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제약사의 불법 리베이트 관행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건강보험 재정의 누수와 국민 건강권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언론을 통해 D제약 영업직원이 전국 380여 병원을 돌며 학술행사 지원을 명목으로 신약 처방을 유도하고 수억 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를 놓고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은 2일 성명을 내고 "이 같은 행위는 보건의료의 공정성과 신뢰를 훼손하고 건강보험 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건보노조는 이번 사태의 본질을 ▲건강보험 재정 누수 ▲의료비 인상과 환자 부담 가중 ▲환자 건강권 침해 ▲의료 신뢰 붕괴 등 네 가지로 분석하며, 구조적 원인을 짚었다.
노조는 "불법 리베이트는 단순한 금전 거래가 아니라 의료의 근간을 흔드는 위협"이라며, 그 첫 번째 피해자는 건강보험 재정이라고 밝혔다. 리베이트를 목적으로 한 불필요한 의약품 처방은 약가에 전가돼 건강보험 재정에 불필요한 지출을 유발하고, 결국 그 부담은 국민과 기업이 떠안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어 노조는 "리베이트가 포함된 약제는 가격 경쟁력을 상실해 환자 본인부담금을 높이고, 이는 전체 의료비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며 "특히 만성질환자나 취약계층에겐 더 큰 부담이 된다"고 진단했다.
건보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출한 의약품 비용은 27조 원에 달하며, 이는 최근 5년간 39% 증가한 수치다. 단순히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증가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고, 약가에 포함된 리베이트 요인이 상당하다고 분석했다.
건보노조는 리베이트로 인한 환자 건강권 침해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의사가 환자의 상태보다 금전적 유인을 기준으로 약을 처방할 가능성이 커지고, 이는 효능이 낮거나 불필요한 약물 사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환자는 부작용 위험이나 약물 중복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건보노조는 "리베이트를 받은 의료인이 특정 의약품을 우선 처방한다면 이는 의학적 판단보다 경제적 이해관계가 치료를 좌우하게 되는 것으로, 의료 윤리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건보노조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의 근원으로 우리나라의 약가 제도를 꼽았다.
노조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제네릭 약가는 리베이트만으로도 막대한 이윤을 보장하는 구조"라며 "이는 신약 개발을 저해하고, 최소한의 연구 없이도 영업만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한다"고 비판했다.
건보노조는 단속과 처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약가 인하와 성분명 처방 제도화, 정부입찰제, 참조가격제 등 근본적인 정책 변화 없이는 악순환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노조는 "성분명 처방은 상품명을 이용한 리베이트 유인을 줄이고, 동일 성분 간 가격 경쟁을 유도해 약가 거품을 제거할 수 있는 합리적 대안"이라며 "공급자 간 경쟁과 소비자 선택권을 기반으로 한 정책 조합이 왜곡된 구조를 해체하는 가장 효과적인 접근"이라고 제시했다.
건보노조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경찰, 보건당국, 국회, 정부가 각각 책임 있는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에는 본 사건의 전말을 철저히 밝혀 관련자에게 엄정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하며, 보건당국에는 리베이트 수수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와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국회에는 의약품 유통·처방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과 지침 개정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문했으며, 정부에는 약가 인하, 성분명 처방 확대, 정부입찰제 도입, 참조가격제 적용 등 실효성 있는 구조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건보노조는 "국민 건강권 보호와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위해 앞으로도 불법 리베이트 근절과 약가제도 개선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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