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 숨기고 전파, 3년 이하 징역형 규정‥"헌법 위반되지 않아"

HIV 감염자, 다른 사람에게 전파 매개 행위 금지한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
헌법재판소 "제한적 해석·명확성 원칙·과잉 금지 원칙 등 위반이라고 볼 수 없어"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10-27 11:13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우리나라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uman Immunodeficiency Virus, HIV)'에 감염된 사람이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파 매개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제한적 해석, 명확성 원칙 위반, 과잉 금지 원칙 등에 대한 논란이 있었으나 헌법재판소가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피고인인 A씨는 후천성면역결핍증(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 AIDS)의 원인 바이러스인 HIV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돼 질병관리청에 감염인으로 신고된 사람이다.

그런데 A씨는 감염된 사실을 숨긴 채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해 전파 매개 행위를 했다는 공소 사실로 기소됐다.

이와 관련해 재판을 담당한 법원이 근거 법률인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법재판소는 먼저 심판 대상 조항에 제한적 해석이 있는지 살펴봤다.

다수의 대규모 임상연구에 의하면 HIV 감염인이 치료를 받아 체내에 바이러스가 검출한계치 미만으로 억제된 상태에 있다면, 별다른 예방 조치가 없더라도 상대방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를 발견할 수 없었다.

국제연합(UN) 소속 에이즈 예방 활동기구인 유엔에이즈계획(UNAIDS)의 'U=U' 캠페인은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미검출 = 미전파(Undetectable = Untransmittable)'를 의미한다.

헌법재판소는 HIV 전파 가능성에 대한 현재의 의학 수준과 국민의 법의식 등을 반영한 규범적 재평가의 필요성, 상대방의 자기결정권 보장 필요성, 상대방에 의한 심판 대상 조항의 악용 가능성 방지 필요성 등을 고려했다.

이에 심판 대상 조항은 '의학적 치료를 받아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의 전파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감염인이 상대방에게 자신이 감염인임을 알리고 한 행위'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해당 법이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했는지 여부도 따져봐야 했다.

HIV 감염을 예방하고자 하는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심판 대상 조항이 규정하는 '체액'이란 타인에게 감염을 일으킬 만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를 가진 체액으로 한정된다.

그리고 '전파 매개 행위'는 체액이 전달되는 성행위, 모유 수유, 혈액이 전달되는 오염된 주사 바늘이나 의료 기구 사용, 수혈, 혈액제제 투여 등과 같이 감염 가능성이 있는 행위에 국한될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다만 비감염인의 건강권을 효과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감염인과 성행위를 하는 상대방의 자기결정권 보장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그러므로 '의학적 치료를 받아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의 전파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감염인이 상대방에게 자신이 감염인임을 알리고 한 행위'에는 법이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의견이 일치했다.

반대로 의학적 치료를 받아 타인을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시킬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감염인이라 하더라도 상대방에게 자신이 감염인임을 알리지 않고 예방조치 없이 성행위를 한 경우에는, 심판 대상 조항에서 금지 및 처벌 대상으로 규정한 '전파 매개 행위'에 해당한다는 의견이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해당 규정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결론냈다.

과잉 금지 원칙을 위반해 사생활의 자유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도 논의됐다.

이 규정으로 인해 감염인에게는 자유로운 방식의 성행위가 금지되므로, 그의 사생활의 자유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이 제한될 수 있음이 인정됐다. 

그러나 상대방은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감염인과의 성행위로 인해 완치가 불가능한 바이러스에 감염돼 평생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하는 등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감염인의 제한 없는 방식의 성행위 등과 같은 사생활의 자유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이 제약되는 것에 비해 국민의 건강 보호라는 공익을 달성하는 것은 더욱 중대하다"고 말했다.

이에 심판 대상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감염인의 사생활의 자유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결론났다.

한편, 이 사건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인의 전파 매개 행위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판단한 최초의 사례다.

'의료인의 처방에 따른 치료법을 성실히 이행하는 감염인의 전파매개행위를 금지 및 처벌하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일부 위헌 의견이 있었으나, 위헌결정을 위한 심판정족수(6인)에는 이르지 못해 헌법재판소는 합헌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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