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연, 복지부 의료사고 보고서 반박‥"실증 부족·본질 외면"

"의료행위 형벌화 본질 외면…의사 처벌 현실 왜곡"
"경찰·검찰 통계 논란 반복…국제 비교선 한국 기소율 압도적"
"과도한 형사처벌로 필수 진료 붕괴…제도 개선 시급"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8-19 09:35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의료정책연구원은 최근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의료사고 관련 연구보고서에 대해 "실증적 근거와 정책적 함의가 부족하다"며 반론을 제기했다. 정부가 의료사고 문제를 연구 대상으로 삼고 기존 연구를 검토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통계 한계와 개념적 맥락을 오해한 채 '비판을 위한 비판'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의정연은 "보건복지부 보고서가 의정연 연구보고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적을 제기해 준 점에 대해서는 감사드린다"며 "정부 기관이 의료사고와 관련한 연구에 심도 있는 검토를 가하고, 기존 연구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학문적 발전과 정책적 개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했다.

다만 "보건복지부 보고서의 상당수 지적은 의정연 연구보고서의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 채 단편적으로 해석된 결과"라며 "의정연이 이미 지적한 한계를 단순 반복하거나 새로운 근거를 제시하지 못해 피상적 비판에 머물렀다"고 반박했다.

보건복지부 보고서는 '의료행위의 형벌화'라는 용어가 모호하고, 경찰 수사 단계부터 형 부과까지의 과정을 포함하는 의미로 쓰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의정연은 분석 대상을 분명히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한정했으며, 의료과실 전반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사용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의정연은 "의료행위는 본질적으로 신체침해를 수반하고 불행한 결과가 발생하면 곧바로 형사처벌로 이어진다. 연구에서 사용한 '의료행위의 형벌화'는 이러한 의사의 현실을 지칭한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부 보고서는 또 전문 직종 범죄인과 형법상 과실치사상죄·의료법 위반 범죄를 확장 분석한 탓에 의사의 현황을 명확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의정연은 "경찰청 범죄통계의 구조적 한계를 이미 지적한 뒤 이를 전제로 분석했다"며 확대 해석이라는 비판은 사실과 다르다고 맞섰다. 이어 2012년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설립, 2017년 자동조정제도 도입을 중요한 제도적 기준 시점으로 제시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검찰 기소 통계 해석을 두고도 엇갈렸다. 복지부 보고서는 의정연이 행위 주체를 구분하지 않고 기소율을 분석했으며, 기소 건수와 피의자 수를 혼동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의정연은 "검찰청 범죄통계의 용어 불명확성을 각주에서 분명히 지적했고, 분석은 의사 집단에 한정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0~2019년 동안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처리된 전문직 중 의사가 평균 73.9%를 차지했다. '처리'를 '기소'로 사용한 부분도 용어 혼란에서 비롯된 것일 뿐 연구의 본질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의정연은 국제 비교 결과를 함께 제시했다. 일본의 2011~2015년 평균 기소율은 6.5%에 불과했지만, 한국은 동일 기준 적용 시 38배 높았고, 한국 검찰 통계 기준으로는 265배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산정 방식에 따라 수치는 달라질 수 있으나, 한국 의사가 일본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빈도로 형사처벌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는 게 의정연의 설명이다.

법원 형사재판 통계를 두고도 의견이 갈렸다. 복지부 보고서는 의정연이 행위 주체를 특정하지 않은 채 제1심 형사재판 결과를 분석했다고 했다.

반면 의정연은 "경찰청·검찰청 통계와 함께 법원행정처 사법연감을 종합 분석했으며, 전문직 중 의사가 73.9%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제1심 형사재판 현황만으로도 충분한 지표가 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2020년까지 의사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제1심 형사재판을 전수 조사해 학술지에 발표했고, 해외 사례와 비교까지 병행했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복지부 보고서는 2019~2023년 현황을 단순히 시기 연장과 항목 세분화 수준에서 다루는 데 그쳐 연구적 의의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의정연은 "결국 보건복지부 연구보고서의 지적은 의정연 연구보고서의 방법론과 결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이루어진 피상적 비판에 불과하다"며 "이러한 비판은 연구의 본질을 건드리지 못하고, 정책적 함의를 도출하는 데에도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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