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C 정밀분석 도구로 '루푸스' 발병 핵심 유전변이 밝혀

HLA·C4 유전자 동시 예측 시스템 개발…맞춤 치료와 조기 진단 기반 마련
한양대 배상철 교수팀, 'Annals of the Rheumatic Diseases'에 게재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7-09 09:00


전신홍반루푸스(Systemic Lupus Erythematosus, SLE)의 발병 원인을 설명할 수 있는 핵심 유전 변이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규명됐다. MHC(주조직적합복합체) 면역유전자 영역을 고해상도로 정밀 분석할 수 있는 자체 도구도 함께 개발돼, 향후 루푸스의 조기 진단과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양대학교류마티스병원 류마티스내과 배상철 교수팀은 경희대학교 생물학과 김광우 교수팀, 국립보건연구원 유전체과와 공동으로 MHC 영역 내 유전변이를 정밀 분석할 수 있는 면역유전자 분석 도구(MHC 참조 패널)를 새롭게 구축하고, 이를 활용해 루푸스 발병에 영향을 주는 HLA 유전자 아미노산 변화와 C4 유전자 복제 수 변이를 규명했다.

연구 결과는 류마티스 분야 국제 최고 수준의 학술지 Annals of the Rheumatic Diseases(IF 20.6)에 게재됐다.

루푸스는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으로, 면역 체계가 정상 세포를 외부 침입자로 오인해 공격하면서 다양한 장기에 염증과 손상을 일으키는 만성 질환이다. 유전적,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 발병 기전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면역유전자가 밀집돼 있는 MHC 영역, 특히 6번 염색체에 위치한 HLA 유전자군과 C4 유전자에 주목했다. 해당 영역은 자가면역질환과의 연관성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지만, 복잡한 유전 구조와 개인 간 변이로 인해 기존 기술로는 대규모 정밀 분석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연구팀은 HLA 유전자와 C4 유전자의 유전 변이를 동시에 정밀 예측할 수 있는 분석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구현해냈다. 해당 도구는 국내 약 7만 명의 유전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루푸스 환자와 대조군을 비교 분석하는 데 사용됐다.

연구 결과, HLA 유전자 내 특정 아미노산 변형은 항원 결합 구조에 영향을 미쳐 자가항원을 외부 침입자로 오인하게 하는 메커니즘을 촉진하며, C4 유전자 복제 수 감소 또는 비정상적 서열 삽입은 보체 단백질 생성 저하로 면역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유전변이는 각각 독립적으로 루푸스 발병 위험을 증가시키는 인자로 확인됐다.

배상철 의학석좌교수는 "이번 연구로 루푸스 발병에 관여하는 주요 유전변이를 규명함으로써, 유전적 기초에 대한 이해가 크게 향상됐다"며 "개인별 C4 유전자 결손 여부나 HLA 유전형 분석을 통해 조기 진단과 맞춤형 치료 전략이 가능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MHC 참조 패널은 국립보건연구원의 CODA 시스템을 통해 공개되며, 국내외 연구자 누구나 활용 가능하다. 이 도구는 루푸스뿐 아니라 감염병, 만성염증질환 등 다양한 면역 관련 질환 연구에 폭넓게 적용될 수 있어, 국내 공공 유전체 인프라의 대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복잡한 유전자 영역의 대규모 정밀 분석이 가능해지면서, 향후 질환 예측, 바이오마커 발굴, 정밀의학 기반 연구 등에서 활용 가치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한양대 배상철 교수, 경희대 김광우 교수, 국립보건연구원 김봉조 과장·김영진 연구관이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경희대 박사과정 유채연 연구원, 국립보건연구원 신동문 연구원은 공동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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