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S 통증관리, 마약성 진통제 줄이고 회복 속도 높여

서울성모병원 김인경 교수팀, '과학기술우수논문상' 수상
회장루 복원술 환자 대상 임상 효과 입증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8-12 11:50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김인경 교수 연구팀이 회장루 복원술 환자를 대상으로 조기 회복 프로그램(ERAS, Enhanced Recovery After Surgery)에 최적화한 다중 통증관리 프로토콜을 적용한 결과, 마약성 진통제 사용량을 절반 이상 줄이면서도 통증 완화와 회복 속도를 모두 향상시키는 효과를 입증했다.

ERAS 프로그램은 수술 후 빠른 회복을 위해 환자 교육, 조기 보행, 신속한 경구 섭취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 치료 전략으로, 대장항문외과 분야에서 이환율 감소, 입원 기간 단축, 스트레스 반응 완화 등 긍정적 효과가 보고돼 왔다.

회장루 복원술은 직장암 절제술 후 임시로 설치한 회장루를 폐쇄해 장의 연속성을 회복하는 수술이다. 하지만 심한 수술 후 통증이 조기 보행을 지연시키고 장폐색 위험을 높이는 문제가 있어, 기존에는 아세트아미노펜·NSAIDs(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를 기본으로 하면서 조절이 어려운 경우 오피오이드(opioid)계 진통제를 병용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됐다.

김 교수팀은 2017년 4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서울성모병원에서 회장루 복원술을 받은 환자 108명을 후향적으로 분석했다. 이 중 67명(A그룹)에게는 ERAS 기반 다중 통증관리 프로토콜을 적용했고, 41명(B그룹)에게는 기존 방식으로 통증을 관리했다.

연구팀의 다중 통증관리 프로토콜은 ▲수술 2시간 전 가바펜틴(gabapentin),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 셀레콕시브(celecoxib) 등 서로 다른 기전을 가진 진통 억제제 3종 경구 투여 ▲수술 중 초음파 유도 하 횡복근면 차단술(TAP block)을 통한 국소마취제 투여 ▲수술 후 자가진통조절기(PCA) 보조 사용, 통증 점수 4점 이상 시 추가 진통제 투여 등으로 구성됐다. 전 과정은 ERAS 핵심 원칙과 연계해 체계적으로 운영됐다.

그 결과, 수술 첫날 평균 통증 점수는 기존 방식(3.2점) 대비 18.8% 낮은 2.6점으로 감소했고, 마약성 진통제 사용량은 평균 21.2mg에서 9.7mg으로 54.2% 줄었다. 입원 기간은 평균 4.1일에서 2.3일로 44% 단축됐으며, 합병증 발생률에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다중 통증관리 프로토콜은 약물 양을 단순히 늘리는 것이 아니라 통증 경로를 다각도로 차단하는 전략"이라며 "환자의 전신 부담을 줄이고 회복을 촉진하는 임상적 이점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는 장루 복원술뿐 아니라 대장·직장암 수술 환자 전반에 해당 프로토콜을 확대 적용하고 있다.

김인경 교수는 "수술 후 통증 완화는 단순한 불편 해소를 넘어 조기 회복과 재원 기간 단축으로 이어져 환자 안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외과 수술 전반에서 다중 통증관리 프로토콜 적용 가능성을 확인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2024년 6월 대한대장항문학회 학술지 대장항문학회지에 게재됐으며, 과학적 완성도와 사회적 파급력을 인정받아 ‘제35회 과학기술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국내 주요 학술지 게재 논문 중 우수 연구를 선정해 수여하는 국내 최고 권위의 학술상 중 하나다.

서울성모병원은 이번 성과를 통해 ERAS 프로그램 발전과 환자의 '빠른 회복·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 점을 학계로부터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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