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구제' 하나로 '삶의 질' 상승‥다발골수종 '맞춤치료' 시작

[연중기획 희망뉴스] 다발골수종은 평생 관리‥'닌라로'로 일상 유지하며 치료받는 환자들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0-08-18 06:06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경구제로 바꿨을 뿐인데, 제 삶은 훨씬 편해졌어요."

주사제에서 효과를 입증한 '경구제'로 약이 바뀐다면, 가장 먼저 변화를 체감하는 것은 환자다. 주사를 맞기위해 매달, 혹은 몇 달에 한 번씩 병원에 찾아오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고령 환자가 많은 `다발골수종(Multiple Myeloma)` 의 경우엔 이 '경구제'가 주는 혜택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2018년 기준 국내 다발골수종 누적 환자 수는 6,567명으로, 10년 새 약 3배 이상 크게 증가했다. 국내에서는 연간 약 2천 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하는 추세로, 기대 수명의 연장과 인구 고령화로 다발골수종 환자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발골수종은 재발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아 치료 기간이 길고, 치료 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 이에 경제적으로 생업 병행이 필요한 환자가 많다.

또한 다발골수종의 63% 이상은 65세 이상의 고령에서 진단되므로 환자의 체력이 저하돼 있으며, 뼈 손상과 뼈 통증을 동반하기 때문에 거동이 불편해 보호자의 도움 없이 통원 치료가 어려울 수 있다. 특히 치료를 위해 장시간 이동이 필요한 지역 환자와 보호자에게 잦은 통원 치료는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

이에 따라 주사제가 대부분인 다발골수종 치료옵션 중에서 '경구제'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다케다제약의 '닌라로(익사조밉)'가 대표적.

닌라로는 주 1회 경구 복용하는 제제(1주기 28일, 월 3회 복용)다.

경제적으로 생업 병행이 필요한 환자, 고령과 지방 거주로 잦은 통원 치료가 어려운 환자와 보호자의 병원 방문 횟수를 가급적 줄이고(한 달에 약 한번 병원에 방문) 복약 편의성을 높였다.

◆ "'경구제'라도 괜찮아"‥재발성 환자들에게 준 기회 
 

`닌라로`는 경구용 프로테아좀 억제제(Proteasome inhibitors; PI)로 등장한 신약이다. 닌라로는 이전에 한 가지 이상의 치료를 받은 다발골수종 환자에게 적용된다.

다발골수종 세포 내의 프로테아좀은 신체에 유용하지 않은 M단백과 같은 추가 단백질을 생성하는데, 불필요한 단백질이 체내에 쌓일 경우 세포 사멸로 이어질 수 있다. 닌라로는 프로테아좀을 표적으로 해 손상된 단백질의 과도한 체내 축적을 방지하는 원리로 작용한다.

재발성 또는 불응성 다발골수종 성인환자 722명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이중맹검 3상 임상시험인 'TOURMALINE-MM1' 연구에서 닌라로는 3제 요법으로서 '레날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과 병용투여 시 무진행 생존기간(mPFS) 중앙값 20.6개월(vs. 위약군 14.7개월)을 확인했다.

그 결과, NCCN 가이드라인(ver4. 2020)에서 이전에 한 가지 이상의 치료를 받은 다발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닌라로는 우선 권고(Category 1, preferred)되고 있다.

닌라로는 실제 진료 환경에서도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다발골수종은 고령에 동반 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가 많아 통제된 환경에서 진행되는 임상시험 결과와 실제 진료 환경에서 나타나는 치료 결과가 상이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후향적 실사용 관찰 연구 결과가 중요하다.

연구팀은 2014년 1월부터 2018년 9월 30일까지 미국 전자건강기록(EHR)에 등록된 재발∙불응성 다발골수종 환자 3,009명 중 항암화학요법 2차 이상에서 각각 I—Rd(닌라로 + 레날리도마이드 + 덱사메타손), K—Rd(카필조밉 + 레날리도마이드 + 덱사메타손), V—Rd(보르테조밉 + 레날리도마이드 + 덱사메타손)(n=168, 208, 357) 요법을 비교했다.

치료를 시작한 733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TTNT(time to next therapy, 실제 진료 환경 분석에서 PFS에 대한 대리 척도)와 반응 지속기간(DOR)을 비교 분석한 결과, 2차와 3차에서 닌라로 투여를 받은 환자의 TTNT 중앙값은 16.8개월로, 카필조밉 투여군 및 보르테조밉 투여군(각각 9.5개월, 14.6개월) 대비 더 긴 TTNT를 확인했다. 

◆ 약 하나가 바뀌었을 뿐이지만‥좀 더 나은 삶을 줬다

"잦은 통원 자체가 줄어든 것 자체가 기뻐요."

경남 진주에 거주하고 있는 K환자(55세, 남성)는 2017년 12월 1차 항암 치료를 받고 2018년 3월 자가조혈모세포이식(ASCT)을 받았으나, 이후에도 질병이 진행됐다.

지방에 거주하다보니 보호자와 함께 치료를 위해 삼성서울병원에 자주 방문하는 것이 힘들었다는 그.

"이전 항암 치료 시 말초신경병증, 변비, 부종, 근허약감 등의 이상반응에 시달렸어요. 그래서 항암 치료를 유지하기가 힘들었죠."

하지만 2020년 9월부터 IRd(익사조밉+레날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 치료를 진행하게 됐고, 과거에 비해 이상반응이 비교적 견딜만 하고 통원 치료 횟수 역시 경감됐다.

A환자(62세, 여성)는 현재 투석을 받고 있는 만성 신부전증 환자다. 이전에 1차 항암 치료를 진행한 후 질병의 재발로 2차 항암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A환자는 충남 공주에 거주하고 있으며, 병원에서 한시간 반 정도의 거리에 살고 있어 잦은 병원 방문에 지쳐있는 상태였다. 특히 투석을 위해 정기적으로 집 근처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기에, 다발골수종 치료를 위한 잦은 통원 치료는 A 환자에게 상당한 부담이었다.

마침 닌라로 환자 지원 프로그램이 진행돼 2차 항암 치료로서 IRd 요법을 진행했고, 1cycle 진행 중 폐렴이 발생해 일주일간 입원을 했지만, 이후에는 치료가 안정적으로 잘 진행되고 있다. 그 밖에 치료를 중단할 만한 이상반응 발생도 없는 상태다.

"한 달에 한번만 내원해 약물을 처방받고 귀가하면 되기 때문에 만족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이제는 닌라로를 통해 치료가 장기적으로 유지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다발골수종은 고령의 환자가 대부분이지만, 젊은 환자도 있다. 젊은 층의 경우 치료와 '생업 병행'이 필요하다.

그래서 B환자(44세, 남성)는 닌라로를 택했다.

B환자는 다발골수종 진단 후 1차 항암 치료를 받았으며, 이후 서울의 한 병원에서 조혈모세포이식 치료를 진행했으나, 1년 내 질병이 재발 및 진행됐다. 이에 닌라로 치료를 고려하게 됐다.

B씨의 나이는 44세. 다발골수종 환자 중에서는 젊은 나이에 속한다. 재발과 치료의 반복이 잦고 '평생 관리'가 필요한 다발골수종 질환 특성을 고려할 때 경제 활동과 치료의 병행이 필수적이었다.

재발∙불응성 다발골수종 치료 분야에는 여러 다양한 치료 옵션이 존재하지만, B씨는 일상적인 경제 활동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경구용 PI 제제 닌라로로 치료법을 결정했다.

B씨는 현재 경북대병원에서 부분 관해(PR; Partial Response) 이상의 치료 효과를 보이며 큰 이상반응 없이 만족도 있는 치료를 이어오고 있다.

◆ 변해야하는 국내 다발골수종 치료 환경‥'맞춤치료'위한 급여 마련돼야

그러나 닌라로는 이러한 의학적 근거, 환자들의 긍정적 케이스 축적에도 불구하고, 2017년 국내 허가 이후 계속 비급여 상태다.

글로벌 가이드라인은 의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환자 상태에 따라 다발골수종 치료제를 선택하고 있다. 공격적 혹은 장기적 유지 치료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환자 개개인에 맞는 치료제를 선택할 수록 '혜택'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여러 치료옵션이 필요한 다발골수종 환자들은 국내 급여 기준이 가이드라인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환자들은 앞으로도 다발골수종 치료제들이 계속해서 출시될 예정이지만, 국내에서는 정해진 급여약만을 사용해야한다는 점, 그리고 이외에는 모두 비급여이기 때문에 사실상 치료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을 두려워했다.

한국다발성골수종환우회 백민환 회장은 "지방에 살고 있는 대다수의 많은 다발골수종 환자들은 부족한 치료 여건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수도권으로 통원치료를 이어가고 있으며, 최근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바이러스 감염 위험에서 하루 하루를 불안한 시간 속에 긴장된 마음으로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환자들이 통원 치료의 횟수를 조금 더 줄이고 집에서 약을 복용하면서 항암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정부에 경구용 제제 닌라로의 보험급여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화순전남대병원 혈액내과 이제중 교수<사진>도 환자의 연령, 직업, 신체 상태,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다발골수종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한다고 강조했다.

다발골수종 고령 환자들은 체력 저하, 동반질환, 심혈관계에 대한 안전성 등이 고려돼 치료에 상당히 제한이 있는 편이다. 주사제가 대부분인 다발골수종 치료 환경 속에서 경구제는 분명 편의성을 제공한다.

이 교수는 "다발골수종은 고령이 많아 통원 치료 시 보호자의 도움이 필요한 환자가 많고, 다른 질환과는 달리 군소 지역에 살고 있는 환자들도 치료를 위해서 대도시에 위치한 3차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 그런데 다발골수종의 치료 기간은 매우 길기 때문에, 잦은 통원치료는 시간이 지날수록 환자 뿐만 아니라 함께 동행하는 보호자 역시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일한 경구용 PI 제제인 익사조밉은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생존 연장 효과가 확인됐으며, 편의성 또한 높아 치료 소외 계층인 고령 및 지역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수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약제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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