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시행 눈앞…진료지원업무·배치·보상 정책 우려 여전

7일 '대한간호정우회 간호정책 토론회' 개최
김윤 의원 "궁극적으로는 전문 간호사제도 확대 발전하는 방향으로"
강경화 교수 "이미 한계 가진 간호법…하위법령에 실효성 담아야"
병원간호사회 "환자안전 위한 적절한 간호인력 배치 기준 마련 시급"
최수정 협회장 "진료지원업무는 전문영역…미국도 전문간호사 박사과정 전환"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5-05-08 05:57

(왼쪽부터) 민주당 김윤 의원, 한림대학교 강경화 교수, 병원간호사회 홍정희 회장, 한국전문간호사협회 최수정 협회장, 건국대병원 정선영 전담간호사. 사진=김원정 기자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내달 간호법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진료지원 업무범위와 간호사 배치 기준, 보상 체계 등에 대한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특히 '간호사의 진료지원업무 수행에 관한 규칙'은 현재 관련 단체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며 하위 법령안을 마련 중으로, 간호계는 환자 안전과 간호사의 권익 보호를 위해 업무범위의 명확화, 자격 기준, 전문 교육체계 구축 등을 통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7일 여의도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개최한 '대한간호정우회 간호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이번 토론회는 '국민건강수호를 위해 간호사가 정책을 말하다'를 주제로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 진보당 전종덕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은 이번 토론회에서 축사를 통해 "초고령화사회 진입과 간호법 시행을 앞둔 지금 국민 건강을 지키는 간호사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면서도 "병원에서 간호사들은 여전히 고된 업무에 시달리고 있고 높은 이직률이 계속되고 있다. 신규 간호사들은 배출되고 있지만 병원에서 채용을 안 하고 있다. 이런 얘기를 한지 10년이 넘었다.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환자를 간호하기 위해 필요한 적정한 수의 간호인력을 배치하고 적절하게 보상하고 간호사와 전담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정하고 그 일을 잘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진료지원간호사는 더 높은 위험도를 가진 업무를 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경제적 보상을 해주는 동시에 경력 발전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전문 간호사제도를 확대 발전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진 토론회에서 한림대학교 강경화 교수는 '간호사 진료지원업무 법제화의 주요 쟁점'을 주제로 "이미 한계를 갖고 간호법이 만들어졌지만 지금이라도 하위 시행령, 시행규칙에 어떤 내용들을 담느냐에 따라 본래 입법 취지인 업무범위, 권리와 책무, 수급 및 교육, 장기근속을 위한 간호정책 개선 등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 진료지원과 관련한 시행령, 시행규칙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이 있다고 보고 실효성 있는 법을 만들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먼저 전문간호사와 가칭 '전담간호사'의 업무범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 또한 현재 법령에서 진료지원 업무 수행과 관련된 논의에서 전문간호사에 대한 부분은 실종됐다. 이에 전문간호사의 역할과 관련 업무범위가 명확하게 시행령에 정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진료지원업무 범위를 우선적으로 정리한 후 관련 업무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자격관리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특히 간호인력배치기준이나 간호관리료 차등제 등은 의료기관에서 지키지 않더라도 고발하지 않는다면 알 수 없다. 즉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만큼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도 법적인 차원에서 실효성을 갖추도록 보완해야 한다"고 짚었다.

강 교수는 "지금의 간호법만을 본다면 환자와 간호사의 안전이 심히 우려된다. 경력 있고 숙련된 간호사들은 진료지원업무로 빠지고 그 자리를 신규 간호사가 메우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전담간호사 교육이 충분하지 않고 표준화돼 있지 않으며 업무 범위도 의료기관 장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며 "간호사, 전담간호사, 전문간호사의 법적 위상, 책임과 업무범위 명확화를 통해 의료현장의 혼선을 방지해야 한다"고 했다. 
 
발제에 이어 진행된 패널토론의 첫 토론자인 병원간호사회 홍정희 회장은 "진료의 질, 진료량 유지를 위해서는 간호사들이 필요하지만 과도한 업무량, 교대근무, 업무 부적응, 낮은 임금 등으로 여전히 많은 간호사들이 사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환자 당 적정한 간호사 배치 기준이 필요하며 여기에는 간호사의 근무일수를 비롯해 종별 또는 병상가동률에 따른 환자수, 중증도나 간호 피로도, 업무량, 재원일수 등도 반영돼야 한다고 짚었다.

더불어, 간호인력 산정시 간호관리자, 입사 3개월 이내 신규 간호사, 전문간호사나 전담간호사 등 진료지원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는 제외해야 보다 현실적인 간호사 배치 기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전문간호사협회 최수정 협회장은 최근 미국 메릴랜드 대학병원을 방문해 메릴랜드 간호대학에서 전문간호사 과정을 가르치는 부학장, 메릴랜드 대학병원에서 전문 간호사와 PA를 총괄관리하는 매니저 등과 미팅을 통해 미국 간호계에서 진료지원업무를 바라보는 관점을 공유했다.

최수정 협회장은 "미국 간호계에서는 진료지원업무가 간호영역을 벗어나는 업무라고 한다면 당연히 상급 교육과 별도 자격을 갖춘 자가 해야 한다고 봤다"면서 "이들은 의사의 지도에 근거해서 진료지원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면 그것은 의사들의 업무라는 것이며,이는 간호사의 면허범위를 넘어서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 간호사가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전문간호사가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간호법 제14조(진료지원업무의 수행) 제1항 2에 명시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임상경력 및 교육과정의 이수에 따른 자격을 보유할 것'이라는 조항은 반드시 삭제해야 한다"며 "의사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이에 합당한 더 높은 수준의 교육 과정 이수, 별도의 자격 취득이 필요하며 지속 교육도 이뤄져야 하다. 그래서 미국은 전문 간호사 과정을 2년 석사과정에서 3년 이상의 박사과정으로 확대했고 PA도 박사과정으로 전환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건국대병원 정선영 전담간호사는 "다수의 전담간호사들이 의료현장에서 공통적으로 마주하고 있는 문제는 교육과 현장의 괴리다. 특히 진료지원간호사는 단순 처치 수준을 넘어 환자의 상태 변화에 대한 임상 판단과 신속한 대응이 요구된다. 의사가 외래, 수술, 회의 등으로 병동에 상주하지 못하는 경우 간호사는 환자의 상태를 빠르게 인지하고 필요할 때는 의료진과 즉시 협력해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저를 포함한 많은 전담간호사들은 초기 판단과 결정의 책임을 일부 감당하게 되는 상황도 적지 않다”고 임상현장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 전담간호사는 이러한 문제 발생의 원인을 전담간호사에 요구되는 전문 역할에 비해 제도적 지원과 권한 부여가 충분하지 않으며 교육기관 및 교육시간 부족에서 비롯된다고 봤다. 

그러면서 "수술 보조 간호사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수술 중 제1, 제2 조수로 전문의와 함께 고난도 술기를 수행하지만 공식적인 국가 전문 교육 과정이 마련되지 않아 병원들 역시 체계적인 훈련체계를 갖추기 어렵다. 이러한 현실로 인해 자연스럽게 도제식 훈련에 의존하는 구조적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이에 개인 역량에 따라 편차가 생기고 결국 환자 안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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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10시간 전

    간호학과 학생으로서 간호사의 전문성과 역할이 온전히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간호법 시행을 앞두고 업무 범위와 자격 기준이 불명확해 현장의 혼란이 우려됩니다. 현장의 간호 교육, 배치, 보상 세부 기준이 명확히 규정되어야 합니다. 정책에 현장의 목소리가 충실히 반영되어 실질적 도움을 주는 제도가 마련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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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yun****17시간 전

    간호법 시행을 통해 간호사들의 전문성과 권리가 더욱 존중받기를 바라고,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잘 반영되어 혼란 없이 정착되길 응원합니다. 간호사들이 안전하고 공정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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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간***2025.05.09 00:34:38

    일원화 해야 합니다.  정 전담간호사의 핵심내용은 결국 전문간호사로 일원화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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