비대면진료 가이드라인에는 '초진 비대면진단에 적합하지 않은 증상, 초진 비대면처방에 충분한 검토가 필요한 의약품'이라는 항목이 포함됐다.

이 항목에 따르면, 의사는 의학적 판단에 따라 기저질환 등의 정보가 파악되지 않은 환자에 대해 초진 비대면처방에 충분한 검토가 필요한 의약품 처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해당 의약품에는 ▲항미생물제제 ▲항암제 ▲염증·면역·알레르기에 대한 약물 ▲당뇨·이상지질혈증·통풍·고요산혈증 치료제 ▲모든 호르몬제 ▲수액 ▲혈액제제, 조혈제, 지혈제 ▲항부정맥제, 아조세미드 ▲천식 치료제 ▲간 질환 치료제 ▲마약류, 편두통약 ▲빈뇨약, 항콜린제 ▲안약, 녹내장 치료제 등 다양한 품목이 포함됐다.

이처럼 학계와 약계에서 비대면진료를 통한 의약품 처방에 제한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연이어 내놓고 있지만, 정부에서는 적극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김대원 부회장은 "복지부에서도 약사회 의견에 공감하고 있지만 실무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명분이나 근거가 필요한 상황이다 보니 어떻게 제한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쉽게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자료 제출 이후에도 약사회는 복지부와 지속적으로 대화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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