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제, 광고보다 '맞춤'이 먼저"‥학회, 전문가 처방 착수

영양제 소분 허용 계기로 복용 기준·처방 시스템 구축 선언
국민 80%가 무분별 복용…전문가 상담 기반 문화 필요
학회, 의사·약사·영양사 교육 플랫폼·인증제도 도입 예고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7-18 05:56

대한영양제처방학회 김갑성 회장. 사진=박으뜸 기자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국민 10명 중 8명이 영양제를 복용하는 시대다. 하지만 상당수는 건강 상태와 무관하게 광고, 유튜브, 홈쇼핑 등에서 얻은 정보를 근거로 제품을 선택하고 있다.

전문가의 상담 없이 이뤄지는 중복 섭취나 무분별한 조합은 부작용 우려를 높이고 있으며, 체계적인 복용 지침이나 상담 시스템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건강기능식품의 소분 판매를 허용하면서, 영양제 복용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완제품만 유통되던 기존 체계에서 벗어나, 개인 건강 상태에 따라 필요한 성분을 조합해 제공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생긴 것이다. 

이에 대한영양제처방학회가 과학적 맞춤 복용 시스템을 구축하고,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실천 전략을 제시하며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대한영양제처방학회 김갑성 회장은 17일 서울 대치동 365일가정의학과의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건강기능식품 소분 판매 허용은 단순한 제도 변화가 아니라, 개인 맞춤형 복용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여는 계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무분별한 복용이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문가 중심의 체계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성인의 약 70~80%가 영양제를 복용하고 있지만 '왜', '무엇을', '얼마나' 복용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 없이 단편적인 정보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철분과 칼슘을 동시에 복용하면 흡수가 저해되거나, 비타민 K가 항응고제와 충돌하는 등 상호작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양제 역시 약과 같은 주의가 필요하다.

김 회장은 "영양제는 약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몸에 직접 영향을 주는 물질인 만큼 적절하게 섭취하지 않으면 부작용이나 상호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국민 개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복용법을 달리해야 하며, 이는 전문가의 지도를 통해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한영양제처방학회는 이 같은 실태를 개선하기 위해 2020년 준비모임을 거쳐 2022년 정식 창립됐다. 의사, 약사, 영양사, 간호사 등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안전하고 과학적인 복용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식약처 고시로 건강기능식품 소분 판매가 허용되면서, 일정 요건을 갖춘 의료기관이나 약국에서는 개인 맞춤 조합이 가능해졌다. 

소분 판매를 위해서는 보건복지부 지정 교육기관에서 관련 교육을 이수하고, 식약처 또는 관할 지자체에 등록해야 한다. 위생관리와 보관·소분 설비 기준을 갖추는 것은 물론, 제품명·함량·유통기한·섭취방법 등을 기재한 라벨 부착도 의무다.

김 회장은 "학회는 소분 판매를 위한 실무 가이드와 처방 매뉴얼을 제공하고 있으며, 현장에서 바로 적용 가능한 형태로 보급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13일에는 서울성모병원 대강당에서 학회 주최 학술대회가 열렸다. '건강기능식품 소분판매 시행에 따른 시장의 변화', '맞춤형 영양제 처방의 필요성과 실제 적용사례', '소분판매의 법적·제도적 요건' 등 총 6개의 강연과 패널 토론이 진행됐고, 최근 주목받는 NMN(니코틴아마이드 모노뉴클레오타이드), 고용량 비타민D 복용, 장 건강과 프로바이오틱스 등도 주요 논의 주제가 됐다. 현장에는 의사, 약사, 영양사, 간호사들의 활발한 질의가 이어졌다.

학회는 앞으로 세 가지 핵심 사업에 집중할 방침이다.

첫째, 학회는 의사·약사뿐 아니라 건강기능식품업 종사자까지 포함한 교육 플랫폼을 구축하고, 처방 기준과 영양소 간 상호작용, 질환별 영양 전략 등을 표준화해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정기적인 학술대회 외에도 '영양제 처방 인증의사', '영양제 처방 마스터', '식품분석 전문가 1·2급' 등 민간 자격증 제도를 도입해 전문성 강화를 도모하고 있으며, 수료자와 자격 취득자에게는 '칼리지스' 디지털배지를 발급해 공신력 있는 성과 인증과 커리어 활용도 지원한다.

아울러 학회는 '영양제 처방 가이드'(2019)와 '건강기능식품 처방 가이드'(2024)를 발간해 교육 기반도 체계화했다.

둘째, 소비자를 위한 대국민 캠페인을 전개한다. '올바른 영양제 선택과 남용 방지'를 주제로 지속적인 교육과 인식 개선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셋째, 정부 및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해 정책 제안과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본질적 목표를 흔들림 없이 실현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회장은 "지금은 단순히 건강기능식품을 많이 복용하는 시대가 아니라, 정확하고 안전한 방식으로 '맞춤 복용'해야 하는 시대"라고 정리했다.

잘 알고 복용하면 도움이 되지만, 잘못된 정보와 방식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 학회의 분명한 생각이다.

김 회장은 "대한영양제처방학회는 이 중요한 과제를 책임 있게 이끌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의학적 판단에 기반한 영양제 복용이라는 새로운 문화에 국민 여러분도 함께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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