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백병원, 8월 31일 진료 종료‥"독단적 결정" 후폭풍 거세

조영규 교수협의회장, 인제학원 보도 내용 하나하나 반박
"허울만 좋은 거짓말, 관련 후속 대책 분명히 밝혀야 할 것"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7-10 10:31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서울백병원이 오는 8월 31일 진료 종료를 결정했다.

폐원 논의가 나왔을 때부터 거세게 반발했던 서울백병원의 교수들은 더욱 분노했다.

특히 폐원을 막기 위해 전선에 나선 서울백병원 조영규 교수협의회장은 참담한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학교 법인 인제학원의 독단적 결정에 "제정신인 것이 이상한 상황"이라며 배포된 진료 종료 보도자료에 대해 하나하나 반박했다.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은 8월 31일까지 외래, 응급실, 입원 등 모든 환자 진료를 종료한다. 지난 6월 20일 진행된 인제학원 이사회에서 서울백병원 폐원을 의결한 이후, 각 부속병원의 의견을 수렴하고 내부 논의를 거친 결과다.

조 교수가 가장 괴로운 것은 맡았던 환자들을 끝까지 돌보지 못하는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조 교수에 따르면, 지난 6월 5일 법인에서 폐원 관련 보도를 내보낸 이후 진료 시마다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폐원 후의 일에 대해 묻고 있다. 

조 교수는 "내가 어느 병원으로 갈 것인지, 그 병원으로 따라가고 싶다고 환자들이 말한다. 왜 이런 말을 하겠는가? 진료에는 연속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환자들은 새로운 병원, 새로운 의사와 새롭게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최소한 교수들이 어느 병원으로 갈지를 발령낸 후, 환자들이 새로운 병원을 찾아가거나 선택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내 아무 말이 없이 있다가 1달 반만에 종합병원의 환자를 모두 정리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법인은 만들어 놓은 일정대로 병원 문을 닫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백병원은 현재 후속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우선 원내 공지를 비롯해 전화나 문자를 이용해 외래 및 입원, 예약 환자를 대상으로 진료 종료일 및 진료, 각종 서류 발급 등을 안내한다. 입원 중인 환자의 타 병원 전원 지원 등 진료 관련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서도 조 교수는 문제가 많다고 꼬집었다.

그는 "종합병원은 기본적으로 3개월 단위로 진료가 이뤄진다. 자신의 예약된 진료일이 되기도 전에 환자에게 진료 종료일을 알려 서류를 떼러 오게 한다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환자 입장을 생각했다면 기본적인 진료 단위인 최소 3개월의 시간적인 여유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서울백병원은 현재 수련 중인 인턴들과의 면담을 통해, 형제 백병원 또는 타 병원으로의 이동 수련을 적극 지원해 수련에 차질이 없도록 할 계획이다. 사업체 검진, 임상 연구 등 진행 중인 사업에 대해서도 형제 백병원으로 이관, 사업장 및 지자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조속히 마무리할 것이라고.

조 교수는 "이번 폐원 사태로 인턴들은 이미 그들의 경력에 생채기가 났다. 무엇을 어떻게 지원해줄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인턴들이 하고 싶은 과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좋은 인턴 성적을 받아야 한다. 직접 수련하지도 않은 중간에 이동해 온 인턴들에게 어느 병원에서 좋은 성적을 주겠는가. 그들은 자기들이 무슨 짓을 벌리고 있는지도 전혀 알지 못한다"고 분개했다.

또한 임상 연구는 기본적으로 개별 병원과 계약하는데, 다른 병원으로 이관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조 교수는 "예를 들어 사전-사후 비교를 한다고 생각해 보자. 사전에는 서울백병원 기계로 검사했는데, 사후에는 상계백병원 기계로 검사를 하면 어떻게 비교가 되는가. 사업체가 중구에 있는데, 그 곳 사람들이 일산에 가서 검진을 할지도 의문이다"고 말했다.

인제학원은 이번 서울백병원 진료 종료 결정의 가장 큰 원인으로 1,745억원(의료이익 기준)의 누적적자를 언급했다.

인제학원은 "서울백병원의 역사와 상징성, 그리고 환자 진료에 대한 책임 등을 고려하여 수년간 경영정상화 노력을 해왔으나 적자가 계속됐다"면서, "마지막으로 어떠한 형태로든 의료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외부 전문기관의 경영컨설팅을 받았고, 어떠한 대안도 실효성이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더불어 인제학원은 누적적자보다 더 큰 문제가 늘어나는 적자의 규모라고 주장했다. 진료일수가 적었던 올해 1, 2월의 경우 월 의료수익이 인건비를 충당하지 못한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지속적인 적자는 향후 의료원 전체 경영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서울백병원의 적자가 심화된 이유는 상주인구가 줄어드는 도심공동화 현상과 주변 대형 종합병원의 출현에 따른 상대적 경쟁력 하락으로 인한 환자 수 감소와 수익성 악화였다.

서울백병원이 위치한 중구지역은 거주 인구가 거의 없는 사무실 밀집 지역이며, 서울백병원 반경 3km 이내에 종합병원급 병원이 국립중앙의료원(505병상), 서울대병원(1,820병상), 강북삼성병원(723병상), 세란병원(211병상), 서울적십자병원(292병상) 등이 포진해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이러한 탓에 중증환자나 수술보다는 경증환자 위주의 진료가 대부분이었다. 

현재 서울백병원의 가동병상수(병상)는 122병상이며, 지난 3~5월의 평균 병상가동률은 66.2%, 일 평균 수술 건수는 9건에 불과하다.

조 교수는 "이렇게 경증환자 위주로 만들겠다고 결정하고 추진한 사람은 현재의 의료원장과 원장이다. 왜 그들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고, 그들이 정해준 틀 안에서 최선을 다해 일한 교직원들에게만 불이익을 주는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인제학원은 서울백병원의 폐원이 전체 의료원의 생존과 발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지, 부지 매각을 통한 수익 창출이 폐원의 목적이 아니라고 분명히 했다.

아울러 환자 진료 종료와 별도로 인제학원은 서울백병원 구성원들의 고용유지를 위한 후속 조치도 진행한다. 형제 백병원의 경영 상황을 감안해 전보조치가 이뤄질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인제학원은 전국 4곳의 인제대학교 백병원(부산·상계·일산·해운대)의 적극적인 투자로 지역별 특성과 요구에 맞는 의료 서비스 제공을 강화한다.

조 교수는 "형제 백병원의 경영 상황을 감안해 전보조치를 한다는 말은 최근 경영 상태가 안 좋아진 수도권 소재 병원들에는 못 보내고, 그나마 나은 부산 지역의 병원에 전원 전보조치 하겠다는 말과 같은 뜻이다"고 정리했다.

6월 20일 폐원 결정 후 보낸 이사장 서신에 의하면, 수도권 백병원은 전문센터 위주로 재편하고 부산지역 백병원은 부울경 최고의 병원으로 만들겠다고 명시돼 있다.

조 교수는 "수도권 백병원을 전문센터로 만들겠다는 말의 뜻은 바로 다운사이징하겠다는 말이다. 서울백병원도 처음에 서울 중심에서 성공할 수 있는 전문센터로 만들겠다는 말로부터 다운사이징이 시작됐다. 전문센터에 해당하지 않은 진료과들은 웬만하면 내보내겠다는 말로 해석된다. 허울만 좋은 거짓말로 인해 참담한 심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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