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 무한경쟁 아닌 협력 가능…네트워크 활성화 도전"

[인터뷰] 이중규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 도입 주도…진료협력체계 핵심
네트워크 필요성 강조 불구 경험 없어…우려 속 관심 공존
경쟁력 갖춘 의료기관 지역 네트워크로 전달체계 개선 기대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4-01-29 06:07

사진=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정부가 의료전달체계 정상화를 달성하기 위해 과감한 전략을 시도한다.
 
국내 의료전달체계에서는 상급종합병원에 경증외래 환자까지 쏠리는 현상으로 인해, 지역 내 의원급 의료기관 경영 악화를 비롯해 중증 환자가 필요한 의료서비스나 진료를 제때 받지 못하는 문제 등이 지적돼왔다.
 
정부는 이같은 국내 의료전달체계가 개선될 수 있도록 여러 방면에서 노력해왔으나, 두드러진 성과를 얻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정부가 고심 끝에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을 마련, 올해 1월부터 도입한다.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은 상급종합병원이 중증도가 낮은 환자를 지역으로 회송해 환자가 가까운 곳에서 안심하고 진료 받을 수 있도록 지역의료기관들과 진료협력체계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의료전달체계를 정상화하는 것이 정부 목표로, 정부는 예산을 활용해 시범사업 추진을 위한 보상금까지 투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내 의료 환경 특성 상 이번 시범사업으로 의료전달체계 개선에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된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에 대해 이중규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사진>은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난 자리에서 이번 시범사업이 갖는 도전적 가치에 주목해야 함을 강조했다.
 
Q. 많은 고민이 담긴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국내 의료전달체계에는 유기적 연결이라는 것이 없고 각자 도생이지 않나. 병원 간에 무한경쟁만 있을 뿐, 다른 병원과 협력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구조가 아니다. 제도적으로 그렇게 된 부분도 있지만, 결국 무한경쟁은 수도권 쏠림 또는 일부 병원으로의 쏠림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환자본인부담을 올리고, 상급종합병원 100대 경증질환도 해봤고, 1차의료 강화 시범사업도 해봤지만 결과는 그렇게 신통치 않다는 것은 경험적으로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그 결과로 국립대병원이나 필수의료 모두 네트워크를 얘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네트워크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도 정작 그 네트워크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한 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다.
 
때문에 적어도 한 네트워크 안에서 협력이라는 것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해보고자 했다. 현재는 이 방법밖에 없다는 생각이었다.
 
Q. 추진 과정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상급종합병원에게 외래는 경영상 중요한 부분인데, 쏠림을 방지한다면서 외래를 보지 말라고 하니 저항감은 꽤 컸다.
 
또 현재 같이 모두가 다 끝없이 경쟁하는 상황에서 네트워크가 제대로 구현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사실 상업적으로 무한경쟁에 놓여진 병원 간 관계를 협력적 관계로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관심을 갖는 상급종합병원도 많았다. 외래 중심보다는 입원 중심 병원, 중증 진료와 연구 중심 병원을 지향하면서 이것이 무한히 가능한가에 대한 궁금증을 갖는 병원들이 있었다.
 
때문에 어떤 상황이 외래가 줄어드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외래 환자 감축에 대한 부분을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 설계가 필요했다.
 
Q. 시범사업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에 대한 의견은.
 
네트워크가 어려운 이유는 있다. 미국만 보더라도 자기가 든 보험에 따라 갈 수 있는 병원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네트워크가 가능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단일 보험체계인데다 환자가 마음대로 의료기관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네트워크가 어렵다.
 
국내에서 의료기관 네트워크를 갖추려면 병원 간에도 협력을 해야 하고 환자 협조도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선 환자로 하여금 병원을 신뢰할 수 있도록 노력과 변화가 필요하다.
 
때문에 '이 사업이 성공하겠느냐'고 하는 것인데, 만약에 이번 시도도 성공하지 못하면 국내 의료체계 구조 안에서 네트워크는 사실 요원하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이번 시범사업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Q. 네트워크를 강조하는 이유는.
 
협력 체계는 환자 입장에서 긍정적이다. 어느 지역 내에서 중심에 있는 병원이 외래를 줄이면서 지역 의료기관과 협력하는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면, 중증환자를 제때 치료할 수 있게 되고 환자가 병원을 바꾸더라도 의료서비스 질은 유지될 수 있다.
 
환자가 연계를 통해 가까운 2차 병원에서 진료를 받게 되면, 시간적·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다. 또 네트워크를 통해 진료 정보가 기존 상급종합병원 의료진과도 공유되고 있기 때문에, 증상 정도에 따라 언제든지 다시 패스트트랙으로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이 시범사업과 같은 생태계가 유지될 수만 있다면, 네트워크를 통해서 충분히 각자 살 수 있는 생태계가 유지된다면, 의료전달체계 관점에서는 바람직한 결과다. 그간 네트워크 정책을 한 번도 시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네트워크 사업이 진심으로 성공하길 바란다.
 
Q. 앞서 언급된 '보상'은 대략 어느 정도 되나.
 
이번 시범사업에 3개 병원이 참여하는데, 각 병원마다 지급되는 보상 규모는 다르다. 만일 3개 병원이 외래 볼륨 감소 목표치를 100%로 달성하면, 900억원 정도가 연간 보상으로 나가게 된다.
 
이 중 절반인 450억원은 최소값으로 지급되고, 나머지 절반은 달성률 50% 이상부터 비율에 따라 늘어난 금액으로 지급된다. 만일 목표치 50%를 달성하지 못하면 계약은 해지된다. 평가를 하기 위해선 총 4년을 하게 되는데, 3개 병원이 모두 끝까지 목표를 달성하면 3600억원이 보상금으로 지급된다.
 
특정 사업으로 재정이 크게 나가면 퍼주는 것으로 보이지만, 상급종합병원에게 외래 비율이 아닌 볼륨 자체를 줄인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적정 보상이 필요하고, 그런 측면에서 도입된 시범사업이라고 이해해줬으면 한다.
 
Q. 당부코자 하는 말씀이 있다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다이나믹한가. 세상이 금방금방 바뀌는데, 이 네트워크라는 것이 파워풀해질 수도 있다. 나중엔 의료서비스 품질을 보증해주는 것이 네트워크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어떤 그룹에, 어떤 시범사업에 속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료기관 네임밸류가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를 기대하는 병원들이라면 차별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네트워크에 들어오는 의료기관 선정 기준을 높이면서도, 의료기관 간에 더 쉽게 접근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한다면 차별화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만큼, 도전적인 과제다. 긍정적으로 봐줬으면 한다. 재정은 많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실패에 대한 부담은 없다. 설사 시범사업으로 끝나더라도, 향후 병원들이 네트워크를 활용코자 할 때 도움이 될 만한 경험이 쌓이게 될 것이다. 가능성에 더 기대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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