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투석 환자 급증‥"환자등록제 도입해 국가 통합 관리 필요"

영국·미국, 국가 등록제로 치료 질·비용 모두 개선
심평원 "연속 데이터로 환자 중심 평가 가능"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8-11 11:50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고령화와 만성질환 확산으로 신장투석 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는 가운데, 국가 차원의 '환자등록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말기신부전 환자는 장기간, 반복적인 치료가 필수적인 만큼 개별 기관을 넘어선 통합 관리체계가 환자의 생존율과 삶의 질을 높이는 핵심이라는 주장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발간한 '혈액투석 적정성 평가 중증도 보정 모형 개선 연구'에 따르면, 65세 이상 연령 구간에서 말기신부전 환자는 2012년 대비 2021년 187.5%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혈액투석 총 진료비는 1조 2019억 원에서 2조 1647억원으로 80.1% 늘었으며, 혈액투석 적정성 평가 대상 환자 수도 2009년 1만7720명에서 2023년 4만3664명으로 146.4% 증가했다.

연구팀은 "만성신부전 환자의 증가는 유럽이나 미국 등 제 외국에서도 동일하게 경험하고 있으므로, 이들 환자의 의료 질 관리 및 삶의 질 향상 방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영국과 미국의 국가 차원 등록제 운영 사례를 제시했다.

영국은 1995년부터 의료서비스의 질을 투명하고 표준화된 지표로 모니터링하는 국가 단위 시스템인 영국 신장환자 등록체계(UKRR)를 운영하고 있다. 전국 80개 신장센터 중 67개 성인 신장센터를 대상으로 혈액투석 환자의 관리 수준을 비교·공개하며, 혈액투석 적절도, 칼슘 등 임상 가이드라인 기준 충족 비율, 생존율 등을 지표로 삼는다.

센터별 환자 생존율 비교 시 연령·성별·동반질환을 보정하며, 95% 신뢰구간을 벗어난 이상치(outlier) 센터에는 사망률과 이환율에 대한 후속 조치를 요구한다. 후속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신장협회가 별도 조사를 실시하는 등 질 관리를 강화한다.

미국은 1972년 메디케이드 ESRD(End-stage Renal Disease) 프로그램을 도입해 말기신부전 환자에게 주 3회 투석과 신장이식 연계 서비스를 제공한다. 환자 수는 메디케어 가입자의 약 1%지만, 의료비 지출이 많아 별도의 위험도 보정 모델을 적용해 프로그램 지출을 예측·관리한다.

보고서는 이러한 해외 사례를 토대로, 국내에서도 환자등록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인구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인해 만성신부전 환자 및 비용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환자의 진료비용 절감과 보건의료의 질 향상을 위해 환자등록제를 도입해 국가 차원의 관리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환자등록제는 연속적이고 정확한 데이터 수집을 통해 환자의 진료 과정 관리 및 모니터링이 가능하므로 환자 중심적인 평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보고서는 등록제를 기반으로 한 장기 데이터 축적이 치료 지침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고, 재정 투입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의 상태 변화, 합병증 발생, 치료 반응 등을 장기간 분석하면 생존율과 삶의 질 향상뿐 아니라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줄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연구팀은 "고령화와 만성질환으로 인해 투석환자의 발생과 의료비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질 지표 중심의 평가와 더불어 환자등록제를 도입해야 한다. 연속적이고 정확한 데이터 수집을 통해 국가 차원에서 투석환자의 진료 과정을 관리·모니터링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한다면 환자의 질 관리의 지속성 담보로 환자중심적인 평가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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