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문근영 기자] 국내 제약사 재생에너지 도입이 초기 단계다. 전 세계가 탄소중립(Net Zero)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제약업계도 예외가 아닌 만큼, 국내 제약 기업은 스스로 재생에너지 전환 목표를 세우고 있다.
25일 메디파나뉴스가 국내 제약사 9곳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본사를 비롯해 공장 등 사업장에서 사용한 재생에너지 총량이 전체 에너지 사용량 대비 1%에 미치지 못했다. 제약사 9곳은 유한양행, 종근당, GC녹십자, 한미약품, 대웅제약, 보령, HK이노엔, 일동제약, 한독이다.
일례로 지난해 HK이노엔 재생에너지 사용량은 2.2TJ다. 전체 에너지 사용량 721TJ와 비교 시,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약 0.31%다. 해당 수치는 2022년과 2021년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 약 0.34%, 0.33%보다 낮다. 전체 에너지 사용량은 늘었으나, 재생에너지 사용량이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GC녹십자 에너지 사용량 대비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약 0.02%다. 전체 에너지 사용량이 1593TJ로 나타났으나, 재생에너지 사용량은 0.36TJ에 그쳤다. 2022년과 2021년 에너지 사용량 대비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0.02% 이하로 집계됐다.
두 기업만 에너지 사용량 대비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이 1%를 넘지 못한 건 아니다. 한독은 지난해 재생에너지 1.21TJ을 사용했으며, 에너지 사용량 대비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이 약 0.005%로 나타났다. 해당 수치는 2022년과 2021년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 대비 높다.
지난해 대웅제약 에너지 사용량 대비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약 0.002%다. 2022년과 2021년 수치와 비교해 소폭 늘었으나, 1%에 미치지 못한 건 다른 기업과 동일하다. 전체 에너지 사용량은 지난해보다 2022년과 2021년이 많았으며, 재생에너지 사용량은 지난해 대비 2022년과 2021년이 적었다.
종근당은 지난해 환경성과를 기재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0.86TJ(스팀 사용량 제외)로 기재했다. 전체 에너지 사용량 대비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약 0.001%다. 2022년과 2021년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지난해보다 낮았다.
한미약품과 일동제약은 환경 관련 성과에서 전체 에너지 사용량과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구분했으나,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0으로 기재했다. 유한양행과 보령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선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찾을 수 없었다.
국내 제약사 9곳은 이같은 수치가 보여주듯 재생에너지 도입 초기 단계라는 걸 인식하고 있다. 9개 업체는 최근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전체 에너지 사용량에서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늘리기 위한 단기 혹은 중장기 실행 계획을 밝혔다.
HK이노엔은 탄소중립 로드맵 핵심 과제인 재생에너지 포트폴리오 전환을 위해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구매, 재생에너지 직접 구매 계약(PPA) 등 다양한 이행 수단을 검토하는 중이다. 대소공장 내 온사이트(On-site) PPA를 고려하는 게 사례다.
On-site PPA는 발전사업자가 재생에너지 사용을 원하는 업체 지붕이나 유휴 부지를 임대해,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구축 후 책임 운영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HK이노엔은 비용 및 투자 시기를 고려해 PPA 추가 계약으로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확대할 계획이다.
GC녹십자는 2050 탄소중립 달성과 RE100 이행을 목표로,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SK E&S와 PPA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해당 계약은 2026년부터 오창·음성·화순공장 등 3개 사업장에 재생에너지 6.7MW를 20년간 공급한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이 회사는 재생에너지 직접 구매 계약뿐만 아니라 오창·음성공장 내 지붕태양광 발전소 설치 공사를 진행 중이다. 두 공장 내 건물 옥상에서 각각 재생에너지 전력 1325kW, 313kW를 생산해 외부로 공급한다는 게 GC녹십자 계획이다.
한독은 HK이노엔과 마찬가지로 REC 구매, 재생에너지 발전사와 PPA 등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윤주연 한독 생산본부장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현재 태양광 설비로 음성공장에서 사용하는 에너지 10%가량 감당할 수 있는데, 관련 설비 확대 등 방법을 통해 탄소배출량 줄이겠다고 밝혔다.
대웅제약이 추진하려는 계획 역시 다른 기업과 다르지 않다. 이 회사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재생에너지 거래 계약, 공급인증서 구매, 태양광 발전 확대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에너지 절감 및 전환을 실현할 것으로 보인다.
매년 0.2MWh 수준 직접 생산 설비를 구축 중인 종근당은 해당 계획을 이어갈 예정이다. 아울러 이 회사는 2026년 이후 제3자 PPA 또는 REC 등을 활용한 녹색에너지 도입을 검토 중이며,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6.3MWh 도입 목표를 세웠다.
일동제약이 올해 추진 중인 ESG 과제는 재생에너지 도입이다. 정부 지원사업으로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2030년까지 REC 구매, 제3자 PPA, 한국전력 녹색 프리미엄 등 방법으로 재생에너지 수급을 늘리며, 자가 설비를 이용한 재생에너지 도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유한양행과 한미약품이 세운 계획은 다른 기업과 유사하다. 두 기업은 REC 인증서 구매, 제3자 PPA 등 RE100 수단을 외부에서 조달하겠다고 설명했다. 보령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재생에너지 도입 관련 구체적 계획을 기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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