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엽추출물' 급여 위기, 의료계도 우려…정책방향성 의문

대체제 무코스타 뿐…공급불안정 우려 상시 노출
진통제 병용요법 PPI·P-CAB 대체 가능성↑…약제비 '역효과'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5-08-11 05:59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애엽추출물 제제가 건강보험 급여 퇴출 위기에 놓이자 의료계에서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애엽추출물 제제가 급여에서 퇴출될 경우 대체 선택지가 하나밖에 남지 않아 공급불안정 우려에 상시 노출되는 데다, 약제비도 풍선효과로 인해 확대되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8일 의료계에선 제8차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심의 결과 애엽추출물 제제가 '급여 적정성 없음' 평가를 받은 데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의료계에 따르면 애엽추출물 제제 급여 퇴출이 가져올 수 있는 의료현장 우려는 지난 7일 약평위 회의에서부터 제기됐다. 제기된 우려는 대체 가능성과 풍선효과 두 가지다.

동아에스티 '스티렌'으로 대표되는 애엽추출물 제제가 급여적정성 인정을 받지 못할 경우 남는 대체제는 한국오츠카제약 '무코스타' 등 레바미피드 제제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애엽추출물 제제를 사용하기 어렵게 된다면, 레바미피드 제제에 불순물이나 원료 공급 차질 등 문제가 생겼을 시 현장에서 사용 가능한 약이 사라진다는 우려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는 의약품 수급불안정 문제 해결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측에선 위점막 보호제로 일동제약 '일동울굿'도 있다고 주장했지만, 실질적으로 유효한 대체제는 레바미피드 제제밖에 없다는 게 의료계 시각이다.

두 번째는 풍선효과 우려다. 의료현장에선 진통제 병용요법으로 처방할 때 스티렌을 많이 사용하는데, 퇴출될 경우 무코스타가 아닌 PPI나 P-CAB 제제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다. 이 경우 제도 취지와 달리 환자가 부담하게 되는 비용도, 약제 비용도 증가하는 풍선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날 메디파나뉴스와 통화에서 "약평위 회의에서 의료계가 우려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그대로 결정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내과를 중심으로 의료현장에서도 같은 우려를 제기한다. 대체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도 약평위에서 의료계가 제기한 지적과 같은 맥락이다.

서울 A 내과 개원의는 "대체제로 레바미피드 제제가 있겠지만 스티렌이 퇴출될 경우 불순물 등 이슈가 생기면 바로 공급 불안정으로 연결될 것"이라며 "완벽한 대체는 어렵고 현장은 우려를 떠안아야 하고 대안을 찾아야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B 가정의학과 개원의는 "스티렌이 퇴출되더라도 P-CAB이나 PPI 계열 약이 많이 있긴 하지만, 이토프라이드에 이어 애엽 제제까지 위장관 약이 자꾸 줄어들고 있어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고 언급했다.

풍선효과 역시 현장에서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진통제 병용요법에서 PPI와 P-CAB 계열 약물로 대체될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의견이 많다. 약제비 증가란 역효과로 이어질 것이란 시각도 같다.

경기도 C 내과 개원의는 "보통 NSAID(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를 3번 사용해야 할 땐 스티렌을 많이 쓴다. 하루 3번 처방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퇴출될 경우 하루 2번 사용 가능한 P-CAB이나 PPI 제제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D 내과 개원의도 "PPI 제제로 대체하는 건 사실상 다음 단계 약을 앞당겨 쓰는 것"이라며 "비용절감 효과 측면에선 역행하는 셈인데,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의료현장 신뢰가 구축된 약물이 품절·퇴출되는 현상을 반복적으로 겪으면서 무력감을 토로하거나 반발하는 목소리도 있다.

D 내과 개원의는 "의사들은 쓰던 약이 품절되고 퇴출되는 현상이 반복되다 보니 반쯤 포기하는 심정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E 내과 개원의 역시 "스티렌이 퇴출되면 대체하는 과정에서 환자 부담금이 높아질 거라 반대하는 의견"이라면서도 "선택지는 줄어들 거고 기존에 쓰던 환자들은 반발하겠지만, 심평원이 결정했으면 별 수 있겠나"라고 토로했다.

약을 신뢰하던 환자들에게 퇴출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점은 물론 '그동안 효과가 없는 약을 쓴 거였냐'는 민원도 의료진에게 전가될 것이란 측면에서 의사와 환자 사이 신뢰 저하 우려도 나온다.

서울 F 내과 개원의는 "20년가량 내과는 물론 다른 과에서도 폭넓게 급여로 잘 썼고, 환자도 익숙한 약이다. 안전성에서도 신뢰가 있던 약"이라며 "대체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공급 불안정 이슈와 약제비 증가 여지는 물론, 그동안 약을 잘 쓰고 선호하던 환자와 의료진 사이 신뢰도 역시 우려된다.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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