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환자 21만 명‥'치료 사각지대' 살펴보니 '접근성' 문제

복약순응도 크게 올린 '장기지속형 주사제' 급여됐지만‥효율적 사용 못하고 있어
'지속치료 지원 시범사업' 낮은 참여율‥높은 기준 해소 및 의원급 참여 필요성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10-17 06:03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2022년 기준 국내 조현병 환자는 21만4017명에 달했다.

그런데 이들의 '치료 사각지대'가 발견돼, 치료 환경의 대폭 개선이 요구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1만 명을 넘는 조현병 환자 중 3575명은 1년 간 조현병 치료제에 대한 건강보험 청구내역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이들은 약물 치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 조현병 환자의 '지속 치료'가 어렵다는 점이 꼽혔다. 환자들 자체로 치료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부족했고, 경구제가 아닌 1~6개월 주기로 투약할 수 있는 주사 치료가 있음에도 처방 비율이 낮았다.

실제로 조현병 약제에 대한 건강보험과 의료급여 청구내역이 있는 환자 중 대부분은 경구 치료제만 이용하고 있었다. 주사 치료제 이용 인원은 2만9744명(14%)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주기적으로 치료제를 제대로 투약만해도 조현병 환자들의 상태를 크게 개선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경구용 치료제는 하루 한 번 복용하면 되지만, 매일 먹어야 하고 실제 약을 복용했는지 확인이 어렵다. 그리고 환자들이 자의적으로 약 복용을 중단하는 사례가 잦은 편이다. 조현병은 치료 시 복약 순응도가 낮을 경우 증상 악화 및 재발에 대한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이러한 경구약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주사 치료제가 등장했다. 이른바 '장기 지속형 주사제'다.

주사 치료는 경구제 대비 약물 순응도 개선 및 의료 비용 절감 효과, 재발 및 재입원율 감소 효과, 증상 및 사회적 기능 개선, 용법의 편의성 등 이점을 제공한다.

한 예로 한국얀센은 팔리페리돈 팔미테이트를 성분으로 하는 조현병 주사제 '인베가서스티나'와 '인베가트린자', '인베가하피에라'를 공급하고 있다.

2011년 10월 급여가 된 인베가서스티나는 1개월에 한 번 주사하며, 2016년 9월 급여가 된 인베가트린자는 서스티나로 최소 4개월 동안 충분히 치료된 성인 조현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인베가트린자는 1년에 4회 투여하는 장기지속형 치료제다.

지난 5월 1일부터 급여가 된 인베가하피에라는 6개월 지속형이다. 인베가서스티나로 최소 4개월 동안 충분히 치료받았거나, 인베가트린자로 최소 한 사이클 동안 충분히 치료받은 경우에 한해 사용할 수 있다.

한국오츠카제약의 한 달에 한 번 투여하는 '아빌리파이메인테나(아리피프리졸)'도 2016년 9월부터 급여 적용되고 있다.

이처럼 장기지속형 주사제에 대한 조현병 환자들의 진입 장벽은 낮아졌으나, 복약 순응도를 향상시키기엔 여러 장벽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조현병 치료에 있어서 복약 순응도는 환자의 장기적인 예후 및 재발 방지 뿐 아니라 환자의 사회적 기능회복과 삶의 질 향상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며 "한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치료제의 복약순응도가 낮은 편인데,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효과와 순응도 개선 측면에서 그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맥락에서 우리나라는 정신질환자의 초기 집중 치료와 지속 관리를 강화해, 증상 악화를 예방하고 사회 복귀를 도모하고자 2020년 1월~2023년 12월까지 '정신질환자 지속치료 지원 시범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정신질환자의 응급입원을 포함한 급성기 입원 치료부터 퇴원 후 사례관리 및 낮 병동 치료까지 지속적인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① 급성기 치료 활성화 시범사업, ② 병원기반 사례관리 시범사업, ③ 낮병동 관리료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급성기 치료 활성화 시범사업 및 병원기반 사례관리 시범사업은 24시간 입원이 가능한 병원급 이상, 낮병동 관리료 시범사업은 정신의료기관 중 낮병동 표준 프로그램 운영 기관으로 시범사업 참여를 원하는 기관이 대상이다.

문제는 의료기관 참여율이 저조하다는 점이다. 2023년 3월 기준 급성기 치료 활성화·병원 기반 사례관리 시범사업 참여율은 10%, 낮병동 관리료 시범사업의 경우 참여율이 3%에 불과했다.

이를 놓고 전문가들은 시범사업을 분리해서 신청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행 시범사업은 급성기 치료 활성화와 병원기반 사례 관리 시범사업을 묶어 참여 신청을 하도록 돼 있다. 

이 탓에 실질적인 수행이 가능한 병원에서 병원기반 사례관리 시범사업을 신청하지 못하거나, 병원 기반 사례 관리가 수행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급성기 치료 활성화 시범사업을 신청하는 등 한계가 있었다.

또한 해당 시범사업과 관련해 의원급이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도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다. 급성기 치료 활성화 시범사업과 병원기반 사례관리 시범사업에는 실질적으로 의원급은 배제된 상황. 심지어 병원급이 신청을 하기에도 시설·인력 기준 높다는 시선이 있다.

이종성 의원은 "조현병 환자는 여러 요인으로 인해 다른 환자들에 비해 치료 접근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현실"이라며 "조현병 환자가 필요한 치료를 제때, 지속해서 받을 수 있는 치료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지원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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