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K칼럼] 글로벌 제약바이오 강국으로 자리매김 하려면

대한약학회 최준석 총무위원장(대구가톨릭대 약학대학 교수)

조해진 기자 (jhj@medipana.com)2025-06-16 12:00

현재 우리나라가 미래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분야에는 반도체, 바이오헬스, 2차전지, 미래형 모빌리티, AI 및 디지털, 항공우주산업 등이 있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는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분야가 없지만 필자가 몸 담고 있는 제약바이오 분야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한다.

제약바이오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이자 약학과 화학, 생물학에 대한 깊은 지식을 습득한 고급 인력 중심의 지식기반 산업이다. 

잘 만든 신약 하나의 경제적 가치는 연매출 수십조원에 이르며, 속속 개발되고 있는 첨단의 의약품들은 인간의 존엄성과 삶의 가치를 높혀주고 있다. 

또한, 지난 COVID-19 팬데믹을 통해 감염병 대응을 위한 백신과 치료제는 국가 안보 자산이 될 수 있음을 온 국민의 뇌리에 각인시켰다.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적인 의료 인프라와 임상시험 수행 역량, 그리고 제품 생산 역량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높은 교육 수준의 과학기술 인력, 작은 바이오벤처로부터 대형 제약사까지 신약개발에 도전하고 있어 글로벌 제약바이오 강국 후보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제약바이오산업 강국에 진입할 후보일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온전한 제약바이오 강국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첫째, 제약바이오 산업을 둘러싼 기초학문에 대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다. 

지난 몇 년 간의 기초과학 연구개발 예산 삭감은 기초과학 연구자들과 학문후속세대들에게 IMF 사태와 같은 충격이었고, 특히 제약바이오산업 관련 미래 인력 양성은 이미 큰 타격을 입었다. 

따라서 국가는 대한민국의 차세대 산업이 제약바이오산업이라면 장기적인 안목으로 현재 국가 경제를 이끌고 있는 반도체, 자동차, 조선산업의 성장기에 투자했던 예산에 버금가는 국가 재정을 투입해 육성해야 할 것이다. 

특히 지금 우리나라 제약바이오산업의 발전에 필요한 것은 시설, 인프라 등의 하드웨어적 요소보다도 새로운 기술 개발과 인력 등 소프트웨어적 요소가 더 절실한 상황이다.

둘째, 더 많은 우리나라 제약사들이 적극적으로 신약 개발에 나서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약 300여개의 제약기업들이 있으며, 이 중 실질적으로 신약 개발에 투자하는 기업들은 채 20%가 되지 않는다. 그러니 많은 제약사들의 연구개발은 특허가 끝난 의약품의 제네릭 생산을 위한 연구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것은 제네릭의약품을 위한 연구개발이 의미없고 낮은 수준의 기술이라는 것이 아니라, 아직 신약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은 제약사들이 하이리스크(high-risk)-하이리턴(high-return)인 신약 연구개발에 공격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제네릭은 짧은 연구 개발 기간과 적은 자본 투자로 단기간에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모두가 이러한 단기 연구개발과 자본의 순환에 매몰되고 있다. 

제네릭의약품으로 얻은 이윤을 미래의 신약 개발에 투자하는 것은 어떨까. 약가 불확실성이 제약업계의 연구개발 위축을 초래한다는 지적에 이번 정부가 발표한 공약을 보면, 연구개발 투자 비율에 연동한 약가 보상체계를 구축하겠다고 한다. 관련 정책이 기존 제약사들의 신약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해 신약 강국으로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길 바란다.

셋째, 우리나라 제약바이오산업의 한 축을 담당할 바이오벤처 생태계의 활성화와 성공 모델 다각화가 필요하다. 

바이오벤처가 연구개발의 산물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는 다국적 제약사로의 기술이전이다. 그러나 혁신적인 기술이라고 해서 늘 기술이전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기에 오랫동안 많은 자본과 노력을 들여 개발한 많은 신약 후보물질들이 임상개발이 중단된 상태로 잠자고 있다. 

잠재적 신약 가능성을 가진 후보물질들이 빛을 볼 수 있도록, 이제 바이오벤처들은 기술이전 중심의 사업 모델에서 탈피해 신약 완성까지 직접 가져갈 수 있는 역량 확보해야 한다. 이에 대한 국가와 민간의 지원이 절실하다.

이미 많은 선진국들은 제약바이오산업을 반도체 못지 않은 국가전략산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 경제의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의 지속가능한 미래 성장 ▲국민 건강 ▲글로벌 경쟁력 확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의 차세대 산업이 될 제약바이오산업에 집중적인 투자와 육성은 필수적이다. 

지금의 선택이 10년 뒤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산업 그리고 더 나아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기고| 최준석 대한약학회 총무위원장 

- 현)대한약학회 총무위원장
- 현)대구가톨릭대 약학대학 교수
- 현)대한암예방학회 이사
- 현)한국FDC규제과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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