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 번아웃 심각‥"교육 기여 보상·정부 지원 시급"

진료·연구에 치우친 시간 배분…교육 활동은 저평가
30% 이상 '심각한 번아웃' 상태…업적평가 체계도 불균형
"교육 기여 보상·트랙 제도화·정성평가·정부 지원 필요"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8-21 11:50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의과대학 교수들이 과중한 직무 부담 속에서 심각한 탈진(burnout)을 경험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진료와 연구에 치우친 시간 배분, 교육 활동의 저평가, 불균형한 업적평가 체계가 맞물리며 교육의 질과 지속 가능성까지 위협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기초의학 분야 교수 인력의 감소로 교육·연구 활동의 어려움이 심화되면서 의학교육 질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의 '우리나라 의과대학 교수의 변화하는 역할과 직무 수행 현황 및 업적 평가 기준 분석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의료정책연구소(2012) 연구 당시 교수들의 실제 업무 시간은 진료(48.2%), 연구(20.6%), 교육(16.4%) 순으로 분포돼 있었다. 교수 1인당 평균 2.6과목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교육에 투입되는 시간은 매월 24시간에 불과했다.

연구원은 "이는 교육의 질적 유지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지표"라며 "교수들의 업무 과중과 불균형한 시간 배분이 탈진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 15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30% 이상이 '심각한 탈진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 활동은 현행 평가 및 보상 체계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교수들은 자신의 교육적 기여가 저평가되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교수들이 직업 활동에서 이상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인식하는 시간의 비중에서는 연구가 평균 29%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교육 22%, 진료 14%, 자기계발 및 연수 13% 순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현재의 시간 배분이 교수들이 희망하는 구조와 큰 차이가 있으며, 직무 만족도 저하와 이직 의향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한 국내 26개 의과대학의 교수 업적평가 기준을 항목별·역할별로 분석한 결과, 연구 실적 중심의 정량평가가 절대적으로 강조되는 반면 교육 활동은 간접시간·준비 과정이 반영되지 않는 등 구조적 한계가 명확히 드러났다.

연구원은 편향된 평가 체계가 교수의 동기 저하와 교육 활동 경시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의학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연구원은 개선 방향으로 진료와 연구 실적에 비해 저평가되는 교육 기여 활동을 정당하게 인정하고 보상할 수 있는 평가 기준과 보상 체계 마련을 제안했다. 교육 활동을 유형별로 세분화한 평가 지표를 구축하고 교육 준비와 참여에 소요되는 간접시간까지 반영할 수 있도록 지침을 보완해야 하며, 교육 기여도 기반의 인센티브 제도 도입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직무 만족도를 높이고 이직 의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초의학·임상의학 교육 중점 교수, 의학교육 전문가 트랙 등 역할 중심의 트랙을 제도화하고, 트랙별 맞춤형 평가와 보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도 제시됐다. 교수들이 희망하는 이상적 시간 배분이 연구와 교육에 집중된 만큼 행정 및 평가 업무를 줄이고, 진료·교육·연구·행정 영역 간 역할과 책임을 재정립하는 구조적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교수의 일과 삶의 균형 회복을 위한 조직 차원의 지원체계 강화 필요성도 언급됐다. 가족, 여가, 자기 계발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업무의 유연성, 근무 시간의 탄력적 운영, 연수 제도의 확대 등을 통해 교수 개인의 삶의 질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봉사 영역 역시 구체적인 활동 기준과 평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일정 수준의 비중을 보장해야 하며, 단순한 실적 위주의 정량평가를 넘어 학습자 성과 개선, 교육 목표 달성도, 혁신적 교육 자료 개발 등 정성적 기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지표를 개발해 정교한 평가 체계에 포함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아울러 교육 전문 인력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정부 차원의 재정지원과 대학 차원의 중장기 인력 운영 계획 수립이 제안됐다. 연구원은 교육 전담 교수 확보를 위한 별도 예산 항목 신설, 전임 교수 충원 인센티브 제공, 연수 및 역량 강화 프로그램 운영, 연구 목적 진료 지원체계 마련 등 체계적인 정책 수단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정부의 정책 설계와 예산 배정, 교육에 대한 공공투자의 정당성과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법·제도적 근거가 요구됐다.

연구원은 "의과대학 교수의 변화하는 역할을 제도적으로 수용하고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절실하다"며 "제안된 정책이 시행될 경우 교수 개인의 직무 만족도와 자긍심이 회복되고, 더 나아가 의학교육의 질과 지속가능성도 향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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