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P, 단순한 품질 기준 아냐…ESG와 연결된 생존 전략"

cGMP, 품질관리 넘어 기업 거버넌스 근간
ESG 경영, 파트너십과 규제 대응 모두에 직결
중소 바이오기업도 초기부터 ESG 내재화 전략 필요

최인환 기자 (choiih@medipana.com)2025-05-09 05:56

8일 '바이오코리아 2025'에서 마련된 '지속가능한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인허가 전략' 세션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최인환 기자
[메디파나뉴스 = 최인환 기자] 글로벌 규제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GMP(우수의약품제조기준)가 더 이상 단순한 품질 기준이 아닌 '거버넌스'의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ESG 경영 역시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판단하는 실질적 기준으로 작용하며, 이제 제약·바이오 기업의 글로벌 진출 여부를 결정짓는 요소로 자리 잡았다.

8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바이오코리아 2025'에 마련된 '지속가능한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인허가 전략' 세션에서는 규제 전문가, 산업계 실무진, 글로벌 파트너십 관계자들이 cGMP와 ESG의 전략적 통합 필요성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을 진행했다. 특히 GMP에 대해 품질관리 기준을 넘어 '조직의 건강한 거버넌스 시스템'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왼쪽부터) 찰스 안 Aegis Beacon Consulting 대표, 최인화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전무, 나민우 파마스피어 부사장. 사진=최인환 기자
첫 발표자로 나선 찰스 안 Aegis Beacon Consulting 대표는 30여 년간 미국 FDA에서 인스펙터로 활동했던 경험을 토대로 미국 식품의약품법의 역사와 GMP의 기원을 짚었다.

그는 "현행 cGMP 규정은 단순히 기술적 요건의 집합이 아니라, 기업의 품질과 경영 문화 전반을 관장하는 최소한의 요구사항"이라며 "제약회사는 법적으로 규정된 이 기준을 단순히 '지키는 것'이 아니라 '내재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FDA는 GMP를 어길 시 '어덜트레이션(adulteration, 불량품)'이자, 연방법 위반으로 간주한다"며 "이 개념은 단순한 위생 문제를 넘어 기업 경영 전반에 미치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21세기형 GMP(21st Century cGMP)' 개념을 소개하며 "데이터 기반의 지속적 개선(continuous process verification)과 품질 시스템 기반 접근이 미국 규제 당국의 현재 기준"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인화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전무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ESG 경영 전략을 상세히 소개하며 "글로벌 제약사들은 더 이상 ESG를 브랜드 관리 수준이 아닌 생존과 지속가능성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47개 회원사 현황을 담은 'ESG Value Report' 주요 내용을 소개하며, 환경 보호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 윤리경영, 투명한 지배구조의 통합적 실천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슈, GSK, MSD, 화이자, 암젠 등 주요 글로벌 제약사의 ESG 전략과 실천 사례도 공유됐다. 로슈는 질병 데이터 공유와 R&D 중심 전략, GSK는 백신 무상 보급과 내부고발제도 도입, MSD는 여성 건강 CSR 및 백신 공급, 화이자는 탄소중립 전략과 팬데믹 대응, 암젠은 국내 기업과의 오픈이노베이션 협력을 통해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획득한 바 있다.

최 전무는 "글로벌 기업들은 윤리경영, 친환경 생산, 취약계층 환자 지원 프로그램 등 ESG 활동을 일상화하고 있으며, 일부는 ESG 성과를 경영진 보상체계에도 반영하고 있다"며 "ESG는 더 이상 옵션이 아닌 글로벌 경쟁력 확보의 필수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기업들도 경영철학 수준에서 ESG를 내재화하고, 국제 인증 및 리포트를 기반으로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민우 파마스피어 부사장은 '거버넌스 관점에서의 cGMP 적용 전략'을 주제로 발표하며 "cGMP는 단지 기술적 규정이 아니라, 기업의 질서와 문화를 반영하는 통합된 거버넌스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거버넌스를 "조직의 질서와 문화를 구성하는 운영 구조"로 정의하며, 이를 cGMP 시스템의 근간으로 해석했다.

그는 "FDA의 실사는 단순히 체크리스트 기반의 검사라기보다, 기업이 실제로 cGMP 시스템을 내재화하고 있는지를 총체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이라며 "GMP 컴플라이언스를 넘어서 건강한 거버넌스 체계를 가진 조직만이 규제 대응은 물론 파트너십에서도 경쟁력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국 FDA의 실사 방식과 최근 행정 변화, 수입 규제 강화 움직임 등을 언급하며 "대미 수출을 고려하는 한국 기업들은 GMP 운영뿐 아니라 조직 전체의 대응 역량과 파트너 전략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8일 '바이오코리아 2025' 중 '지속가능한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인허가 전략' 세션에서 패널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최인환 기자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권경희 동국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ESG 경영과 cGMP, 기업 거버넌스를 둘러싼 다양한 시각이 공유됐다.

김은겸 Ice Miller LLP 사업개발 매니저는 "CGMP 자체가 ESG 경영의 일부이며, 이는 단순한 규제 준수가 아니라 기업 평판과 파트너십 신뢰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고 설명했다. 특히 임상시험 참여자와의 나무심기, 설명서 전자화, 멘탈 케어 프로그램처럼 작지만 실행 가능한 ESG 실천 사례를 제시하며, "지속가능성은 거창한 선언보다 작은 실천에서 출발한다"고 강조했다.

나민우 파마스피어 부사장은 "ESG를 등한시하면 파트너를 잃을 수 있다"며, 실제 글로벌 기업들이 서플라이어 선정 시 ESG 설문을 통해 거래처를 평가하는 사례를 소개했다. 또 이재우 GC녹십자 개발본부장은 "28년간 개발한 탄저 백신 사례처럼, 재무적 효율성과 무관하게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야말로 ESG의 본질"이라며, ESG 경영이 공공성과 직결된 제약 산업의 사명과 맞닿아 있음을 강조했다.

박준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상임컨설턴트는 "초기 바이오기업들은 인허가 대응에 집중하느라 ESG를 전략적으로 고려하기 어렵지만, 글로벌 시장을 지향한다면 초창기부터 ESG 체계 구축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좌장을 맡은 권경희 동국대학교 교수는 토론을 마무리하며 "ESG는 이제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중소기업이라도 초창기부터 구조와 문화 속에 ESG 요소를 내재화하는 것이 향후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자산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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