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오프라벨', 치료 접근성 막아"‥IRB·심사기간 문제로 거론

서동철 연구위원, 복잡한 IRB·이중 승인·보험 제한 등 구조적 문제 지적
IRB 생략·오프라벨 전담 심의위원회·온라인 플랫폼·환자 표준 동의서 제안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8-29 11:45

심평원 서동철 객원연구위원. 사진=박으뜸 기자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현대 의료는 빠르게 발전하며, 치료 접근성과 기술의 다양성 역시 확장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허가 범위만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임상적 요구가 증가하고 있으며, 각국은 이를 어떻게 제도적으로 수용할 것인지 활발히 논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의약품 및 의료기기의 허가범위 초과사용(오프라벨 사용)은 승인된 치료 대안이 제한적일 때 특히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현행 제도는 여전히 많은 도전 과제를 안고 있다.

대표적으로 ▲복잡한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신청 절차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단계 승인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연 ▲환자 보호 및 투명성 부족 ▲제한적 보험 보장 ▲시판 후 안전성 데이터 활용 미흡 등이 지적된다.

29일 열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제심포지엄 '약제와 치료재로의 허가범위 초과사용 승인 제도 현황과 개선 방향'에서 심평원 서동철 객원연구위원은 "미국이나 영국, 호주는 약제의 허가범위 초과 사용을 의사의 재량에 맡기는 데다 이에 대한 별도 사용 신청 시스템조차 없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을 제외한 해외 5개 주요국에서는 허가범위 초과 사용을 위해 IRB 승인을 요구하지 않는다. 의료계는 국내 현행 IRB 절차는 서류 작성 부담, 심의 소요시간, 기관별 IRB 보유 여부에 따른 형평성 문제가 크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서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적응증 허가가 없으면 보험 적용도 불가능하지만, 해외는 오프라벨 사용에 보험급여를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보고 시스템에서도 해외는 IRB 대신 사후 부작용 보고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 연구위원이 진행한 연구에서도 IRB가 오프라벨 사용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혔다. 전국 주요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혈액종양외과 등 전문의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부분 오프라벨 사용 경험이 있었으며, 주로 말기 환자나 치료 옵션이 제한된 상황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IRB 신청 절차가 복잡해 승인까지 긴 시간이 소요되면서 치료 개시가 지연된다"는 불만이 많았다. IRB가 없는 병원은 학회를 통해 신청해야 해 더 많은 시간이 걸렸고, 국내 IRB 도입 역사가 짧아 절차가 더욱 까다롭다는 불평이 나왔다.

일반 약제의 경우 IRB 통과 후 심평원 접수, 다시 식약처 검토까지 거쳐야 하므로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반면 항암제는 심평원에서 직접 검토하지만 여전히 더 신속한 절차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컸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한국의 오프라벨 제도를 합리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됐다.

그 중 서 연구위원은 허가초과 사용의 명확한 정의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이, 용량, 특정 환자군에 따른 허가 범위와 모니터링 과정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속한 승인 절차도 필수 조건이다. 심평원이 온라인 시스템을 개발해 허가 과정을 단축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됐다.

더 나아가 IRB의 의무를 완화시켜야 한다는 의견이다. 불필요한 IRB 요건은 생략하되, 환자 보호를 위한 표준 동의서 도입 등 보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심평원에서 운영하는 오프라벨 전담 심의위원회 운영도 같은 맥락이다.

서 연구위원은 "심평원 산하 전담 위원회를 설치해 주 1회 온·오프라인 심사를 열어 1주일 내 결과를 통보하거나, 접수 즉시 학회로 보내 학회 평가 후 심평원에 보고하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긴급하게 오프라벨을 사용하는 경우엔 사전 신청이 아닌 사후 보고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연구위원은 "항암제 등 긴급 상황에서는 의료진의 전문적 판단에 따라 우선 사용하도록 한 뒤, 사후 보고 체계를 통해 관리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프라벨 승인과 관련된 정보, 사용 여부, 절차 진행 상황을 전문의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구축도 도움이 될 것이란 시각이다. 만약 긴급 사용 시 사후 보고도 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이뤄진다면 의료진이나 환자들에게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서 연구위원은 "환자 보호도 중요하지만, 오프라벨 사용에 따른 의료진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데이터 축적을 통해 근거를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환자가 필요할 때 제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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